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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시 어때요? <간송과 백남준의 만남.. 문화로 세상을 바꾸다>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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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 12. 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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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꽃지기씨, 우리 아이 겨울 방학에 가볼 전시회 소개 좀 해줘요."

올겨울에는 곳곳에서 다양한 예술전시가 열리고 있어 문화를 즐기는 사람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릅니다.

"우리 전통미술을 보여주고 싶으면 이곳 어떨까요?"

현재 DDP(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에서는 현대미술을 우리 전통미술과 접목한 색다른 전시가 열리고 있어 소개를 해보려고 합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해마다 봄 가을로 우리의 국보급 옛 그림들을 보러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에 가는 것이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우리의 옛 명화를 보려고 기꺼이 줄을 서는 오랜 기다림의 시간조차 즐거워하였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하지만 지금 간송미술관이 대대적인 보수공사 중이기 때문에 그동안 대신 이곳 DDP에 부스를 열고 현대화된 전시장에 그림을 진열하여

여러 달 동안 유료 전시를 하고 있는데 전국 곳곳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었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웬일인지 같은 그림들임에도 세련된 <DDP 전시관>에서 만나는 국보급 옛 그림들보다는 예전 성북동 간송미술관의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 낡고 오래된 미술관에서 만나는 옛 그림들의 정취가 더욱 아련하게 그립고 가슴을 흔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자세한 소식통인지 모르겠지만, 2016년 가을부터 2017년 봄까지 DDP전시를 끝으로 이제 새 간송미술관에서 전시를 하게 되나봅니다.

​DDP에서의 마지막 전시가 될지 모를 <간송과 백남준의 만남> 전시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간송과 백남준의 만남 전..

​2016년 11월 9일 ~2016년 2월 5일 (월요일 휴관)

DDP 배움터 2층 디자인박물관 (지하철 2호선 동대문역사공원 1번 출구)


"함께 가볼까요?"






 


전혀 와 닿지 않을 것 같은 간송과 백남준의 예술 세계가 서로 닿아있는 부분이 있을까요?

사뭇 궁금해지는 전시입니다. 





​간송 전형필 선생(1906-1962)..

서울 대부호의 아들로 태어나 어린 나이에 부모를 여읜 간송은 대학 졸업 후 고등학교 은사이신 고희동 선생의 소개로

당대 최고 한학자이신 위창 오세창 선생을 만납니다.

오세창 선생과의 만남에서 '문화보국(文化保國-문화로 나라를 지킨다)' 신념을 갖게 되면서 

그 어떤 대가나 희생을 마다하지 않고 우리 문화재 수호에 앞장서게 됩니다. 


삼국시대 불상, 고려. 조선의 청자와 백자를 비롯하여 훈민정음, 수많은 옛 그림과 정선, 김홍도, 신윤복의 그림,

한호, 김정희의 글씨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우리 국보급 문화재를 일제의 손아귀로부터 지켜냅니다.

1938년 우리나라의 전적 및 고미술품과 국학 자료를 전시하기 위해 성북동에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 박물관인 <보화각>을 세웁니다.

(건축가 박길룡 설계)

보화각(葆華閣).. 빛나는 보물을 모아둔 집..



간송은 1940년 민족학교 <보성고보현>(현재 보성중고등학교)을 인수하고 교육자로서 후진 양성에 힘쓰고

후학들의 고미술 연구와 문예 창작을 후원하다가 1962년 57세 이른 나이에 타계합니다.


현재의 성북동 <간송미술관>은 <보화각>에서 출발하여 1966년 간송의 아들 전성우와 전영우에 의해

​<한국민족미술연구소>와 함께 현재의 이름으로 새롭게 발족하였습니다.

 

옛 간송미술관 현판 보화각.. 

옛 간송미술관 건물 외관..​




 전시장 안으로 들어가 보십니다!!



간송​과 백남준의 만남..

간송컬렉션의 작품들과 함께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출품한 백남준 작품 28점이 전시되었습니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문화가 만나면 어떤 울림이 있을까요?

우리 옛 작품들과 최첨단 현대 예술의 작품들을 서로 엮어 가보는 흥미로운 전시회입니다.

 


제1전시 공간..


