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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벌새 - 1994년, 닫히지 않은 기억의 기록

김보라 쓰고 엮음│최은영·남다은·김원영·정희진·앨리슨 벡델 글│arte

박새롬 기자

박새롬 기자

  • 승인 2019-09-08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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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새 - 1994년, 닫히지 않은 기억의 기록



김보라 쓰고 엮음│최은영·남다은·김원영·정희진·앨리슨 벡델 글│arte



베를린국제영화제, 트라이베카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등 국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화려한 등장을 알린, 영화 '벌새'의 단행본이다. 성수대교가 무너지고 김일성이 사망한 1994년, 중학생 은희가 거대하고 알 수 없는 세상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만나는 모습을 담은 영화다. 작지만 힘 있는 날갯짓으로 사랑하기 위해, 사랑받기 위해 분투하는 한 시절의 이야기를 담담한 시선으로 그려 냈다. 개인의 삶과 시대가 서로 교차하는 시공간으로서 영화 '벌새'는 에드워드 양 감독의 '하나 그리고 둘'을 떠올리게 한다.

책으로 출간되는 『벌새-1994년, 닫히지 않은 기억의 기록』은 영화 '벌새'에서 출발하지만 영화 안팎의 세계를 섬세하게 짚어 내고 확장하며, 1994년의 사회와 오늘, 예술과 현실을 연결하는 책이다. 영화에서 편집된 40여 분가량이 그대로 담긴 오리지널 시나리오와 감독의 말은 '벌새' 속 서사와 보다 내밀한 만남을 갖게 한다.

『펀 홈』과 '벡델테스트'로 잘 알려진 미국의 그래픽노블 작가 앨리슨 벡델과 김보라 감독이 직접 만나 여성 서사, 개인적 경험과 사회적 경험을 함께 다루는 창작자로서 나눈 대담에는 시대와 공간, 매체를 뛰어 넘어 예술가로서, 시대라는 물살 안에서 역동하는 개인으로서의 진솔한 고민들이 담겨 있다. "이 영화의 역사성은 1994년 가족과 학교를 중심으로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통증과 폭력의 일상을 그려 낸 데 있다"는 여성학자 정희진과 소설가 최은영, 영화평론가 남다은, 작가 김원영이 네 편의 글로 영화와 사회를 함께 읽어 낸다. 그로인해 성수대교가 붕괴하고 김일성이 사망한 영화 속 시공간은 이미 닫힌 '역사'가 아닌, 여전히 살아 있는 현재로 이어진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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