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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1일 작곡가 레오 들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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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2. 21.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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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1일



 

작곡가 레오 들리브 

태어나다 (1836~1891)  




발레하면 떠오르는게 뭘까? 

곧게 뻗은 다리? 러시아 발레리나? 디아길레프? 왕립 발레단?

발레 역사의 초기에는 루이 14세와 같은 제왕의 이름이 떠오른다. 베르사이유 왕정, 그리고 륄리, 라모, 샤르팡티에와 같은 프랑스 바로크 음악가들의 이름. 그런데 그 시대의 발레는 오페라와 불가분의 관계였다. 독립적이지 않았다.


프랑스 낭만주의 음악가 들리브 Leo Delibes 는 발레음악의 독립선언문을 썼다고나 할까?

물론 다른 음악가들이 발레를 꼭 오페라와 결부시킨 것은 아니었다. 때때로 발레곡을 따로 쓰기도 했다. 하지만 진지하게 발레곡을 생각한 것은 아니었고, 안무가의 요청에 따른 돈벌이같은 하찮은 삽입이었다. 그런 고정관념을 깬 인물이 바로 들리브였다.


차이코프스키는 들리브의 발레음악을 들으면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 들리브의 대표곡이라면? <코펠리아>와 <실비아>다. 차이코프스키가 <백조의 호수>와 같은 멋진 발레음악을 쓰도록 동기유발을 한 사람이 들리브라 해도 지나치진 않을 것이다. 그의 발레는 춤곡의 어법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으며, 생동감있는 흐름과 제대로 짜여진 조형의 아름다움을 낱낱이 보여준다. 특히 <코펠리아> 인형이 생명을 얻어 사람처럼 된다는 환상적인 스토리를 담아 눈길을 끌었다. 


들리브는 그냥 발레음악 작곡가로 만족했을까?

아니다. 숫자는 많지 않지만 오페라를 잊고 갈 수는 없겠다. 그의 <라크메>는 이국적인 배경과 거기 꼭 맞는 엑조틱한 선율미로 크게 인기를 끌었다. 여기서 가장 유명한 노래는 1막 시작하자 마자 등장하는 두 소프라노(주인공과 시녀)의 두엣곡, "꽃의 이중창"일 것이다. 인도나 사라센이나 투르크 어디쯤인가가 떠오르는 선율, 먼저 들어보자.  


△ 들리브 오페라 <라크메> 꽃의 이중창


들리브의 스승은 아당 Adolph Adam 이다. 

발레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아당의 <지젤>을 까먹지는 않을 것이다. 그가 말한 음악관이 이러했다. "음악을 쓸 때 나의야망은 음악을 투명하게 쓰는 것이다. 쉡게 드러나 보이고 그래서 대중이 즐거움을 느낄만큼 잘 보이게." 들리브가 그의 패턴을 따랐음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왜냐하면 들리브 역시 '다 보여주는' 상쾌한 음악을 썼으니까.


사람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은 뭘까? 아마도 들리브는 여기 집중했던 것 같다. 그래서 마이어베어, 구노, 비제 등의 프랑스 음악가들 작품을 파고 들었다. 그리곤 그들의 개성을 주의깊게 끌어내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그걸 그 자신의 것으로 부르는게 가능할 지 어떨 지, 다른 음악가들의 A가 들리브의 수중에 들어 와서 A'가 된 모양새일까. 여하간 그는 크게 성공했다. 성공의 함수는 그렇게 보면 어쩌면 옛날이나 지금이나 엇비슷한 지. 들리브의 예민한 선율이 누군가를 모방했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스타일의 문제였을 뿐.




그는 프랑스 생제르맹 태생으로 파리 국립 음악원에서 수학했다. 테아트르 리리크의 반주자로 채용되면서 구노, 비제, 베를리오즈를 만나게 되었다. 처음부터 코믹 오페라와 오페레타에 재능을 보였는데 작곡을 계속 하다가 발레음악의 가능성에 더 집중하게 된다. 1869년 오페레타는 그만 두고 <코펠리아>를 내놓았다.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난 후 한참 지난 1876년 후속 발레작 <실비아>를 공개했다. 오페라 <라크메>는 가장 나중에 터뜨린 폭죽이다.




△ 들리브 발레음악 <코펠리아> 중 '마주르카' - 발레 버전


△ 들리브 발레음악 <코펠리아> 중 '서주와 마주르카' - 콘서트 버전


폴란드 춤곡 마주르카는 바로 이런 맛이다. 러시아 발레단이 준비한 윗 영상은 다소 빠르지만 원래의 마주르카 원형에 더 가깝게 여겨진다. 정신없이 즐겁고 신난다. 이른 봄의 깨어남이 이런 기분 아닐까. 폴란드가 역사적으로 슬라브인을 뿌리로 두고 있느니만큼 어찌 보면 러시아 발레단의 표현에 연결고리가 있음직도 하다. 반면에 네빌 마리너 지휘의 아래 연주는 전형적인 콘서트 버전이다. 진폭을 깊게 하고 다소 속도감을 늦춘 다음 더 견고한 리듬형으로 바꾸었다. 자칫 왈츠에 몇 발자국 가깝다. 탓할 일은 아니다. 연주회용 마주르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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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낙타
명랑낙타

사막 같은 세상, 노래하던 낙타들은 8차선을 가로질러 도회의 밤으로 간다. 애초에 음표는 누구에게나 공평한 것이었으니, 한 두 박자 늦게 노래한들 무슨 아쉬움이 있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