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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MBC 국제마라톤 참가기

날짜 2010-04-20 조회 3139
제주마라톤클럽회장 ------------

금년 들어 유난히도 굿은 날이 많다. 내가 근무하는 합동청사 주변에도 사계절 꽃길을 조성 한다 유채를 파종하였지만 아직 만개한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예년 같으면 물결과 같이 넘실대는 노란 꽃길을 거니는 나들이객으로 넘쳐나고 있을 터이지만 계속되는 비 날씨는 농작물의 생육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음이다.

4월 4일(일) 아침 눈을 뜨자 하늘을 쳐다본다. 창문으로 내다보이는 하늘이 모습이 유난히도 맑고 바람 한 점 없는 모처럼 화창한 봄날의 모습이다. 달리기를 하기에는 그만이겠다 싶다. 하늘도 대회에 참여하는 주자들의 하나같은 마음을 외면하지 못하였나보다.

오늘은 제주MBC국제평화마라톤이 열리는 날이다.

개인적으로는 풀코스마라톤에 아홉 번째 도전이고 작년에는 연습도중 발생한 종아리 근육통증으로 포기 했어야 했던 아쉬움이 있는 대회이다. 또한 제주 서부지역의 협재 해수욕장과 그 해변에 그림같이 자리 잡은 비양도의 절경, 한경면 신창리와 차귀도로 이어지는 풍차와 어우러진 아름다운 해안을 이런 기회가 아니면 달려보기나 하겠는가.

설레는 마음으로 도착한 한림운동장에는 도내에서 열리는 메이저대회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운동장 서측 입구에 마련된 우리 제주마라톤클럽 부스에도 대회개최시간을 한 시간 이상 남기고 있는 이른 시간임에도 이미 수 십명이 회원이 모여들고 있고 트랙을 돌며 워밍업을 하는 참가자들이 모습에서 여유와 긴장감을 동시에 엿볼 수 있다.

작년 대회에는 우리클럽에서 풀코스 단체전에 다섯 팀이나 참가를 하였지만 금년에는 두 팀만이 참여하고 있어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전체 참가자는 65명으로 작년과 같다. 이는 2주전 서울동아마라톤에 이은 지난주 울트라 대회에 대부분의 풀코스 주자들이 참여하여 이번 대회에는 주로 하프코스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서울동아마라톤에 참여한 여운이 아직 남아있지만 제주에서 열리는 대표적인 대회이고 새봄을 여는 연중 첫 대회라는 점, 서부지역의 아름다운 해안과 보기 드문 고산의 넓은 들녘을 질주한다는 기대감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특히 우리클럽 이상남 회원의 경우 이번 대회가 풀코스를 150회째 완주하는 뜻 깊은 대회이기도 하다. 나와 갑장이기도한 이상남 님은 150회째의 완주를 이번 대회에 맞추기 위해 수차례 육지대회에 참여하는 등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을 정도로 이번 대회의 의미는 크다 하겠다.

회원들과 간단한 체조로 긴장을 풀고 기념사진을 남기는 등 서로 건강한 주행을 바라는 마음을 전하며 출발선에 선다.

풀코스에의 도전은 10키로나 하프코스를 뛰는 것과 다른 긴장감이 있고 완주를 위한 나름의 작전이 필요하다. 초반 오버페이스는 자칫 완주를 힘들게 할 수도 있으며 레이스 도중에도 예상치 못한 상황에 노이게 되기도 한다.

나는 그동안 레이스에서 3시간 40분 전후의 페이스가 적당하다는 것을 체험으로 느끼고 있는 터 이므로 이번 대회의 목표도 그리 설정하였다. 반환점을 1시간 50분에서 52분 정도에 통과한다면 후반 레이스도 크게 힘들지 않을 것이란 생각으로 매 5키로 마다 통과시간을 확인하며 레이스를 펼쳤다.

레이스 도중 해안의 마을안길을 통과할 때 어르신들이 도르라 도르라 하는 구수한 응원과 손짓은 제주인의 정겨움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고 구간 구간 풍물패의 흥겨운 응원은 발길을 더욱 가볍게 하였다. 잘 정돈된 거리표시와 서비스의 제공도 도내 최대의 마라톤대회에 걸 맡게 모자람이 없다.
반환점인 고산 자구내 포구에서 바라보는 차귀도의 모습은 쾌청한 날씨, 잔잔한 바다와 어우러져 마치 잘 정돈된 정원과도 같아보였음이다.

계획된 페이스를 지키며 30키로 지점에 이르자 앞서가던 3시간 40분 페메가 20여 미터 전방에 모습을 보인다. 내심 지금까지의 주행에 큰 무리가 없었음으로 페메를 따라 주행한다면 계획한 시간 내 완주가 가능하겠다 싶다. 하지만 36키로 지점을 지나며 마음과 달리 점점 멀어지는 페메의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35키로 지점까지 매 5키로를 계획한 26분 30초 이내로 통과하였으나 35키로와 40키로 사이의 구간에서 29분대를 기록한다. 2주전 풀코스를 뛴 여파가 후반 레이스를 힘들게 하는 원인이지 싶다.

다행히 한림운동장의 열기가 느껴지기 시작하는 마지막 2키로 에서는 제 페이스를 찾을 수 있어 10분대로 주행하며 3시간 44분 21초의 기록으로 골인하였다. 이는 신기하게도 2008년 이 대회 기록 3시간 44분 22초보다 단 1초가 단축된 기록이기도하다. 50대 중반에 접어든 내가 마라톤풀코스를 무사히 완주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행복이라 여기는 순간이다.

하지만 이는 함께하는 님들이 있어 누릴 수 있는 행복이라 하겠다. 주로를 오가며 회원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 기념으로 남길 수 있도록 하거나 마의 38키로 지점에서 정성이 담긴 꿀물 등 다양한 음료를 제공하며 힘을 전해주는 님, 10키로와 하프코스를 먼저 완주하고 운동장 입구에 길게 늘어서 풀코스 주자의 완주를 축하해주는 님, 부스에서 들어오는 주자 하나하나 환한 미소와 박수로 맞이하며 간단한 먹을거리로 허기를 달래도록 하는 가족과 같은 우리 제주마라톤클럽 회원들이 아름다운 마음들이 함께하기 때문이라 여긴다.

이런 하나 된 마음들이 있었기에 이번 대회에 우리클럽에서 단체참가 상을 비롯한 17개의 각종 상을 수상하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봄의 길목에서 아름다운 풍광 벗 삼아 레이스를 펼칠 수 있도록 대회를 마련해준 제주MBC에도 감사드리며 이 대회가 발전을 거듭하여 국내 뿐 아니라 국제 메이저급대회로 거듭나고 세계의 마라톤메니아들과 어울려 레이스를 펼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