제 목 : 봄의 길목에서 듣는 야생의 소식들<2>
이 름 : 관리자
작성일자 : 2015-03-26

  ⑸.관악산 일대에서 발원해 서울강남구 도심을 흐르는 양재천은 ‘도시하천 살리기 사업’에서 수범적인 사례로 꼽힌 강남의 명소입니다. 징검다리 사이로 피라미 등 물고기들이 헤엄치며, 새들이 모여들고, 초목들이 잘 가꿔져 경관이 쾌적해 산책과 가벼운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으며, 인근 산에 살던 야생 너구리들이 나타나자 사람들은 반가움에 먹이를 던져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하천 생태계 복원의 상징으로 알았던 너구리들의 숫자가 늘고 출몰하는 빈도가 잦아지자 문제가 생겼습니다. 개체수가 늘어나 먹이가 부족해지자 너구리들은 이 일대 아파트 단지를 배회하며 음식물 쓰레기통을 뒤졌고, 해가 지면 산책객들 앞에 불쑥불쑥 나타나 위협이 되었습니다. 전문가들은 너구리가 옴 같은 피부병이나 광견병을 옮기는 매개체일 수 있고, 사람이나 동반한 애완견이 물릴 위험이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지난 1월 22일 한 신문에서 치킨 박스를 든 채 양재천 산책길에 나섰다가 너구리 세 마리가 치킨 냄새를 따라 추격하듯 따라오는 것이 두려워 치킨 상자를 내려놓고 도망치듯 양재천을 떠났다는 너구리 ‘치킨 습격 사건’ 기사를 읽으면서, 그즈음 케이블 TV(ch-150, )에서 미국 ‘꿀벌오소리’들이 수도 워싱턴 도심 주택가 하수관로나 주택 지붕의 빈 공간 등지에서 살아가는 모습과 동물관리국이 이들을 수거해 숲으로 돌려보내는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 장면이 떠올랐는데, 주민들의 민원(民怨)이 되고 있는 양재천 너구리들은 어떻게 그들의 원래 서식지인 숲으로 돌려보내질지가 궁금합니다.

  한편 서울시는 한 해 1만 마리 꼴로 버려지는 개, 고양이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기르던 개를 되찾는 주인에게 5만원 구조비용을 물리며, 모든 애완견에게 마이크로칩을 내장키로 했다고 합니다. 애지중지하며 기르던 애완동물도 나이가 들고 병에 걸리면 천덕꾸러기가 되고, 병원비도 만만치 않아 변심한 주인들이 내다 버리기가 일쑤인데, 버리기 전에 동물들과 나눈 시간들을 한 번쯤 되돌아보면 좋겠습니다. 호칭까지 ‘애완동물’에서 ‘반려동물’로 바뀌었고, 동고동락하던 ‘짝’이 아니었던가요? 동물의 몸에 칩을 내장하는 문제도 많은 고통과 위험이 수반하는 반생명적인 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진정한 동물복지 차원에서 유기동물 문제가 순리로 풀리기를 바랍니다.

  ⑹.현재 국내에는 반달가슴곰(지리산국립공원)을 비롯한 여우(소백산)ㆍ산양(월악산ㆍ따오기(창녕우포늪)ㆍ황새(충남예산군) 등, 토종 야생동물 복원을 위한 연구와 실험이 진행 중입니다. 이미 절종(絶種)되었거나 멸종위기를 맞고 있는 이들 야생동물들을 러시아ㆍ중국 등지에서 들여다 이 땅에서 정착해 살아가게 하기 위한 노력으로, 반달가슴곰의 경우 10년 동안에 30여 마리를 지리산 일대에 방사하고 있지만, 복원사업이 성공적이었다는 평가에는 아직 이르지 못하고 있으며 앞으로의 성과도 그리 밝게 예견되지도 않고 있습니다. 우선 그들이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기에는 서식지가 턱없이 비좁은데다, 먹이환경조차 좋은 형편이 못되며, 국립공원 인근에 사는 주민들이나 산을 찾는 관광객들과의 잦은 조우에 대한 대책도 뚜렷한 것이 없고, 철에 따라 서식지와 번식지 사이를 옮겨 다니는 습성의 따오기, 황새의 경우도 인공번식지를 다시 찾아와 줄지가 의문입니다. 서식환경이 미국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이나 러시아 연해주 우수리강(江) 유역 일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지요. 여기에 환경부가 새로이 내놓은 ‘한국늑대’ 종 복원사업이 눈길을 끕니다. 옐로우스톤국립공원에서 사라진 늑대를 복원하기 위해 1995년 캐나다에서 늑대를 들여와 증식해 건강한 생태계 복원에 성공한 것을 본받아, 한국늑대와 같은 혈통의 아시아 북방 늑대를 들여다 우리 자연에서 살아가게 하겠다는 것으로, 늑대 복원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 호랑이ㆍ스라소니 등 대형 육식동물 복원도 추진한다는 계획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야생 늑대가 마지막으로 포획된 것은 1980년 경북문경에서입니다. 마지막 개체가 사라진 후 50년 내에 발견되지 않으면 멸종된 것으로 본다면 늑대의 공식 멸종은 4-5년 뒤입니다. 가까이서 오래 전에 사라진 우리 토종 동물을 대할 수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일 수 있지만, 단독으로 살아가는 반달곰과 달리 무리를 지어 살아가는 습성의 늑대는 사람들에게 크게 위협적일 것이 분명한데, 이에 대한 대책은 마련되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1급 멸종위기 종’ 천연기념물 ‘장수하늘소’도 2009년부터 증식?복원사업에 들어갔는데, 중국 장수하늘소를 들여다 증식해 우리 자연에 풀어 놓는다는 것이었습니다(중국장수하늘소가 우리 장수하늘소와 유전자가 같아 외래종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우리 특산종 장수하늘소는 10년 새 출현빈도가 줄고 2006년 이후 암컷이 발견되지 않아 멸종된 것으로 추정했을 뿐 멸종된 것은 아니니, 더 추이를 두고 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⑺.2월 내내 푸근하게 느껴지다가 반짝 추위가 찾아온 지난 12일, 남해안에서 반가운 소식이 들렸습니다. 경남남해군 한 홍합양식장 부이 그물에 큰 고래 한 마리가 걸려들었는데, ‘북방긴수염고래’였습니다. 긴수염고래는 지구상에 300여 마리밖에 남아 있지 않은 대표적인 멸종위기 종으로, 41년 만에 국내 연안에 나타난 것입니다. 전문가들이 긴급 출동해 고래에 엉킨 그물을 풀어주려 했으나 실패했는데, 다음 날 스스로 그물을 풀고 탈출해 먼 바다로 돌아갔다는 것입니다. 재작년 서울대공원 수조에 갇혀 지내던 돌고래를 너른 바다로 되돌려 보냈던 일과, 우리 선인들이 울산 반구대 바위에 그림으로 새겨 놓은 긴수염고래, 흑등고래, 대왕고래들이 헤엄치는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다 자라면 길이가 18미터(m)에 이르고 몸무게가 80톤(t)에 달하며, 수명이 70년 전후인 큰 생명체 긴수염고래가 우리 수역 패류 양식장 그물에 갇혔다가 구사일생으로 탈출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신선하며 다행스럽게 느껴졌습니다. 1970년대 말 가수 송창식이 불러 인기를 모았던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춰 봐도/가슴에는 하나 가득 슬픔뿐이네./(…)/자, 떠나자. 동해 바다로/신화처럼 숨을 쉬는 고래 잡으러” 가자던 노래 속 고래의 상징은 당연히 희망적인 미래였습니다.

임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