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개사전 06] 예의바른 이웃집 산이는 토종견 ‘진돗개’

2017.06.03 19:30

 

 

동그랗게 말린 꼬리와 육각 형태의 머리.

수십km 떨어진 곳 까지 주인을 찾아오는 충직함.

 

 

개밥남에서 귀여움을 담당하고 있는 ‘활짝’과 ‘피움’의 첫 나들이에서 제 눈을 끈 것은 복슬복슬한 차우차우 두 마리가 아닙니다. 예의바른 이웃집 형, ‘산이’였지요. 우리나라 사람들의 익숙한 형태의 개와 흰 털, 지나가던 누가 봐도 ‘백구(흰 털을 가진 진돗개)’다! 라고 말을 할 개였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진돗개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합니다.

 

채널A 제공
채널A 제공

 

● 황구, 백구, 흑구, 재구…. 대한민국 대표 개

 

산이가 ‘진돗개’라고 방송에서 공식적으로 이야기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산이의 모습을 보고 진돗개가 아닌 다른 개를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간혹 개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풍산개일수도 있다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그냥 진돗개라고 생각하려 합니다. 어차피 풍산개와 진돗개를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수염이네, 턱 부분에 혹이네 여러 가지 이야기가 많지만 확실한 방법은 하나 뿐인 듯합니다. 진돗개는 10~20kg 정도 중형견, 풍산개는 20~30kg 대형견 급 개입니다.

 

진돗개는 외형에 대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유명합니다. 삼각형으로 뾰족하게 선 귀, 육각형 형태 얼굴, 동그랗게 말린 꼬리, 아몬드 같은 눈모양. 몸길이와 높이가 거의 1:1 비율 등 지나가던 누굴 붙잡아도 진돗개 특징 한두 개는 이야기할 수 있을 겁니다. 너무 잘 알려져 조금이라도 어긋난 특징이라면 진돗개 믹스라고 몰아가는 경향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하늘을 향해 꼿꼿하게 선 장대 꼬리를 믹스의 증거라고 하지요. 심할 때는 말린 꼬리여도 꼬리가 왼쪽으로 말렸는냐 오른쪽으로 말렸느냐에 따라서 믹스 논란이 벌어지곤 합니다.

 

속설에 귀가 선 강아지는 진돗개, 귀가 접힌 강아지는 풍산개는 이야기가 있는 그렇다면, 이 개는 진돗개일까, 풍산개일까. 아이고 의미없다. - 오가희 기자 solea@donga.com 제공
속설에 귀가 선 강아지는 진돗개, 귀가 접힌 강아지는 풍산개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렇다면 이 개는 진돗개일까, 풍산개일까. 아이고 의미없다. - 오가희 기자 solea@donga.com 제공

 

단순히 겉모습만이 아닙니다. 진돗개와 관련해서는 왜 그리도 논란이 많은지. 진돗개와 관련한 자료를 찾다보니 겹개와 홑개라는 종류있답니다. 뼈대가 튼튼하고 근육질인 진돗개를 겹개, 가늘고 늘씬한 개를 홑개라고 한다는데 각각 개가 더 순혈이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유전자 검사를 하지 않는 이상 무엇이 순종인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순종이라는 것도 정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정한 약속이니까요. 개를 도그쇼에 내보낼 것도 아니고, 꼬리가 오른쪽으로 말려있으면 어떻고 왼쪽으로 말려있으면 어떻습니까.

 

털색도 다양합니다. 가장 인기가 좋은 것은 털이 흰 ‘백구’입니다. 흰색을 좋아하는 우리나라답게 유난히도 좋아하는 개지요. 어린 백구는 코가 까맣습니다만 크면서 분홍빛을 띄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외에도 황구(누런 털), 흑구(까만 털), 호구(얼룩덜룩한 털)이 있습니다. 공식적으로 인정하지는 않지만 흑구 중에서도 눈썹 위치에 노란 털이 난 ‘네눈박이(탄)’ 개도 있습니다. 지금은 사라진 재구도 있지요.

 

오가희 기자 solea@donga.com 제공
오가희 기자 solea@donga.com 제공

 

● 충성스럽고 용맹하지만 겁이 많다!

 

진돗개의 성격은 ‘충성심’으로 시작해서 ‘충성심’으로 끝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 번 주인을 정하면 그 주인만을 따른다고 말이지요. 주인에게 다른 사람이나 개가 접근하는 것도 싫어해 경비견으로 적합하다고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그 특징은 ‘충성심’이라고 포장되지요. 충성심이 강해서 싸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용맹함’도 유명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특징이 정말 ‘충성’스럽고 ‘용맹’한 것일까요?

 

현대 사회에서 용맹한 ‘공격성’은 환영하는 특징이 아닙니다. 개가 영역을 갖고 다른 개(혹은 사람)를 배척해도 되는 상황이 아니니까요. 지금은 다른 사람과도 잘 지내는 ‘순한’ 개가 환영받는 시대입니다. 진돗개가 주인에 대해서만 충성스럽고 용맹한 것은 겁이 많기 때문입니다. 참 모순적이지요.

 

개의 ‘용맹’은 공격하는 것에 대해 겁내지 않는 성격을 말합니다. 잘 알려지지 않는 사실이지만 개가 누군가를 공격하는 것은 자신에 대한 방어 행위입니다. 무서워서 공격하는 거지요. 특히 개는 사회화시기에 겪지 못했던 상황을 무서워합니다. 다행히 진돗개는 상황 판단이 빠르고 영리하기 때문에 근처에 자신이 믿는(사회화 시기를 함께 보낸) 사람(=빽)이 근처에 있다면 ‘빽’을 믿고 여유롭게 굴어 ‘낯선 사람을 봐도 주인이 가만히 있으라고 하면 가만히 있는 충성스러운 개’가 되는 겁니다.

 

진돗개는 충성스럽고 용맹한 것이 사실은 겁이 많아서라는 반전 매력이 있습니다. 그 매력만이 진돗개의 전부는 아닙니다. 제게 진돗개의 특징을 말하라고 하면 저는 ‘청결성’이라고 꼽을 겁니다. 수시로 털을 핥아 깨끗하게 유지하고, 집에서는 배변활동도 하려 하지 않습니다. 개들이 주인을 보면 반가워서 ‘희뇨’를 지리곤합니다. 그 상황에서 조차도 자신이 정한 화장실 위치에 가서 해결하는 진돗개를 보면 기특하다 못해 기가 차곤합니다. 진돗개의 매력에 푹 빠진 견주들은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다시 태어나도 진돗개와 함께 할 것’이라고요.

 

※ 편집자주: 채널A의 간판 프로그램 ‘개밥 주는 남자 시즌2’가 29일 첫방을 시작으로 매주 토요일 방영되고 있습니다. 시즌 2에서는 새로운 식구를 들인 방송인들이 등장합니다. 동아사이언스에서는 ‘개밥남’에 등장하는 견종을 비롯해, 다양한 견종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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