①삼성 SUHD TV


간송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풍속인물화> 중에서 가장 뛰어난 10점을 선별해 움직이는 아트 4K 디지털 예술로 보여줍니다.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를 비롯한 "혜원전신첩"에 실린 여러 작품과 단원 김홍도의 걸작 <마상청앵도>,

긍재 김득신의 <야묘도추>, 유춘 이인문의 <목양취소> 등등을 볼 수 있습니다.


간송아트 컬렉션,구범석,2016,14분 56초

 


보화각..

<간송미술관>의 옛이름인 <보화각>을 가상현실이라는 새로운 미디어 장르로 보여줍니다.

VR미디어를 통해 시공간을 뛰어넘어 초현실적인 예술작품으로서 <보화각>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보화각, 구범석,360도 3D VR필름, 4분 40초,2016




제2전시 공간..


복록과 수명, 그리고 부귀의 상징.. 

​이 공간에 장승업의 <기명절지도>와 백남준의 설치 작품 <비디오 샹들리에 1번>이 함께 배치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복()에 대한 시각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는 전시입니다.

천장에 대롱대롱 매달린 비디오 샹들리에..

샹들리에는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사용했다고 전해지는데 처음엔 촛불로 조명 역할을 했다가

르네상스 시기 이후부터는 조명뿐만 아니라 건축 내부 장식 기능을 하게 되었답니다.

부유한 상류층의 전유물로서 샹들리에는 '부유함'의 상징이었습니다.


1989년 백남준은 <비디오 샹들리에 1번>을 제작하여 샹들리에에 소형 Tv들을 매달았습니다.

부의 상징인 샹들리에에 부와 정보를 함께 담았던 이 작품을 우리 옛 그림과 견주어보는 시도가 기발합니다.

 


 

 


오원 장승업(1843-1897)의 <기명절지도> 10폭의 작품 중 4폭이 전시되었습니다.

지금 이 공간에는 백남준의 작품과 함께 한다는 의미로 비디오 영상으로 설치해두었고

실제 <기명절지도> 원작은 안쪽 전시장에 따로 전시되어 있습니다.


복되고 부귀를 누리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

우리가 새해 인사를 할 때 으레 하는 덕담이 이 작품들 속에도 담겨있는 것 같습니다.





장승업이 종이에 담채로 그림 작품들인 <기명절지도> 10폭 가운데 4폭 실제 원작들..


약야홍장(若耶紅粧 약야계의 붉은 연꽃)- 연꽃은 군자를 상징하고 뿌리는 자손번창, 또는 형제나 동기 간의 우애를 바란다는 내용.
  게는 딱딱한 껍질이 갑(甲)과 통하여 장원급제를 축원한다는 내용, 소철은 사철 푸르듯이 모든 일이 잘 되기를 바란다는 내용.




서안괘어(書案掛魚 책상에 걸린 물고기)- 두 마리 물고기와 난초는 과거에 급제해서 벼슬 길에 나가기를 바란다는 내용.


 

 

③고동추실(古銅秋實 오래 된 동그릇과 가을 열매)-자식들이 많아 호사스럽게 되기를 바란다는 내용.



향로수선(香爐水仙 향로와 수선화)- 향기로운 세상에서 신선처럼 오래오래 살기를 바란다는 내용.


   
 


제3전시 공간..


이상향을 찾아가는 두 가지 방법..


​이상향..

예나 지금이나 그곳에 도달하면 사람들은 근심 걱정 없이 최고의 행복을 누리며 오래오래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꿈의 세계, 유토피아, 이상향을 가슴에 품고 살아갑니다.

현실이 오죽 힘들고 비참하면 그럴까요.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그 세계를 찾아가려 하는 사람들의 무한 소망을 그린 공상 소설도 참 많습니다.


저마다 그 찾아가는 방법은 다르지만 이번에 소개할 두 작품을 보면 이상향을 향한 마음들은 뜨겁고 간절해 보입니다.

이번에는 백남준의 <코끼리마차>라는 작품과 심사정의 <촉잔도권>을 연결 지어 이상향을 찾아가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코끼리마차>..


백남준의 코끼리마차는 정보통신에 대한 역사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상서로운 동물 코끼리는 먼 옛날 이동수단으로 사용되었는데 여기서 코끼리와 TV라는 소통의 매개체를 연결시킵니다.


이상향을 ​향해 가고있는 코끼리 마차에는 많은 TV와 축음기 같은 것들이 수레 위에 잔뜩 실려 있습니다.
코끼리 위에 앉은 부처님은 노란 우산을 쓰고 행차 중이며 한때는 특권층의 전유물이던 TV는 지금은 모든 사람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정보가 되었으니 옛 사람들의 소망이 이루어진 것이 아닐까요?






