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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진실의 명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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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5. 27. 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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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노 교코의

"무서운 그림3 -위험한 진실의 명화들"은 시리즈의 완결판이다.

 

첫번째 책, 무서운 그림의 표지는 파리 루브르에 있는 '조르주 라 투르의 사기도박꾼'으로 여성의 교활한 곁눈질을

무서운 그림2는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 있는 '얀 반 에이크의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으로 남성의 냉혹한 눈길이었는데

무서운 그림3은 헨리 푸 젤리의 그림 '몽마'로 누워있는 여자의 배 위에 몽마가 앉아 있는 그림으로

이 세상의 것이 아닌 악마의 눈길로 표지를 구성했다.

 

16세기부터 20세기까지의 명화 20점을 골라서 그림의 안 밖으로 얽힌 이야기를 들려준다.

흥미로운 제목과 강력하게 사로잡는 표지그림에 이끌려서 읽기 시작한 책이

의외로 진지하고 재미있어서 나머지 두 권도 찾아읽었다.

저자인 나카노 교코는 독문학자와 서양문화사학자로 역사와 문화사에 가깝게

그림의 의미를 당시의 시대와 역사에 비추어, 또 화가와 모델의 개인사를 곁들여서 풀어냈다

 무서운 그림이라기보다 그림이 그렇게 그려지게 된

그 시대의 사회상과 배경과 인간의 숨은 심리들이 무서운것이다.

 

 

 

 

 

 

산드로 보티젤리 <비너스의 탄생> 1485년경, 캔버스에 탬페라,172*278cm 우피치미술관

 

 

 

 

 

 

...그림 속의 비너스가 슬픈 표정을 띈 이유를 알 듯하다. 이런 사연을 안고 태어난다면 누구라도 발고 쾌활할 수 없다.(P11)

 

 

 

... 보티젤리가 그린 비너스의 얼굴은 오른쪽 절반과 왼쪽 절반이 놀랄정도로 다르다. 콧등 쪽에 거울을 놓고 양쪽을 번갈아 보면 알겠지만, 빛을 받아 밝은 오른쪽은 표정도 무구하고 사랑스럽다. 한편 그늘진 인쪽은 마치 딴 사람처럼 침울하다. 사랑의 행복과 사랑의 깊은 죄가 하나의 얼굴에 공존하여 복잡하고 허무한 표정을 자아낸다. (P13)

 

 

 

 

 

 

일랴 레핀, <황녀 소피아> 1879년 캨버스에 유채 202*145cm 모스크바 트레티야코프 미술관

 

 

 

 

 

 

 일랴 레핀이 그린 이 <황녀 소피야>는 걸작 <1581년 11월 16일, 이반 뇌제와 그의 아들>과 함께 가장 잘 알려진 러시아 역사화이다. 2백년도 더 전에 일어났던 유명한 사건을 갖가지 자료를 참고하며 상상을 섞어 그린 것이다.

 실제 소피아가 과연 이런 풍모였는지 알 수 없지만 이 그림은 뚱뚱하고 못생겼다는 그녀의 이미지를 결정적인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한데 이는 못생겼다기보다 오히려 엄청나게 당당한 풍모의 여성이었다는 의미였다.

...권력 투쟁의 심리적 측면을 그리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레핀은 이를 훌륭하게 해냈을 뿐 아니라 권력이라는 마성에 홀린 인간이 패배한 순간을, 그 얼어붙은 한 순간을 무시무시하게 드러냈다. (P22-23)

 

 

 

 

 

 

페테르 파울 루벤스, <메두사의 머리> 1617년경, 캔버스에 유채, 68.5*118cm, 빈 미술사박물관

 

 

 

 

 

 

...이것이 좋고 싫음을 판단하는 근거라고 생각할 뿐이다. 인공미의 극치라는 점에서는 오페라와도 많이 닮았다.

"안녕하세요." "이만 안녕." 하는 말까지 낭랑하게 노래하는 이 비(非) 리얼리즘의 세계에 취한 사람에게는,

루벤스의 연극같은 세계도 굉장히 매력 적이리라.

