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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셋빼오빠 학운산방 거실에서 - 2008.2.24 - 1000x669


엄마, 과학자도 실패해요?

-엄마, 과학자도 실패해요?
-그럼, 지승아. 과학자도 실패할 때가 있지.
-실패해도 점점 과학자가 돼요?
-그럼, 끝까지 노력하면 과학자가 될 수 있지. 에디슨도 많이 실패했었던 걸!

 TV에서 오렌지에 전도체를 꽂아 서로 연결해서 꼬마전구에 불을 켜는 장면을 본 기억이 납니다. 오렌지로 전구를 밝힌다는 건 거의 마술 같은 일이지요. 레몬즙으로 배를 움직인다는 내용이 동화 <서커스 대 작전> - 교원 월드픽쳐북- 에 나오는 데 아마도 레몬전지라는 과학적 근거를 가진 상상력이 아닌가 합니다.

 전해질 용액에서 서로 다른 금속 사이에 전자가 이동하고 그 전자의 이동으로 전기가 발생하는 마술 같은 실험을 꼭 해보고 싶었습니다.

 지승이가 과학에 관심이 많아서 오렌지 전지 실험을 아주 좋아할 것 같았습니다 문구점에서 아연판과 동판을 사서 3cm, 4cm정도의 직사각형으로 잘랐습니다. 오렌지의 양쪽에 홈을 내고 거기에 아연판과 동판을 꽂았습니다. 집게 전선 두 개를 각각 아연판과 구리판에 연결하고 나머지 한쪽씩은 꼬마전구 소켓에 연결했습니다. 마지막 집게 한 쪽을 소켓에 연결할 땐 점말 불이 켜질까 기대 반 의심 반이었습니다. 왠지 불이 켜지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자꾸 드는 겁니다. 아니나 다를까 전선을 다 연결해도 불이 켜지지 않는 겁니다. 인터넷에서 찾아 본 것과 다르게 한 것은 전구와 금속판 사이에 전류계를 연결하지 않았다는 것  뿐인데,  꼬마전구는 묵묵부답이었습니다.

 아연판과 구리판의 위치도 바꿔보고 오렌지에 닿는 금속판의 면적도 다르게 해 보았지만 변화가 없었습니다. 혹시 전구 필라멘트가 끊어졌나 하여 건전지에 연결해 보았더니 전구에 불이 들어 왔습니다. 전구에도 이상이 없는 거죠.

 실망해서 실험을 끝냈는데, 나중에 지윤이 학교 과학실 담당 선생님 설명으로는 동판과 아연판이 코팅이 되어 있어서 그럴 수도 있으니 금속을 불에 그슬려 코팅을 제거 한 후 다시 실험을 해 보라 하셨습니다. 오늘 아이들이 하교하면 동판과 아연판을 불에 그슬려서 혹시 있을지 모르는 비닐코팅을 제거 한 후 다시 실험을 해봐야겠습니다. 비닐막이 있을 수도 있다는 가정아래 금속을 불에 그슬려 보면 또 다른 사실 하나를 도출해 내겠지요. 비닐은 불에 타고 쇠는 불에 타지 않는다는 것을요.

 실험하기 딱 좋은 계절입니다.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은 이런 계절엔 야외활동을 많이 하는 것이 좋지요. 돋보기로 먹지 태우기나 가로등 밑의 그림자 놀이, 자석으로 흙 속에 있는 쇳가루 찾기 등은 따뜻한 봄날에 하기 딱 좋은 과학놀이입니다. 매미자석이 척 붙지 않고 ‘치르르르 ’하며 붙는 이유를 알아보는 것도 재미있겠네요.

 결과에 상관없이 과정에서 즐거운 과학놀이를 통해 에디슨을 꿈꾸는 과학동이들이 쑥쑥 성장하는 봄이 되길 바랍니다.

