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8 보물창고

17세기 조선 보고서 『하멜 표류기』를 읽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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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 13. 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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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조선 보고서,『하멜 표류기』를 읽어야 하는 이유



연일 시청률을 갱신하며 인기와 신뢰를 동시에 얻고 있는 JTBC 뉴스룸 속 한 권의 책이 화제입니다. 간판 아나운서라고도 할 수 있는 손석희 아나운서가 앵커 브리핑 중 『하멜 표류기』「조선 왕국에 대한 기술」에 나온 하멜의 기록은 언급한 것인데요. 마침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1218 보물창고 시리즈에서도 새로운 번역으로 새옷을 차려입은 『하멜 표류기』가 출간되었기에 함께 소개합니다.



▲ JTBC 뉴스룸과 『하멜 표류기』 합성 이미지



부패하고 무능한 정부로 말미암아 벼랑 끝에 간신히 버티고 서 있는 지금의 한국은 모든 분야에서 적폐 청산의 목소리가 대두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루이틀이 아닌 오랫동안 쌓이고 쌓여 온 폐단을 뜻하는 적폐, 그 '적폐' 대체 언제부터 있었던 것일까요? 17세기 유럽 사람이었던 헨드릭 하멜의 목소리를 통해 수백 년 전 이미 나라를 어지럽힌 적폐를 확인해 볼까요?



올해는 새 작물이 나올 때까지 상황이 아주 심각했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굶주림으로 죽어 갔다. 노상강도가 많아 길을 다닐 수가 없을 정도였다. 왕의 명령으로 길에는 강력한 경비대들이 주둔하게 되었다. 그들은 굶주림으로 길가에서 죽은 시체들을 땅에 묻거나 여행자들을 보호했으며, 동시에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살인과 강도를 방지했다. 몇몇 고을과 마을은 노략을 당했다. 국고를 깨부수고 곡식을 훔쳐 가는 일도 있었지만 범인은 잡지 않았다. 대부분 고위 관료의 종들이 한 짓이었기 때문이다. 보통 백성들과 가난한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도토리와 소나무 속껍질, 잡초를 먹었다. -『하멜 표류기』 42쪽


3년이 넘는 끔찍한 흉년으로 서민들의 생활은 바닥으로 치달았습니다. 하멜은 수천 명의 사람들이 굶주림으로 죽었다고 기록하였지요. 그리고 살아남은 이들은 생을 연명하기 위해 도토리와 소나무 속껍질 그리고 잡초까지 먹어 치웠다고 합니다. 한편, 많은 고을과 마을은 노략질로 고통받았고, 나라의 곡식창고 역시 끊이지 않는 도둑질로 멀쩡할 날이 없었다고 하는데요. 놀랍게도 이런 상황에서도 고을과 마을의 행정관들은 범인을 잡지 않았다고 합니다. 범인을 잡지 못한 것이 아니라 잡지 않았다고요. 상식으로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상황인데요. 대부분의 범인들이 고위 관료들의 종이기 때문이었다고 하네요. 참으로 통탄할 일입니다.


신분제의 한계 속에서 한평생을 살아온 조선인들이기에 출세지향적인 사고 방식을 가지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높은 신분만 있다면 법을 초월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질 수 있었으니 말이지요. 어디, 다시 한 번 하멜의 기록을 볼까요?



종교와 사찰 그리고 종교적인 모임에 관해 이야기하자면, 일반 사람들은 주술적 의식을 통해 우상을 숭배하기도 하지만 수많은 신보다 공직에 있는 사람들을 더 숭배한다. 하지만 정작 지위가 높은 사람들과 귀족들은 우상을 숭배하지 않는다. 그들은 우상보다 자신이 더 고매하다고 여기는 것 같다. -『하멜 표류기』 89쪽에는 토속 신앙과 함께 불교가 일반적인 종교로 자리잡고 있었지만,

반 천 년의 역사를 가진 조선에는 토속 신앙과 불교와 유교가 일반적인 종교로 자리잡고 있었지만, 그보다 더 강력한 종교가 있었으니, 바로 신분 이었습니다. 하멜은 17세기 조선의 종교를 다루며 지위가 높은 사람들은 우상보다 자신이 더 고매하다고 여기는 것 같다고 기록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종교는 자신의 복을 비는 신앙이라는 점에서 그 복을 가져다줄 수 있는 존재가 신보다는 지체 높으신 양반들에 더 가깝다고 여겼던 것이지요.


이제 조선에서부터 또다시 백 년이 지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가 청산해야 하는 과제는 변함없는 엘리트 주의, 출세 주의, 학벌 주의 가 아닐까요? 과학과 기술의 발달은 비할 수 없을 만큼 성장한 21세기, 그러나 그 속은 여전히 곯고 썩어 갈길이 먼 우리나라가 어떤 것을 경계해야 하는지 알게 하는 최초의 국제 보고서, 『하멜 표류기』를 만나 보세요.


섬네일
하멜 표류기
작가
헨드릭 하멜
출판
보물창고
발매
2017.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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