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세이

008. 갖지 못한 것에만 매달리는 이들에게 <사흘만 볼 수 있다면> - 헬렌 켈러(자서전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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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4. 1.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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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만 볼 수 있다면
작가
헬렌 켈러
출판
산해
발매
2008.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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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증이 내 양 손을 거머쥔 이후 꽤 오랜 시간... 하지 못하는 것들 만을 생각했다. 바리스타를 할 수도 없으며, 동경해 마지 않던 피아노를 칠 수도 없고, 십 수년을 제 몸처럼 함께한 기타 또한 튕길 수 없다는 사실. 그 사실들로 내 시야를 막고 그것들을 보지 않기 위해 눈을 감고, 그것도 모자라 이불마저 뒤집어 썼다. 그저 그 사실들을 눈 앞에서 치우기만 하면 되었던 것을... 그땐 그게 왜 그렇게 어려웠는지.ㅋ



 


들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지 아는 사람은 귀머거리뿐입니다. - 21p


  대부분의 인간은 있을 때 잘하지 못한다. 잃고 나서야 후회하는 참으로 답답한 종족이다. 두 손이 멀쩡하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지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 중 하나가 나다. 나 역시 답답한 종족의 일원이기에 그 전엔 까맣게 몰랐다. 땀에 흠뻑 젖도록 심장을 울리는 드럼 비트에 맞춰 춤을 출 수 있는 것이, 좋아하는 곡을 연주 해보고 비슷한 분위기의 곡을 만들어 보는 소소한 것들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말이다. 전공을 살리는 것 까진 바라지 않았다. 단지 그런 자그마한 행복을 잃지 않길 바랬건만... 


췟~!


  헬렌 켈러Helen Adams Keller는 중증 중복 장애를 극복한 인간 승리의 표본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시각과 청각 중복 장애인으로서 학사학위를 받은 최초의 인물이었다. - <어떻게 살 것인가> (유시민, 생각의 길, 2013) 282p


  유시민의 <어떻게 살 것인가>를 읽다 헬렌 켈러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되었다. 이름이야 한번쯤은 다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하지만 나처럼 나이팅게일이랑 헷갈렸던 사람 분명 있을꺼다.ㅋㅋ 난 그녀가 장애를 가졌는지도 몰랐다 되려 간호사인줄 았았다.ㅎ 그러니 시각과 청각 중복 장애인이란 건 더더욱 알지 못했다. 양 손목 사용에 제한이 있는 정도도 이리 답답한데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책에 할당된 3페이지로는 당연히 성에 차지 않아 그녀의 책을 읽기로 했다.


  생각 보다 많은 책이 나와 있었지만 본인이 직접 쓴 책이 좋겠다 싶어 이 책을 구입했다. 책엔 두 편의 글이 실려있다. 50대의 헬렌 켈러가 쓴 에세이 '사흘 동안 볼 수 있게 된다면Three Days to See(1933년)'과 23살의 나이로 쓴 자서전 '내가 살아온 이야기The Story of My Life(1903년)'다. 23살에 쓴 자서전이라 그 이후의 삶을 알 수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기록 되어진 20여년의 삶 만으로도 그녀의 세상이 어땠는지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 


  헬렌 켈러가 단순히 장애를 극복한 인물이었던 것은 아니다. 왕성한 집필 활동을 한 작가였고 여성 참정권과 노동자의 권리, 장애인 인권 보장을 위해 끈질기게 노력한 사회주의자였다. - <어떻게 살 것인가> (유시민, 생각의 길, 2013) 282p


  헬렌 켈러의 글을 읽는 내내 손목에 대한 그간의 징징거림이 떠올라 얼굴이 아주 후끈화끈울긋불긋 말도 아니었다. 볼수도 들을 수도 없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삶을 이어나간 그녀의 멘탈에 경의를 표한다.


  혹자는 그녀가 부유한 집안에서 그것도 깨어있는 부모의 밑에서 태어났기에 그러한 삶을 살 수 있었다 할 것이다. 동의한다. 그녀의 부모가 경제적으로 넉넉치 못해 그녀의 교육과 사회 적응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면 아마 우린 그녀의 생몰 자체를 알지 못했을 것이다. 허나 그렇다 하여 그러한 환경적 요인이 그녀가 이뤄낸 삶의 성과를 평가절하 할 순 없다. 그 삶엔 분명히 그녀 자신이 기여한 지분이 있기 때문이다. 주위에 물질적 여유와 인재들이 넘쳐난다고, 그 인물의 싸가지도 반드시 넘쳐나는가? 그렇지 않다는 건 따로 더 말하지 않아도 동의 할 것이다. 환경도 중요하지만 그 만큼, 아니 때론 그 이상 본인의 자유의지 또한 중요하다. 


  난 참 행복하다. 날이 좋으면 좋은대로 흐리꾸리하면 흐리꾸리한대로, 그날의 기분에 맞는 원두를 골라 직접 커피를 내려 마실 수 있으니 말이다. 아름다운 음악을 들을 수 있으며, 영화와 책, 예술 작품 등을 맘만 먹으면 음미하며 그에 대한 감상을 글로 옮길 수 있다. 무엇보다 내 주위 소중한 이들과 "손쉽게" 소통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헬렌 켈러의 삶을 통해 배움과 소통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달았다. 그녀가 지식을 얻기 위해, 타인과 소통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지난한 과정들... 그 것을 지켜보다 보면 우리가 평소 이토록 감사하고 소중한 것들에 얼마나 무감각한지 알게 된다. 그리고 또 한가지, 우리가 보이는 것과 들리는 것에 의지해 나머지 감각들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을 놓치고 있다는 것도 생각해 보게 된다.



  나는 가끔 눈보다 손이 더 조각의 아름다움을 잘 느끼지 않을까 생각한다. 조각품의 직선과 곡선, 그 놀라움 음악적 흐름이야말로 보기보다는 만지는 것으로 더 잘 포착할 수 있지 않을까. 어쨌든 이 방법으로 내가 대리석으로 만든 신들과 여신들 속에서 고대 그리스인의 심장 박동을 생생하게 느끼는 것만은 사실이다. - 231p


  일반적으로 촉각과 후각, 미각은 시각에 비해 홀대 받는다. 허나 태생적으로 이 세가지가 발달할 수 밖에 없었던 헬렌 켈러는 그 점을 무척 안타까워 했다. 우리가 가진 5가지 감각과 그를 통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지각은 어딘가에 존재할 조물주가 우리에게 준 고귀한 선물이라 생각한다. 이를 보다 가치있게 활용하는 방법을 연구해 보는 것도 삶의 즐거움 중 하나가 아닐까.


  때로 내 마음은 이 모든 것을 보고 싶은 열망으로 가득해집니다. 그저 만져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나 큰 기쁨을 얻을 수 있는데 눈으로 직접 보면 얼마나 더 아름다울까! 그런데도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사람들은 그 아름다움을 거의 보지 못하더군요. 세상을 가득 채운 색채와 율동의 파노라마를 그저 당연한 것으로 여기면서 자신이 가진 것에 감사한 줄 모르고 갖지 못한 것만 갈망하는 그런 존재가 인간일 겁니다. 이 빛의 세계에서 '시각'이란 선물이 삶을 풍성하게 하는 수단이 아닌, 단지 편리한 도구로만 사용되고 있다는 건 너무나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 23p


오늘부로 '자신이 가진 것에 감사한 줄 모르고 

갖지 못한 것만 갈망하는 그런 존재'에서 셀프 졸업!!


가치두잇
가치두잇 IT·컴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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