심사정이 62세에 이상향을 찾아가는 모습을 그린 국보급 옛 그림 <촉잔도권>이 이번에 처음 공개되었답니다.

대형 두루마리 그림인데 좀처럼 보기 힘든 귀한 그림이니 전시장에 가거든 처음부터 끝까지 유심히 보고 오기를 권합니다.


현재 중국 사천성과 광서성에 해당하는 촉나라로 가는 길은 매우 험난하여 시인 이백이 '촉을 향하는 길은 하늘을 오르기보다 힘들다.'

하였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오른쪽부터 왼쪽으로 따라가면서 바라보면 험준한 산길과 굽이굽이 물길을 만드는 깊은 계곡이 끝없이 이어집니다.

그 끝없이 이어지는 구불구불한 길은 인생의 역경이 아닐런지요.

마지막에는 평화로운 강 하구에 돛단배들이 순풍을 맞아 어딘가로 흘러가는 모습으로 끝을 맺습니다.

초반의 역경을 참고 이겨내면 이렇게 아름답고 평화로운 삶을 살 수 있다는 교훈을 줍니다.  


촉잔도권(蜀棧圖卷)..


현재 심사정(1707-1769)이 1766년(영조 42) 62세 되던 해에 조카인 심유진의 부탁으로 중국 사천성 가릉강 삼백리 촉도산천을

그린 대관산수도권(연속으로 이어지는 장대한 자연경관을 그림 산수화로 그려낸 긴 두루마리)입니다.


60평생 그림 이력을 총정리하기 위해 이 한 폭의 그림을 마지막으로 그려 남겼다고 합니다.

<촉잔도권>은 조선 남종화법인 12준법이 갖춰져 있답니다.

심사정이 중국 화보를 공부하고 정선의 진경산수화법 수련을 통해 두 방법을 융합하고 함축한 독창적인 화법이랍니다.

촉잔도권,심사정,1766,종이에 담채,58cmx818cm
 


두루마리 끝에는 '무자년 중추 이당의 촉잔을 방한다. 현재(戊子仲秋倣寫李唐蜀棧 玄齋)'라는 관서를 남겨 이 작품이

남송시대 화가 이당의 촉잔도를 모방해 그렸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세세하게 뜯어보면 그림 속 풍경이 실감 나서 재미있습니다.




명보기완(名寶奇玩)-이름난 보물 기이한 보배라는 뜻..


그림 앞뒤로 대단한 걸작을 기리는, 심유진의 아들 심래영의 제발 서기와 위창 오세창의 품평이 실려있습니다. 




제4전시 공간..


상상력을 자극하는 달..


이번 전시에서는 옛날 예술가와 현대 예술가​의 마음속에 흐르고 있는 달에 관한 정취를 견주어 엮어보고 있습니다.

보름달을 바라보는 장승업의 낭만적인 개와 Tv 속 달을 보는 향수에 젖은 백남준의 토끼, 뭔가 그 감성이 닿아있는 것 같지 않나요?


"달은 인류 최초의 텔레비전이다." -백남준 

백남준은 달을 소재로 여러 작품을 제작하는데 <달에 사는 토끼>도 그렇게 해서 만들어집니다.

나무로 만든 토끼가 TV 속의 달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영상, 아주 유명한 작품입니다.

푸른 TV 영상 빛이 쏟아지는​ 가운데 그 안에 있는 달을 응시하는 토끼, 토끼와 달은 자연스럽게 연결지어집니다.


사실 달 속에 토끼가 살고 있다고 믿는 우리의 오랜 전설에서 비롯한 상상력​의 결과입니다.

실제 과학적인 사실로는 그런 상상이 터무니없겠지만 우리의 마음속에는 달 속에 옥토끼가 방아를 찧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있습니다.


달에 사는 토끼, 백남준,1996





조선 말기의 화가 오원 장승업(1843-1897)이 달과 풍경을 그린 <오동폐월(梧桐吠月)>을 감상해봅니다.

오동폐월(梧桐吠月)- 오동나무 아래에서 개가 달을 보고 짖다


제목은 '오동나무 아래에서 개가 달을 보고 짖는다' 하였지만 정작 바둑이는 달빛을 받아 노랗게 빛나는 국화꽃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오동나무는 예로부터 봉황이 날아드는 신령한 나무라 여겼고 개는 삿된 것을 쫓아내는 영험한 동물로 여겼답니다.