2008년 4월 15일
지승이가 과학의 달 행사에서 동상 받아 온 다음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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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솔바람 2010/06/05 12: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죽으나 사나 과학자가 꿈이던 지승이가 지난 겨울 동계올림픽을 보더니 꿈이 변했습니다. 스피드스케이팅선수! 학기초 자신의 꿈을 적어 오라는 숙제에 스피드 스케이팅선수가 되어 금메달을 따는 것이라고 적었습니다. 그런데 참 사려깊은 지승입니다. 처음부터 금메달을 딸 건 아니고 처음엔 동메달, 그담엔 은메달, 그리고 그 담에 계속 금. 금. 금. 하는 식으로 금메달을 딸 거랍니다^^.
    그러면서 스케이트를 가르쳐 달라고 하는 겁니다. 휴우~~ 그 비싼 개인 장비에 수업료까지. 아들이 스포츠를 좋아는 하지만 뛰어난 소질이 없는 걸 아는 처지인지라 정말 선수를 시키겠다고 나설 수도 없는 처지. 그래서 얼른 둘러 댔지요, 겨울이 오기 전에 꿈이 변하길 바라면서.

    "지금은 봄이라서 스케이트 못 배워. 겨울이 오면 그 때 배우자."

    이렇게 둘러대는 엄마의 마음은 미안하기도 하고, 더 여유가 있다면 시켜는 볼텐데 하는 자조감도 들었습니다. 대신 집에서 가려면 버스 한 번에 지하철 두 번 타야하는 뚝섬유원지 X-게임장까지 열심히 데리고 다닙니다. 인라인 스케이느를 잘 타면 스케이트도 잘 타게 된다고 얘기 하면서요.
    참. 6.2 지방선거에서 교육감과 교육위원 후보들 중에 방과후수업 무료시행이라는 공약을 내건 후보가 있었는 데, 정말 예체능 방과후까지 무료인 세상이 되면 얼마나 좋겠나 하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그런 세상이 오면 봄에는 스케이트를 못 배운다는 거짓말을 안 해도 될 터인데 말입니다.

    그런데 며칠전 읽기 교과서에 나오는 고무줄 마술과 관련하여 마술에 대한 동영상을 보았나 봅니다. 그러더니 지승의 꿈이 변했습니다.
    마술사!
    동영상에서 본 마술을 설명하면서 자신도 마술을 배우게 해 달라는 겁니다. 속으로 생각 했습니다. (뭐 마술은 그냥 배우는 줄 아니?) 그래도 말로는 어디서 배울 수 있는 지 알아는 보겠다고 했습니다. 평소 아이들이 배우는 모든 것을 돈과 연결시켜 이야기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는지라 돈이 많이 들어서 못 가르쳐 준다는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저렴하게 마술 배울 수 있는 방과후 수업 언제쯤 생길까요?
    여름방학이 되면 하리하우스에 가 있는 시간이 많아질 겁니다. 텃밭에서 곤충잡으며 과학자나, 곤충 생물학자의 꿈으로 얼른 돌아오게 되길 바랍니다. 스케이트 계절이 돌아오기 전에...

  2. 나그네 2010/06/06 00: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순수한 지승이의 모습이 귀엽습니다.미래의 꿈을 꿀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하고 즐거운 일인 것 같습니다.아이들은 그 꿈을 먹고 자란다고 생각합니다.그꿈이 실현 가능하건 불가능하건... 1%의 가능성만 있어도 꿈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저는 초등학교 1학년때 엔지니어가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아버지께선 제가 전자공학을 하면 참 잘 어울릴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고 시골 촌구석에서 건전지 한번 보지 못하고 자란 저에겐 전자공학이 큰 꿈이었습니다.지금은 그 어릴적 꿈꾸던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저를 참으로 행복하게 합니다.사람은 꿈을 꾸기에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지승이가 꿈꾸고 있는 것들.그것이 무엇이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앞으로 달려가면서 지승이는 성장하고 어른이 되어 갈것입니다.지승이가 훌륭한 생물학자가 되는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3. 솔바람 2010/06/18 14: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석 이야기 - 자화-

    초등 과학 교과서 3학년 1학기에 ‘자화’에 대한 내용이 나옵니다. 애니메이션 <로봇>에서 거대한 자석에 붙었던 로드니에게 온갖 쇠붙이들이 달라붙는 장면이 나오는 데 그 이유가 로드니가 ‘자화’ 되었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우리가 이 영화를 극장에서 봤을 때는 여섯 살쯤인가 되었을 때라서 몰랐는데, 교과서에서 ‘자화’를 배우고 나니 같이 연결시켜 이야기 해 주니 좋습니다.
    로드니의 얼굴에 검은 쇳가루가 붙어서 이런 저런 얼굴을 연출하는 데 그 부분을 보면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참 상상력이 풍부하고 유머 있는 사람들이겠구나 하는 감탄이 절로 납니다. 마치 <톰과 제리>를 볼 때 상상력의 극치로구나 하고 감탄할 때와 같은 감정입니다. 물론 <톰과 제리>의 폭력성 때문에 비교육적이라는 평도 있지만, 상상력의 극치인 것만은 인정할 만 합니다.

