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훤이 후백제를 세우고 1년이 지났을 무렵 신라 안에 또 다른 나라가 생겨났어요. 바로 '궁예'가 세운 '후고구려'였지요. 역사 드라마에서 궁예는 한쪽 눈을 가린 모습으로 등장하곤 해요. 그 이유는 궁예가 아기였을 때 사고로 한쪽 눈을 심하게 다쳤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기 때문이에요.

궁예는 원래 신라 왕자로 태어났다고 해요. 하지만 새로 태어난 왕자가 장차 나라를 망하게 할 운명이라는 말을 들은 왕은 왕자를 없애라는 명령을 내렸지요. 차마 어린 왕자를 죽일 수 없었던 신하는 왕자를 돌봐 주던 시녀와 짜고 왕자를 죽이는 척하면서 창밖으로 던졌어요. 그런데 시녀가 왕자를 받다가 그만 손가락으로 눈을 찌르는 바람에 왕자는 한쪽 눈을 잃고 말았어요. 자라면서 자신의 과거를 알게 된 궁예는 신라 왕실을 줄곧 원망했다고 해요.

어른이 된 궁예는 강원도 지역에서 힘을 떨치던 '양길'의 부하가 돼 군사들을 이끄는 대장으로 큰 활약을 했어요.

당시 궁예는 높은 지위에 있으면서도 일반 군사들처럼 힘든 생활을 마다하지 않았어요. 또한 부하들에게 상과 벌을 내릴 때도 언제나 공평하게 일을 처리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그를 진심으로 존경하고 따랐어요.

그렇게 자신을 따르는 세력을 넓혀 가던 궁예는 결국 양길을 몰아내고 강원도와 경기도 그리고 지금은 개성으로 불리는 '송악'까지 차지했어요. 그리고 얼마 뒤에는 신라에 무너진 고구려의 원수를 갚겠다면서 나라를 세우고 스스로 왕이 되었어요.

궁예가 세운 나라는 '고구려의 뒤를 잇는 나라'라는 뜻의 '후고구려'였어요. 이처럼 기울어 가는 신라 안에서 후백제와 후고구려가 차례대로 세워지면서 다시 '삼국 시대'가 시작된 거예요. 우리 역사에서는 이때를 가리켜 '후삼국 시대'라고 부른답니다.

소담주니어 ‘초등학생을 위한 역사를 빛낸 100명의 정치인’ (장현주 글, 강준구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