휘영청 보름달이 뜬 깊은 밤에 국화가 달빛을 받아 노랗게 빛납니다.

쓸쓸한 가을 달밤에 그 아름다운 정취에 홀린 듯 바둑이가 깡충거리며 달을 보고 또 국화꽃을 보고 있는데

그 사이로 커다란 오동잎이 보이는 풍경이라니...... . 참으로 시적인 아름다움입니다.


여기에 실린 글씨는 '조선 장승업이 그리다(朝鮮張承業作畵)'이며 인장은 '진중상사(珍重相思)'입니다.


오동폐월,장승업,비단에 담채,145.1X41.4cm


안쪽 넓은 전시장에는 내로라하는 우리 국보급 옛 산수화 그림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하나하나 감상하는데 아름다운 우리 옛 그림을 직접 보는 것에 감격하여 두근거리는 가슴을 애써 진정하며 보았답니다.

몇 작품만 살펴보겠습니다.




제5전시 공간..

 

간송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소중한 국보급 우리 옛 그림들을 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심사정, 장승업, 최북, 김명국 등의 작품이 소개되었습니다.


*현재 심사정(1707-1769)..


①주유관폭(舟遊觀瀑- 배를 타고 폭포를 구경하다)..

현재 <심사정>은 겸재 <정선>, 관아재 <조영석> 등과 함께 조선후기의 '사인삼재(士人三齋)'로 불렸던 남종화의 대가입니다.

​심사정이 34살에 그린 <주유관폭>은 조선 회화사에서 보기 드문 수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라고 알려졌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배를 타고 폭포를 구경하는 모습을 그렸는데 산꼭대기 부분은 피마준(물결치는 필선)으로 부드럽게 그렸고

중간 봉우리는 부벽준(산수화에서 산이나 바위를 그릴 때 측필을 이용해 도끼로 팬 나무의 표면처럼 나타내는 준법)으로

강조하며 변화를 주었는데 나룻배 노를 젓는 사람의 역동적인 모습까지 담아내어 아주 흥미롭게 보았습니다.

주유관폭,심사정,1740,비단에 담채



고사은거(高士隱居- 뜻높은 선비가 은거하다).. 


굵은 소나무 세 그루가 하늘을 찌르고 대밭이 무성한 산속에 기와 정자가 아늑하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앞에는 물이 흐르고 옆으로는 폭포가 떨어지는 아름다운 풍경이 시동이 마당에 떨어진 낙엽을 쓸고 있는 동안 쌍학이 춤을 추고

산책갔다 돌아오는 주인은 마악 돌다리를 건너고 있습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한 번쯤 이렇게 푹 쉬고 싶은 마음이 담겨져 있는 은자의 삶, 생각만 해도 절로 힐링이 되겠습니다.


고사은거, 심사정,종이에 담채


*삼기재 최북(1712-1786).. '조선의 반 고흐'라 불리는 화가입니다.


①석림모옥(石林茆屋- 바위 숲속의 초가집).. 


이 작품은 <고씨화보(顧氏畵譜)>에 실린 원나라 때 화가 고극동의 그림을 참고하여 그린 그림이라고 합니다.

언덕 위에 있는 네 그루의 고목이 가지를 펼쳐 강가에 세워진 누각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습니다.

강에는 나룻배에 탄 사람이 노를 저어 강나루로 향하고 뒤쪽으로 보일 듯 말 듯 구름이 머흘은 산이 첩첩이 늘어서 있습니다.


그림 위쪽 하늘에는 명나라 시인 이동양의 시 한 수를 적어놓았고 제시 끝에는 ‘삼기재(三奇齋)’라는 최북의 호를 적었습니다.


숨은 듯 그윽한 바위에 굽이굽이 흐르는 물
돌 숲 초가집엔 두서너 개 서까래
평생 강산의 흥 다하지 못하고
다만 그림만 그린 가련함

석림모옥, 최북, 종이에 담채, 79×119cm


  
송정야흥(松亭夜興- 소나무 정자의 밤 흥취).. 


최북은 만년에 자신의 호를 '필호(筆毫 붓)로 먹고산다'라는 뜻에서 '호생관(毫生館)'이라고 일컫게 됩니다.

