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3년의 진실 "윤동짓달에 빚 갚겠다"

프로필

2015. 9. 17. 22:40

이웃추가

2014년 12월 어제 22일은 음력으로 동짓달 초하룻날 [11월 1일]이었지요. 공교롭게도 동짓달 첫날이 24절기 가운데 스물두번째인 ‘동지’가 설정됐고요. 때문에 1년 중 밤이 가장 길었습니다. “실제 밤이 길었나?”란 궁금증이 생겨 확인해 보니 정말입니다.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오늘 12월 23일의 낮 길이는 ‘9시간 34분 8초’ [일출 오전 7시 44분, 일몰 오후 5시 18분]로 나타납니다. 이는 어제 동짓날 보다 낮 시간이 3초가량 늘어난 수치입니다. 동지를 지나며 밤이 짧아진다는 게 거짓이 아닌 셈입니다.

아무튼 하루 전 시작한 올해 동짓달 [~양력 2015년 1월 19일까지]은 예년에 비해 약간 늦은 편이지요. 이는 올해 윤달 [윤9월 = 1832년 이후 182년만]이 낀 탓입니다. 때문에 동지가 동짓달 첫날 설정되었고요.

특히 이번 동지가 동짓달의 맨 앞줄에 서다 보니 ‘애동지’로 불리며 이날 통상적인 관행인 팥죽 [붉은 색의 팥은 잡귀를 쫓는다는 믿음]을 먹지 않는다고 알려졌습니다. 대신 팥떡을 만들어 먹는 날이란 설명이 따랐지요.

전통 속설에 따르면 동짓날이 동짓달의 초순에 들면 ‘애동지 (아이들이 많이 죽는다는 믿음)’, 중순에 있을 경우 ‘중中동지 (중장년층이 많이 죽는다)’, 그믐 무렵에 들면 ‘노老동지 (노인들이 많이 죽는다)’라고 구분합니다.

애동지에 팥죽을 쑬 경우 아이들이 열 살까지 건강하게 자라도록 돌봐주는 귀신인 ‘삼신할미’조차 아이들에게 다가가지 못한다는 믿음에서 비롯했다고 하지요.

“동지 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한살 더 먹는다” 처럼 동짓날 또는 동짓달과 관련해 예로부터 전해지는 다양한 속설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것으로 이런 말이 꼽힙니다. 누군가로부터 돈을 빌린 사람이 “윤동짓달 초이튿날 갚겠다”고 하는 건데요. 이는 거짓말과 동의어입니다. 왜일까?

달력에서 눈 씻고 봐도 ‘윤동짓달’을 찾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동짓달엔 ‘윤달’이 거의 설정 되지 않는다는 얘깁니다. 실제 윤달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면 1900년부터 올해 2014년까지 115년 동안 총 43번의 ‘윤달’이 들었지만 동짓달 즉, 음력 11월에 윤달이 든 해는 단 한 차례도 없습니다.

가장 늦은 달에 윤달이 든 것은 딱 30년 전인 1984년 10월 [윤시월 초하루는 양력으로 11월 23일, 윤시월은 1870년 이래 114년만의 기록]이 기록으로 남아 있습니다. 전부 읊어보면 이렇습니다.

​▶1900년 8월, ▶1903년 5월, ▶1906년 4월, ▶1909년 2월, ▶1911년 6월, ▶1914년 5월, ▶1917년 2월, ▶1919년 7월, ▶1922년 5월, ▶1925년 4월, ▶1928년 2월, ▶1930년 6월, ▶1933년 5월, ▶1936년 3월, ▶1938년 7월, ▶1941년 6월, ▶1944년 4월, ▶1947년 2월, ▶1949년 7월, ▶1952년 5월, ▶1955년 3월, ▶1957년 8월, ▶1960년 6월, ▶1963년 4월, ▶1966년 3월, ▶1968년 7월, ▶1971년 5월, ▶1974년 4월, ▶1976년 8월, ▶1979년 6월, ▶1982년 4월, ▶1984년 10월, ▶1987년 6월, ▶1990년 5월, ▶1993년 3월, ▶1995년 8월, ▶1998년 5월, ▶2001년 4월, ▶2004년 2월, ▶2006년 7월, ▶2009년 5월, ▶2012년 3월, ▶2014년 9월.

앞으로 다가올 해에서 들 윤달은 또 이렇습니다. ▶2017년 5월, ▶2020년 4월, ▶2023년 2월, ▶2025년 6월, ▶2028년 5월, ▶2031년 3월…​

하지만 2031년 3월 윤달이 든 해로 부터 2년 뒤이자 올해로부터 19년 뒤인 ▶2033년이면 말씀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 해에 윤달이 드는데 그 달이 ▶‘윤11월’ 또는 ▶‘윤동짓달’ [2033년 윤십일월 초하루는 양력 12월 22일]입니다.