  4. 나그네 2010/06/19 01: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화하니까 기억이 나는데요. 지난번에 말씀하셨던 발전기와 모터, 전자석의 원리에 대해 직접 제작과 실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이들 기말 시험 끝나면 직접 전기도 만들어 보고, 모터도 만들어 보고, 전자석도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지윤이와 지승이가 재미있어 하면 좋겠네요.

  5. 지윤맘 2010/06/19 06: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우!!! 세상에나.
    너무나 감사합니다. 저는 늘 생각만 하고 아는 것이 없어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일을 준비해 주신다니 너무 감사 드립니다.
    작은 학교에는 많은 선생님들이 계십니다. 물론 제가 간절히 초빙해서 모셔야 하는 분들이긴 하지만요.ㅎ ㅎ .
    이제 전기에 대한 공부를 맡아 주실 선생님을 찾은 것 같아 너무 기쁩니다.
    지윤, 지승에게 말하면 지금부터 실험 하는 날까지 기뻐 할 것 같습니다. 참고로 저는 아이들 데리고 명륜동 과학관에 갈 때 진현이와 같이 가자고 해야겠다고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진현이랑 같이 갈까 했더니 지승이가 아주 좋아했습니다. 진현이와 얘기하고 노는 게 재미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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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지윤이네 외갓집 솔고개마을 풍경 2008 봄


민들레, 꽃쌈으로 먹을까? 차로 마실까?

옛날엔 민들레를 보면 하얗게 씨를 매단 줄기를 꺾어 훅 부는 게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한 삼년 전부턴 뿌리째 캐는 게 일입니다. 노란 꽃이 활짝 핀 것을 보고도 꽃송이를 따기 보단 역시 뿌리째 캐는 일입니다.

 ‘와! 너무 예쁘다. 맛있게 생긴 걸!’

감탄사를 난발하면서요.

 꽃은 보아서 아름다운 것도 좋지만 먹을 수 있다는 것은 더욱 매혹적인 일이지요. 철쭉보다 진달래가 왠지 마음에 끌리는 것도 먹을 수 있고 없음의 차이에서 오는 게 아닐까요. 민들레가 사랑받는 이유 역시 바로 건강에 좋은 먹거리가 될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꽃이 피기 전의 민들레는 뿌리째 캐서 햇볕에 말립니다. 말린 민들레 10g과 물 600cc를 끓여 절반이 되게 달여서 식전 빈속에 나누어 마십니다. 오래된 간장병이나 황달에 효과가 있습니다.

 민들레는 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고, 생잎은 감자와 함께 즙을 내어 식전에 한 컵씩  마시면 위궤양에도 좋습니다.

       출처 - 신재용의 음식 동의보감 365 -

딴소리 잠깐 --- 해성한의원  신재용 선생님은 우리 가족의 건강을 지켜주는 주치의 선생님이십니다. 명성이 자자한 한의사이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 가족 한사람 한사람에게 잘 맞는 약을 지어주시기 때문에 믿고 따르는 스승님 같은 분입니다. 지윤이와 지승이가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뿐 아니라 한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고 배우길 바라는 마음으로 양수리 해성한의원까지 먼 길을 마다않고 다닌답니다. 그리고 하리하우스에서 음식이야기를 통해 설명하는 몸에 좋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의 대부분은 신재용 선생님의 저서와 방송에서 소개한 건강과 음식에 대한 이야기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예전에 옥상에 놓고 물탱크로 쓰던 pvc통을 가로로 반 잘라 만든 작은 밭(?)에 고추와 상추를 심으로 올라갔다가 무성하게 자란 민들레를 보았습니다. 그 꽃이 얼마나 탐스럽고 예쁘던지요. 캐 보니 뿌리는 쭈글쭈글 생기가 없더군요. 잎과 꽃을 피우느라 영양분을 다 써버린 까닭이겠지요. 그래서 뿌리는 떼고 잎과 꽃대는 깨끗이 씻어 저녁 밥상에 올렸답니다.
접시에 하나 가득 풍성한 민들레 꽃쌈!