천부적인 재능을 갖춘 데다가 직업 화가로서의 자부심을 갖고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예술가로서의 길을 간 기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온통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계곡에 물이 흐르고 키 높은 소나무 아래 정자가 서있는데 두 사람이 한가로이 담소를 나누고 있습니다.

누각의 다리가 엄청 긴 것을 보니 아래 골짜기를 내려다보는 바로 옆에 정자를 세운 듯 보입니다.


자다 깨어 함께 소나무와 벽오동 그림자에 기대니

한밤 달은 밝고 호수는 출렁이네


송정야흥,최북,종이에 담채,50.1 x 110cm


*오원 장승업(1843-1897) 의 산수 4폭


①귀거래도(歸去來圖)-고향으로 돌아오는 그림

②​산인영객(山人迎客)-산사람이 손님을 맞다

암하분류(岩下奔流-바위 아래로 치달리는 물

④도원상루(桃源霜樓)-도원의 서리 앉은 누각

 


생생한 인물묘사..


 

제6전시 공간..


파격과 일탈..


한 시대를 풍미하고 이끌었던 규칙과 질서가 시간이 지나면서 그 의미를 차츰 잃어갑니다.

유행은 흘러가고 가치관이 변하면서 새로운 예술이 대두하기 시작합니다.

현대 음악 작곡가인 존 케이지는 <4분 33초>라는 획기적이고 전위적 작품을 발표하며 현대 예술의 전환기를 가져옵니다.

백남준은 존 케이지를 존경하여 그에게 바치는 작품을 만들기도 합니다.


존케이지에게 대한 경의,1954-1962,릴테이프




백남준도 케이지의 영향을 받아 당시 아무도 생각하지 못할 방식으로 파격적인 행위예술을 선보입니다.

머리카락과 손, 넥타이에 먹물을 적셔 종이에 선을 그어내려간 퍼포먼스 <머리를 위한 선(禪)>은 지금 보아도 놀랍고 충격적입니다.


"직선 하나를 긋고 그것을 따라가라"-라 몬테 영의 소코어


비디오 영상이 함께 합니다.




머리를 위한 선,백남준,연도미상,종이에 잉크,196X68cm



유럽 대륙의 모습을 닮은 섬을 그린 후 비판적인 문구를 적어넣은 잡지 <데콜라주 바다의 플럭서스 섬> 포스터입니다.

데콜라주 바다의 플럭서스 섬,백남준,1964,종이에 드로잉



실제로 전시장 바닥에 포스터 내용을 그대로 그림으로 그려놓았습니다.


"출생에 동의한 아기만 태어나게 하는 진보적인 산부인과" 라든가 "자유롭고 고통 없는 낙태를 위한 병원" ,

"고통 없는 자살연구소" 같은 기발한 문구가 보입니다.





백남준 못지않게 조선시대에도 파격적이며 일탈을 일삼던 기인 예술가가 있었답니다.

일명 '취옹'이라 불릴 정도로 술을 무지 좋아하던 화가 김명국은 조선 인조와 효종 시대에 활동하였는데
격식이나 법칙에 매이지 않고 대범하고 힘들이지 않고 일필휘지로 그려내는 자유로운 스타일의 자신만의 그림을 선보였다고 합니다.


*김명국(?-?)


김명국은 불교의 선과 도교의 신선사상으로 이상향을 꿈꿉니다.

전시장에는 김명국의 꽤 많은 작품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①송하문동(松下問童)-소나무 아래에서 동자에게 묻다


깊은 산속 초가 앞에서 백발 손님이 아이에게 묻고 있습니다.

구부러진 노송 아래에서 공손하게 올려다보는 아이와 내려다보는 노인의 정겨운 풍경이 보입니다.

당나라 시인 가도의 시 <심은자불우(尋隱者不遇)-은자를 찾아갔다가 만나지 못하다>를 소재로 그림을 그렸다고 합니다.


소나무 아래에서 동자에게 물으니 스승은 약 캐러 갔다네

다만 이 산중에 있건만 구름 깊어 있는 곳 알 수 없다네


송하문동, 김명국,17세기 경,비단에 수묵,14.7X21.8cm





김명국 니금산수 병풍..

비단을 먹물로 검게 물들인 뒤 아교에 갠 금분으로 그린 니금산수병풍입니다.

조선 중기에 많이 보이는데 니금법은 재료를 다루는 과정이 복잡하고 일정한 수련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직업화가들이 주요 사용하였다고 합니다.

