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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 것에 관한 이야기" - 체험 짱짱

아이들을 키우면서 가장 관심분야는 역시 무엇을 먹이느냐가 첫째이고 둘째는 어떻게 재미있게 노느냐였다. 영유아기에 재미있게 노는 것은 육체적 발달과 두뇌발달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중요한 수단인 것이다. 그리고 놓이 자체가 주는 즐거움이 곧 목적이 되기도 한다.

놀이터에서 그네를 많이 타 본 아이들은 진자의 원리를 잘 이해하고 미끄럼틀은 빗면의 원리를 배울 때 잘 이해할 것이고 시소를 재미있게 탄 아이들은 무게중심을 찾거나 지렛대의 원리를 배울 때 이해를 잘 할 것이다. 해도 해도 지겹지 않은 모래놀이는 조형감각과 창의성을 키워주는 으뜸 재료이다.

놀이터만이 아니고 아이들이 하는 모든 놀이는 그 안에 지식과 지혜의 원동력이 되는 씨앗을 품고 있다. 그 씨앗이 싹이 트도록 함께 놀아주는 것이 부모와 선생님의 몫이다.

작은 학교에서는 많은 놀이를 할 것이다. 아이들도 즐겁고 나도 즐거운 놀이를.

그리고 놀이를 통해 만난 아이들과 내가 아름다운 추억을 쌓아가길 바란다.


놀이의 고전 - 피부로 하는 놀이와 까꿍!  방아찧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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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6개월 쯤 되었을 때 한의원에 갔었다. 쌍둥이라 워낙 작게 태어났기 때문에 건강하게 잘 키우는 것이 최선이었기 때문이다. 그랬더니 한의사 선생님께서 두 권의 책을 소개해 주셨는데 하나는 아이들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민간요법에 관한 책이고 하나는 베이비 맛사지에 관한 책이었다. 그 중 한의사 선생님께서 베이비 맛사지에 대한 책을 권하는 것이 특별하게 여겨졌다. 지금 생각하니 ‘엄마 손은 약손’의 의미가 맛사지의 원류가 아니겠나 생각된다. 내가 해성한의원 선생님을 신뢰하는 이유가 이런 데 있다. 옛날 인큐베이터가 없던 시절에  팔삭동이를 낳으면 솜이불에 묻어 두고 손으로 만지면서 키운다고 했는데, 솜이불은 체온을 유지시켜주고 만지는 것은 면역력 강화에 도움을 주는 맛사지였을 것이라고 추측된다.

나와 우리 아이들에겐 맛사지가 일종의 놀이였다.  한 6개월부터 시작한 맛사지를 언제까지 해 주었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한 24개월 이상은 해 주지 않았을까 싶은데, 아이들도 나도 기쁜 시간이었다.

머리 두드리기, 이마, 눈썹, 코, 귀, 뺨 만지며 이름 말해주기, 손 발 주무르며 발가락 손가락 순서대로 이름 말해주기, 손 박수 발 박수(?), 다리 잡아당겨주기, 그리고 끝으로 간지럼 태우기 한 번씩. 끝에 아이들의 건강을 빌며 이마에 뽀뽀해주기.

지금은 왜 해주지 못할까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이 든다. 실은 아이들이 크면 스스로 체조하는 법을 가르쳐서 아침마다 체조를 해야지 하고 계획했는데, 실천을 못하고 있다. 아침체조. 자구 노력해 봐야겠다.

놀다 놀다 다 심드렁해서 재미없어지면  딸이 방아찧기를 해 달라고 한다. 아 맞아 방아찧기. 까짓 돈드는 것 아니고 되게 힘든 것도 아닌데 해 주지 뭐.