 어른들은 봄나물이라고 좋아하시고 아이들은 꽃도 먹느냐고 신기해합니다. 아직 피지 않은 어린 꽃봉오리를 떼어 쌈장에 찍어먹으니 상추랑 비슷한 맛이 난다고 장난 반 호기심 반으로 재미있게 먹습니다. 아빠가 놀리느라고 ‘강아지 똥- 권정생 글’얘기를 했슺니다. 그러나 ‘우리 집 옥상엔 강아지가 없어요.’하는 걸로 마무리가 되었고, 마침 학교 숙제로 읽게 된 강아지 똥의 민들레를 예사로이 보아 넘기지 않게 되었답니다.

 꽃 피기 전 민들레는 차로 만들어 마셔도 좋다고 하는 데 그 방법은 우리 가족에겐 잘 안 맞았습니다. 맛은 없었거든요. 그러나 오래된 간장병에는 좋다고 하네요.

 올 봄, 어디 깨끗한 곳에 핀 민들레 보이면 한 번 고민해 보시죠.
‘저걸 쌈으로 먹어? 차로 마셔?’

참. 이번 봄에 한이네와 현철이 현진이네, 그리고 태형, 문형이네 가족과 나의 오랜 벗이 왔을 때 하리 뒷밭에서 민들레를 캐서 대접했답니다. 민들레 꽃 만큼이나 환하게들 웃고 갔습니다.
2008. 4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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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체험 2
  -- 옥수수 알맹이 따기

아빠는 잠시 볼일을 보러 가고 하리하우스에 오롯이 남은 우리는 어둠이 짙어지자 좀 외로웠습니다. 뭔가 정신없이 신나게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옥수수 알맹이 따기를 했습니다. 나의 기억에 온 가족이 둘러 앉아 옥수수를 따던 일은 따뜻하고 재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온 가족이 둘러 앉아 옥수수를 까던 겨울밤의 추억 때문에 나는 즐거웠고, 아이들은 그것이 일종의 노동인 줄도 모르고 즐겁게 놀았습니다.

 먼저 바싹 마른 옥수수통을 왼손에 잡고 오른손에 송곳을 들고 송곳 끝으로 옥수수 알갱이 사이를 비집고 들어갑니다. 옥수수 알갱이와 알갱이 사이를 송곳으로 쭉 밀면 옥수수 알갱이들이 와르르 떨어집니다. 송곳이 위험하면  젓가락을 이용해도 됩니다. 그런데 옥수수가 바싹 잘 말랐을 땐 옥수수통을 양손으로 잡고 비틀기만 해도 알갱이들이 우르르 빠집니다. 물론 많이 하면 손바닥이 빨개지고 아프기도 합니다. 지윤이와 지승이도 손바닥이 빨개지도록 비틀면서 옥수수를 깠습니다. 혹시 물집이 생길까 싶어 중간에 그만 하라고 해도 끝까지 깠습니다. 저것들도 나처럼 옥수수 대궁을 보면 손바닥이 알알하도록 옥수수를 깠던 오늘 밤을 아름답게 떠올리겠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과 내가 공감할 수 있는 추억 하나가 더 생긴 것이 기뻤습니다. 우리에게 하리하우스가 있는 이상 우린 겨울마다 옥수수룰 까는 추억을 쌓아가겠지요.

 옥수수 속대가 모이자 지승이가 외가댁 소가 떠올랐는지
 “엄마, 내일 외갓집에 가요.  이거 음머 소 주게요.”
 합니다.
 
 생각은 그렇게 넓어지는 게 아닐까요. 옥수수를 까고 알갱인 뻥튀기 해 먹고 남은 속대는 소를 주고, 그 속대를 소는 여러 번 되새김질 하고......(이건 나중에 안 사실인데요, 소는 옥수수 속대를 먹지 않는 답니다. 외할머니께서 소외양간에 옥수수 속대가 굴러다니기에 누가 이랬나 했답니다. ) 이런 특별한 경험을 하며 자라는 아이들이 어떤 위치에서 어떤 일을 하는 사람으로 클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어떤 사람이 되던 자신의 자리에서  행복을 느끼는 인생이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 바람으로 ‘오늘도 무사히’ 학교에서 돌아오길 기도합니다.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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