마지막 폭에 연담의 관서와 김명국인의 금문이 찍혀 있습니다.


수박선관(水舶仙館)-물가의 배와 신선이 사는 집

수변한화(水邊閑話)-물가에서 한가롭게 대화하다

호월승흥(湖月乘興)-호수의 달에 흥이 오르다

계산무림(溪山茂林)-시내와 산과 빽빽한 숲


김명국,검은 비단에 금가루

수변한화..

호월승흥..



③철괴


신선 철괴는 굶어 죽은 시신에 혼을 불어넣어 일어났기 때문에 절름발이에 형체가 험상궂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팡이에 의지한 형색으로 나옵니다. 술취한 늙은이 취옹(醉翁)이라는 글씨가 보입니다.


철괴, 김명국, 종이에 수묵,29.5X20cm


비급전관(秘급展觀)-비결을 펼쳐보다

신선들이 비결의 방안이 적힌 족자를 두고 얘기 중입니다.

그 옆에 오래되어 구부러진 노송이 늘어져 있습니다.


비급전관,김명국, 종이에 담채,121.5X82.5cm



수로예구(壽老曳龜)- 수노인이 거북을 끌다

수노인은 수성이라고 불리는 남극성이 의인화된 신선이어서 '남극노인'이라고도 합니다.

머리가 매우 크고 백발을 하고 있으며 손에 지팡이를 짚고 둥근 부채를 들고 다닙니다.

장수를 비는 대상거북이는 오래 살기 때문에 인간의 수명을 관장하는 수노인이 끌고 다닙니다.


수로예구,김명국,종이에 수묵,100.5X52.7cm


⑥춘남극노인, 추남극노인

나라가 태평하기를 기원하는 <남극노인도>입니다.

사람의 수명을 관장하는 남극성이 사람의 모습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남극성은 춘분 저녁과 추분 새벽에 보이는데 남극성이 보이면 천하가 잘 다스려지고 보이지 않으면 병란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추남극노인,장승업,134.7X64.1cm




제7전시 공간..


세 사람..


"호계삼소(虎溪三笑)"라는 유명한 고사를 형상화한 그림이 있습니다.

중국 동진 시대 혜원스님은 손님이 찾아오면 으레 배웅을 하는데 언제나 <호계>라는 계곡을 넘지 않았다고 합니다.

어느 날 도연명과 도사 육수정이 찾아와서 같이 담소를 나누면서 배웅을 하였는데 이야기에 열중하다 보니

그만 호계를 넘는 것을 잊었다고 합니다.

세 사람은 호랑이 우는 소리에 놀랐고 그제야 호계를 넘었음을 알고 모두 웃었다고 합니다.


유불선이 하나 되는 순간을 뜻한다고 합니다. 삼교회통(三敎會通)의 의미.

호계삼소,최북,비단에 담채,29.7X21cm


백남준의 로봇 작품들 중에 한 세기를 풍미했던 인물을 주제로 한 <슈베르트>와 <율곡>, <찰리 채플린>이 있답니다.

앞서 본 최북의 <호계삼소>와 견주어 백남준의 세 작품을 한 데 엮어 시공간을 초월하여 한자리에 모아서  배치하였는데

서로 다른 시대와 다른 공간에 살았지만 여전히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표현하였다고 합니다.



<슈베르트>는 음악가답게 빨간 축음기 스피커를 고깔모자처럼 쓰고 아홉 개의 진공 라디오로 신체 전반부가 구성되어 있습니다.

영상에서는 샬롯 무어먼이 백남준의 신체를 첼로 삼아 연주하는 모습과 그 밖의 여러 퍼포먼스 장면이 나옵니다.


슈베르트,백남준,2001,진공관 라디오, 소형 모니커,축음기 스피커,183X108X61cm,백남준아트센터 소장

한국의 인물들을 주제로 하여 제작한 로봇시리즈 중 하나.
<율곡>은 진공관 모니터로 머리를 만들고 가슴과 배에도 모니터를 달았으며, 팔에는 공 모양의 안테나를 달고

모서리가 둥근 라디오로 표현한 두 다리에서 양반다리를 하고 있는 선비의 모습을 연상케 합니다.


율곡,백남준,2001,구형텔레비전,구형 라디오,165X189X48cm,백남준아트센터 소장


<찰리 채플린>은 고풍스러운 TV 모니터와 전구로 구성되어 무성영화 시대의 향수를 자아내는 작품입니다.