누워서 다리를 굽히고 아이들을 발등에 앉힌 후 다리를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쿵덕 쿵덕’ 하고 노는 방아찧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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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아찧기와 세트인 놀이가 있는데 바로 비행기 놀이. 누워서 양 발바닥을 아이들 배에 대고 아이들 어깨를  양손으로 잡은 후 다리를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비행기! 비행기!’ 하고 말해준다. 아이들은 엄마한테 잡힌 겨드랑이가 간지러워서 깔깔대고 몸을 뒤틀고 엄마는 아이를 떨어뜨릴까봐 긴장하고. 그래서 비행기가 무사 착륙을 하면 역시 따뜻하게 한 번 안아준다. 아이들도 엄마의 마음을 느낄 거다.

아이들 몸이 커지는 바람에 비행기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 내가 어렸을 적 엄마 아빠가 방아 찧어준 기억도 없고 아빠의 발 비행기 타본 기억도 없는데 왜 방아찧기와 비행기 놀이를 할 때마다 내 부모님 생각이 나는 지 모르겠다. 아마도 방아찧기 놀이는 내 아이들을 통해서 또 그 다음 세대까지 이어질 것임을 예감하는 원초적 경험이 주는 메시지인 것 같다.

아이들이 10개월 째 되던 5월 아이들의 첫 어린이 날을 맞은 아빠의 선물은 볼하우스였다. 그 볼하우스는 지금까지 갖고 노는 최장수 놀잇감이다. 5살 때 공은 치우고 집만 갖고 노는데 소꿉놀이 할 때 집으로 쓰고 있다. 플라스틱으로 된 커다란 집을 사주고 싶은 욕심도 있었는데, 너무 비싸고 공간을 너무 많이 차지해서 그만 두었다. 그러나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볼하우스는 이동성도 좋고 부피도 안 차지해서 너무 좋다.

아이들이 어렸을 땐 볼하우스를 사이에 두고 까꿍놀이를 참 많이도 했었다. 엄마 아빤 지겹기까지 하지만, 까르르 까르르 넘어가는 아이들 보기가 좋아서 “마지막이다.” 하면서도 한 번 더 “까꿍!”하게 되었다.

지금도 숨바꼭질을 좋아하는데, 뻔한 곳에 숨고 뻔하게 모르는 척 하고 뻔하게 들키고 하는데도 왜 그렇게까지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어느 날 방에서 할아버지와 깔깔거리며 놀던 딸이 부엌으로 와서 웃느라고 할딱이는 숨을 고르며 하는 말.

“엄마, 난 숨바꼭질이 이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어요 .”

일곱 살 된 아이도 그 놀이에 숨이 넘어가는 데 더 어렸을 땐 얼마나 긴장되고 흥분되는 놀이였을까. 얼마 전부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규칙에 맞게 완전히 익혔다. 술래가 못 보는 사이에 친구들이 성큼성큼 다가와 있는 긴장감. 그 긴장감을 줄기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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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낮잠이 규칙적으로 된 틈을 이용해서 <개미>와 <뇌>를 읽었다. 특히 작가가 머리를 빡빡 민 사진이 있는  뇌가 아주 인상적이었는데,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송과체에 대한 이야기였다. 지금 기억으로 정확한 표현인지 알 수 없지만, 하여튼 송과체의 기능은 자극에 대한 반응을 관장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한다. 그런데 송과체의 크기가 어렸을 때는 크기가 커서 구르는 낙엽만 봐도 깔깔 거리며 웃고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 눈물 흘린다고 한다. 그러다 사춘기를 지나며 그 같은 감정 표현의 폭이 좁아지는 데 그 이유가 사춘기 이후엔 송과체 크기가 작아지기 때문이다는 설명이 있었다. 그 얘기를 읽고 나니 아이들이 왜 수 없이 반복되는 까꿍이나 짝짝꿍에 열열이 반응하는 지 이해가 되었다. 떠 우리 아들이 작은 것에도 유난히 깔깔 숨넘어가게 웃는 것을 신기해 하고 있었던 터라 송과체에 대한 설명이 눈에 띄었는지 모르겠다. 우리 아들이 다는 아이들에 비해 송과체가 큰 것 같다는 추측이 나의 답이다. 송과체만 크지 말고 생각하는 뇌도 컸으면 좋겠는데......

글:최병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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