무엇을 그리지 않는지를 통해 그 화가의 특질을 알 수 있는데, '페테르 파울 루벤스'는 그렇게 많은 자품을 그렸으면서도

서민의 일상을 그린 적은 거의 없다. 그의 생애를 봐도 그들에게 관심을 기울인 흔적이 없다. (P58-59)

 

 

 

 

 

 

에곤 실레,<죽음과 소녀> 1915년, 캔버스에 유채, 150*180cm 오스트리아 회화관

 

 

 

 

 

 

그녀를 버려서 죽게 만드는 큰 죄를 저지르면서도, 그녀를 잃는 것이 무섭고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 아닐까 싶어 벌벌 떤다.

두려움에 눈을 크게 뜬 쪽은 버려지는 여자가 아니라 버리려 하는 남자 쪽이다. 여자는 운명을 받아들여  평온한 표정으로 묵묵히 죽을 작정이다. 이 관계는 현실 그대로였다. 소녀는 실레의 애인 발리,(P66)

 

 

 

 

 

 

디에고 벨라스케스,<펠리페 프로스페로 왕자> 1659년,캔버스에 유채,128.5*99.5cm, 빈 미술사박물관

 

 

 

 

 

 

혈족 결혼을 거듭한 부작용으로 펠리페 4세의 아이들은 차례차례 요절하고 당시에 남자 아이는 펠리페 프로스페로 하나뿐이었다. 이 아이 역시 태어날 때부터 병약했고 몇 번이나 발작을 일으켜서는 숨이 오락가락했는데

...이런 이유로 그림 속 왕자는 허리에 붉은 끈을 감고는 악령을 쫓는 방울과 점염병을 막아주는 약초주머니 등을 매달고 있는 것이다.

벨라스케스는 펠리페 프로스페로가 결코 나이를 먹지 않을 것임을 짐작했으리라.

어린아이의 생기발랄한 귀여움을 능숙하게 포착하던 그가 이 그림에서만은 생명의 광채 대신 죽음에 대한 친화성을 넌지시 드러내고 있다.

벨라스케스도 무의식중에 왕자와 자신을 동일시한 건지도 모른다. 이것이 자신의 마지막 그림이 될 거라고 예감했기 때문에...(P87)

 

 

 

 

 

 

프란시스코 데 고야, <마드리드,1808년 5월 3일> 1814년, 캔버스에 유채, 266*345cm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여기에 영웅적인 풍모를 지닌 이는 한 사람도 없다. 흰 셔츠의 주인공조차 그 얼굴과 표정이 고귀한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그를 예수로 보기는 어려울까? 아니다. 이 남자를 프린시페 피오 언덕의 예수로 간주할 증거는 몸짓과 성흔 말고도 하나가 더 있다. 화면 왼쪽 끝에 흐릿한, 그림자같은 인물이 웅크리고 있는 게 보이지 않는가? 흐트러진 긴 머리칼의 이 여성이 성모 마리아라는 설이 유력하다. 골고다 언덕에서 자기 아들의 죽음을 끝까지 지켜보았던 마리아가 지금 여기, 프린시페 피오 언덕에도 있는 것이다.(P121)

 

 

 

 

 

 

 

헨리 푸 젤리, <몽마夢魔> 1781년, 캔버스에 유채, 101*127cm 디트로이트 미술관

 

 

 

 

 

 

잠은 어떤 의미에서는 분절된 죽음이다. 밤이 그 시커먼 날개를 펼칠 때마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자아를 완전히 잃어버릴 수밖에 없다. 그 때문에 이런 의심을 떨칠 수 없다. 자고 있는 동안에 뭔가 무서운 것이 내 몸 위에 올라타고 잇는 건 아니까 하는 의심울. 관객에게 강렬하게 다가오는 이 '몽마'는 잠이 지닌 그러한 공포를 괴이하고 에로틱하게 그린 것이다.(P210)

 

 

 

 

 

 


 

 

 

 

 

 

"어떤 예술이나 마찬가지겠지만 그림은 역사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그 시대 특유의 상시과 기호, 그 지역의 문화 속에서,

주문한 사람의 의도와 화가의 역량을 통해 탄생합니다.

... 역사를 알면 그림의 매력이 더욱 커지고, 또 그림이 역사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것입니다."

-저자 후기 중에서

 

 

 

 

 

 

 

 

 

 

무서운 그림 3

작가
나카노 교코
출판
세미콜론
발매
2010.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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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정할머니
요정할머니 미술·디자인

일상을 예술처럼...스마트폰으로 일상을 담는 보석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