찰리 채플린은 인간성에 대해 특유의 서정적이면서도 유쾌한 감각으로 비판한 무성영화들을 제작하여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인간화된 기술, 기술과 인간의 조화라는 주제로 형상화한 찰리 채플린 몸에 있는 모니터에서는 채플린의 영화 장면이 흘러나옵니다.

찰리 채플린,백남준,2001,구형텔레비전,구형 라디오,전구,185X152X56cm,백남준아트센터 소장



제8전시 공간..


백남준의 작품들..


요즘 우리나라에서 기획되는 많은 전시장에서 백남준의 작품을 한두 점이라도 보는 것이 흔해졌습니다.

너무도 낯설고 기이하고 독창적인 예술을 선보여 매 전시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였던 빼어난 감각의 현대예술가로서 한 시대를 맘껏

풍미했던 세계적인 작가 백남준에 대해 정작 우리는 작품 이해도 채 못하고 뜨악해하는데 반해, 외국인들은 백남준의 작품을 보는 것을 대단하게 여기고 진지하게 바라봅니다.


이곳에는 백남준의 걸작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동안 수박 겉핥기 식으로 보았던 작품들을 하나하나 음미해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①TV 시계..

이렇게 24개의 Tv 수상기가 죽 진열되어 있는 이 특이한 것도 백남준의 작품 <TV 시계>입니다.

하루 24시간을 뜻하는 24개의 모니터로 구성된 TV 시계는 모니터의 주사선을 조작하여 하나의 선으로 빛을 발하도록 제작되었습니다.

우리가 평소 가시적으로 느끼지 못하는 시간이 굴러감을 볼 수 있는 기발한 작품입니다.


TV 시계,백남준,1976/1991,조작된 컬러 모니터,백남준아트센터 소장




②TV 첼로


백남준을 세상에 알린 유명한 작품입니다.

백남준이 미국의 첼리스트 '샬롯 무어먼(Charlotte Moorman)'을 위해 제작한 비디오 오브제 중 <TV브라>와 함께

가장 대표적인 작품으로 크기가 다른 여러 대의 모니터를 결합해서 첼로 모양으로 만들고 그 위에 현을 설치한 비디오 작품입니다.


TV첼로,백남준,1971,플렉시글라스 박스, 4개의 현, 모니터,167X79X121.8cm,,아라리오 컬렉션



실제 공연이 이루어지고 있는 장면이 나오는데 Tv 첼로를 연주하면 텔레비전 영상이 일그러지기도 합니다.

<TV첼로와 비디오 테이프를 위한 협주곡> 카셀 도큐멘타 6 공연 영상이 발췌되어 화면에 나타납니다.

 TV첼로와 비디오 테이프를 위한 협주곡,1977,비디오,컬러,유성,6분 46초,,백남준아트센터 소장













이상향으로 가는 문이며 기복을 비는 상징이 담긴 문 <인디언게이트>..

화려한 봉황이 문 위에 올라서 있는 인디언 게이트는 인디언들의 문을 뜻합니다.

인류문화사의 타자였던 북미 원주민의 문화요소들을 담아 표현하였는데 문은 우주의 섭리와 선악을 지배하는 신들의 출입구이자

성경에서 영원한 구원에 이르는 통로를 상징하며, 또한 삶과 죽음의 경계를 상징하여 건강과 복을 비는 기복의 의미도 담겨있답니다.

봉황은 천하가 크게 평안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답니다.


인디언 게이트,백남준,1997,봉황 조각상,나무,모니커,410X392X82cm,개인소장



제9전시 공간..


깨달음에 대하여..


서구 철학계와 지식인들에게 깊은 영향을 주었던 백남준의 대표작 <TV 부처>에서 부처는 자신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습니다.

가부좌를 틀고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며 깊은 성찰을 하고 있는 부처처럼 자신이 누구인지 응시할 때 비로소 깊은 깨달음이 옵니다.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모니터에 관객의 모습이 나오기도 합니다.

​1974년 뉴욕의 보니노 갤러리에서 처음 선보인 이 작품은 부처상을 폐쇄 회로 카메라 앞에 앉히면서 완성되었습니다.