만약 이해에 “윤동짓달에 빚 갚겠다”고 약속했다간 바로 갚아야할 운명에 처한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거짓말로 생각해 왔던 게 거짓말처럼 ‘진실’로 둔갑하는 까닭입니다. 2033년의 윤동짓달은 숫자로 따져 보면 1650년 이후 무려 383년 만입니다.

한국천문연구원의 음양력변환을 해보니 경인년 1650년 윤동짓달 초하루는 양력으로 따져 11월 24일로 나타납니다. 이해엔 실제 동짓날이 10월 5일에 있었다는 건데요. 조상들은 아마도 이 때 동지가 너무 빠르다고 생각했을 터입니다.

거짓말과 같은 의미로 쓰이는 ‘윤동짓달’이라는 말처럼 윤달을 두는 이유는 상식에 속합니다. 굳이 이유를 설명한다면 양력과 음력의 차이로 인한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서지요. 예컨대 보름달에서 보름달이 되는 이른바 ‘1삭망월 朔望月’은 29.53059일입니다. 태양력 1년은 365.2422일이고요.

까닭에 음력으로 1년 12달은 1태양년보다 11일 가량 짧습니다. 때문에 평균 3년에 한 달, 19년에 7차례 윤달을 둬 보정합니다. 이 걸 두지 않을 경우 17년 후엔 음력 5, 6월에 눈을 구경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겠지요. 혹시 우리 속담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가 이에서 나온 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19년에 7차례 윤달을 설정하는 방식은 기원전에 개발된 19태양년 = 365.2422일 × 19 = 6939.6018일, 235삭망월 = 29.53059일 × 235 = 6939.6887일에서 유래합니다.

19년에 7차례 넣는 윤달은 ‘시기를 종잡을 수 없다’는 것이 사실 어려운 요소입니다. 까다로운 원칙 때문이지요. 이름하여 ‘무중치윤법 無中置閏法’인데요. 이는 “24 절기 節氣에서 중기 中氣 없는 곳에다 윤달을 둔다”는 뜻입니다.

24절기는 천구에서 태양이 움직이는 길인 황도를 스물 네 등분해 태양의 위치에 따라 이름을 붙인 것이지요. 이걸 또 반씩 나눠 하나는 ‘절기’ [달과 달 사이의 마디= 입춘, 경칩, 청명, 입하, 망종, 소서, 입추, 백로, 한로, 입동, 대설, 소한]라고 합니다.

다른 건 ‘중기’ [그 달의 중심 = 우수, 춘분, 곡우, 소만, 하지, 대서, 처서, 추분, 상강, 소설, 동지, 대한]라고 부릅니다. 절기와 중기는 그 순서에 따라 15일 간격으로 번갈아 가며 달력에 올립니다. 그런데 음력의 경우 ‘1삭망월’이 29.53059일이다 보니 절기나 중기 중 하나가 빠질 때가 생깁니다.

이럴 경우 무중치윤법에 따라 ‘중기’가 없는 달에 앞선 달의 이름을 딴 윤달을 두는 식입니다. 가령 올해 2014년 윤달 [윤9월]인 10월 24일부터 11월 21일 사이 절기인 ‘입동 [11월 7일]’은 있으나 중기가 없었던 이유입니다.

이처럼 무중치윤법에 따라 윤달을 설정하다 보면 ‘하지’ [음력 5월]’무렵을 전후한 달에 윤달이 많습니다. 앞에서 열거한 ‘윤달표’를 보면 대충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겨울철 [음력 11월, 12월, 1월]엔 한 달에 1절기 2중기 또는 2절기 1중기가 들기도 해 좀처럼 윤달로 될 수가 없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설명입니다. “윤동짓달 초이튿날 빚을 갚겠다”는 속담이 거짓말과 동의어인 배경입니다.

사실 ‘윤동짓달’ 보다 더 윤달이 들어서기 어려운 때는 ‘윤정월’ [윤1월-서기 1640년부터 622년 뒤인 2262년에 발생]과 ‘윤섣달’ [윤12월, 1575년의 두 배 정도 세월이 흐르면 나오는 해인 3359년에 발생]이 지적됩니다. 만약 누군가 "윤섣달 초하룻날 빚 갚겠다"고 한다면 이는 울트라 슈퍼슈퍼급 거짓말인 셈입니다.

Ruinenempfindsamkeit
Ruinenempfindsamkeit

자기소개를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