뉴미디어의 환경에 놓인 현대인의 모습을 담아 기술 문명이 가져온 빛과 어둠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TV 부처,백남준,TV모니터,부처상,폐쇄회로 캄라,삼각대,가변크기,백남준아트센터 소장






백남준의 <TV 부처>와 함께 가부좌를 한 스님이 물가를 바라보는 최북의 <관수삼매> 작품이 영상으로 소개되었습니다.

스님은 무릎 아래 경전일랑 잠시 내려 두고 내면에 있는 참된 자아를 찾아가는 길인 듯 보입니다.





관수삼매(觀水三昧)-물을 보며 삼매에 들다


종려나무와 큰 바위가 있는 계곡 너럭바위 위에 한 스님이 가부좌를 틀고 있습니다.

매화점 박힌 분홍색 자리에 앉아 계곡을 바라보는데 물은 흐르고 스님은 고요한 선정에 듭니다.

보고 있으면 어디선가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며 한없이 마음이 고요해지는 작품입니다.


관수삼매,최북,비담에 담채,31.6X11cm




제10전시 공간..

마지막 공간에서는 백남준의 비디오작품들로 꾸며져 있습니다.

오래된 구식 TV 케이스 안에 촛불 하나가 켜져 있습니다.

빛은 인류 문명의 시작을 상징하고 백남준은 광원은 정보와 같다고 하였답니다.

이 작품을 통해 TV를 새로운 문명의 시작으로 간주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촛불 TV,백남준,1975/1999,초,빈티지 케이스,32X41X39cm,백남준아트센터 소장



이곳에서는 새로운 밀레니엄이 시작되던 1999년 12월 31일 한국 임진각에서 열린 <새천년 통일기원제-DMZ2000>에서 소개되었던

비디오 영상작품 ​<호랑이는 살아있다,1999>를 비롯하여 예술로서 매스미디어의 긍정적 사용을 토로한 <굿모닝 미스터 오웰,1984>,

<바이바이 키플링,1986>, <손에 손잡고,1988> 등의 작품 영상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고속도로로 가는 열쇠(로제타 스톤>..


1995년 백남준은 자신의 작품 활동의 변화와 여정을 암호화한 작품을 만듭니다.

나폴레옹 군대가 이집트 원정 당시 발굴한 로제타석의 형상을 본떠서 비디오 드로잉과 영어, 불어, 독어, 일어로 작성된 예술세계 이력, 비디오 영상에서 발췌한 사진 등이 실려있습니다.

이 작품을 꼼꼼히 보면 백남준의 예술세계가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고속도로로 가는 열쇠(로제타 스톤),백남준,1995,음각인쇄에칭,스크린 프린트,88X71cm,백남준아트센터 소장









자..

<간송과 백남준의 만남.. 문화로 세상을 바꾸다 > 전시회 소개를 마칩니다.

좋은 전시회를 정성껏 소개해주고 싶은 마음이 커서 그만 또 엄청나게 길어지고 말았습니다.



개인적으로 간송미술관에 소장된 가슴을 흔드는 옛 그림들과 명품 백남준 작품들을 또 보고 싶어서 두 번이나 DDP를 다녀왔습니다.

특히 심사정의 <촉잔도권>의 그림을 앞에서부터 끝까지 하나하나 다 들여다보며 무궁무진한 그림을 홀리듯 본 것이 가장 기뻤습니다.

그리고 덕분에 이제까지와 다른 새로운 문화의 세계를 열어 준 백남준에 대한 좀 더 친근하고 새로운 평가를 하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이번 전시회에는 지방에서 올라오신 친지 가족들을 모시고 왔는데 잘 알려진 일반 서양회화 전시와는 다른 우리의 옛 그림들과 말로만 들었던 백남준 작품들을 보며 처음에는 꽤 낯설어하셨지만 우리의 편협한 시각을 다르게 할 수 있었던 좋은 전시였다고 입을 모읍니다.

다음번에는 그리운 성북동 <간송미술관>에서 옛 그림들을 다시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 겨울방학 때 아이들에게 우리 옛 그림과 현대 예술작품을 함께 감상할 기회를 주니 꼭 보십사 추천합니다.


(느꽃지기 2017.1.12.목)


기간- 2016년11월 9일 ~2017년 2월 5일

장소- DDP배움터 2층 디자인박물관 (지하철 2호선 동대문역사공원 1번 출구)

       (폰 사진 촬영 가능) 





느꽃지기
느꽃지기

은근하고 야무지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