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배형규 목사·심성민씨 屍身 부검 의사 증언 : 월간조선

지난 7월19일 아프가니스탄에서 무장 탈레반에게 납치된 한국인 23명 가운데,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씨는 살아서 돌아오지 못했다. 이들은 무장 탈레반에게 총살당했다.

배형규 목사의 屍身(시신)은 지난 7월25일 새벽 가즈니州 서쪽 카라바그 지구 무셰키 지역에서 발견됐다. 심성민씨는 엿새 후인 7월31일 새벽 1시쯤 가즈니州 서쪽 10km 지점 안다르 지구 아리조 칼레이 마을 도로변에서 현지 경찰에 의해 발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國科搜·국과수)는 지난 8월1일과 3일 이들의 屍身을 각각 인수했으며, 정확한 死因(사인)을 확인하기 위해 부검을 실시했다. 국과수의 부검 결과, 배형규 목사는 머리에 1발, 몸통에 6발, 모두 7발의 총상을 입었다. 심성민씨는 머리에 2발, 몸통에 2발을 맞은 것으로 확인됐다.

두 사람 모두 머리에 총 맞고 卽死

故 배형규 목사

국과수는 부검 후 『두 명 모두 머리에 입은 총상으로 卽死(즉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국과수 발표처럼, 머리에 총을 맞고 즉사한 屍身의 몸통에 왜 각각 6발과 2발의 총상이 더 있었을까. 무장 탈레반은 이들의 머리에 총을 쏜 것으로 모자라, 몸통에 대고 확인 사살까지 한 것일까.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씨를 부검한 의사는 국과수 소속 검시관을 포함해 4~5명이었다. 이들 가운데 A씨를 만나, 부검 결과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두 분의 屍身을 부검한 이유가 뭡니까. 총상으로 죽었다면, 육안으로 확인되는 것 아닌가요.

『총상은 외관으로 확인할 수 있어요. 혹시 독극물로 먼저 죽이지 않았는지. 고문을 당한 적은 없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부검을 한 겁니다. 두 명 모두 다른 死因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두 屍身을 한꺼번에 부검하셨나요.

『아닙니다, 배목사를 먼저 부검했고, 심씨는 이틀 뒤에 했죠. 두 분의 屍身은 저희가 인수할 당시에 비교적 상태가 좋았어요. 부패한 흔적이 없더군요. 아프가니스탄은 기온이 높지만, 습기가 적어서 미라처럼 말라 가는 형태였습니다』

故 심성민씨.

─두 분은 각각 머리에 총을 한 발씩 맞고 사망한 것으로 발표됐는데요.

『배목사는 양팔을 뒤로 묶인 채, 무릎을 꿇은 상태에서 이마 쪽에 총을 맞았어요. 총알의 회전으로 뒤통수가 「뻥」 뚫려 있더군요. 그대로 즉사한 것이죠. 심성민씨는 머리 관자놀이 부근에 두 발을 맞았습니다. 총알이 관통되면서 충격으로 아래턱이 골절됐고 두개골이 파열됐어요』

─배목사는 지병이 있어 몸 상태가 좋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가 있었는데요.

『부검 결과로 볼 때, 생명이 위독한 상황의 질병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어요. 다만 胃(위) 속에 내용물이 없는 것으로 봐서 살해 하루 전 음식을 먹지 못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腸(장)에는 상당량의 배변이 차 있는 것으로 보아 이전에는 어느 정도 식사를 했더군요.심성민씨의 위장은 내용물이 꽤 있었어요. 배목사와 달리, 몇 시간 전에 식사를 한 겁니다』

─두 분 모두 몸통에도 총상을 입었더군요.

『예, 배목사는 팔·다리·몸통에 6발을 맞았어요. 팔에 총을 맞아 팔 위쪽이 부러지고, 사타구니에 총상이 있더군요. 심성민씨는 팔과 몸통에 2발을 맞았습니다. 하지만 머리에 총을 맞아 卽死했기 때문에, 몸통에 맞은 총상은 死因과 관련이 없습니다. 안 쏴도 되는데, 그 놈들이 참 흉악한 놈들이에요』

─몸에 입은 총상이 死因과 관련이 없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사람이 죽으면, 심장이 멈춥니다. 그 상태에서 몸에 아무리 총을 쏴도 피가 나오지 않아요. 심장이 멈춰서 피가 안 도니까요. 두 분의 屍身은 머리에 핏자국이 범벅이에요. 이 얘기는 머리에 먼저 총을 쏴서 죽였다는 겁니다. 몸통의 총상에서는 핏자국이 없었어요.

그게 바로 죽은 상태에서 총을 맞았다는 증거입니다』

─죽은 사람의 屍身에 왜 총을 쐈을까요. 확인 사살인가요.

부검의 A씨는 이 대목에서 한숨을 크게 쉬었다.

『확인 사살이 아닙니다. 머리에 총을 맞고 卽死했을 게 분명한데, 확인사살을 왜 하겠어요. 아마, 屍身에 대고 사격 연습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이나 이스라엘에는 테러범들을 검거해서 조사한 자료가 있어요.

이 자료에 따르면, 테러범들은 한 명이 인질을 총살한 후에, 나머지 동료들이 죽은 시체를 대상으로 사격 연습을 합니다. 아프가니스탄 무장 탈레반들도 두 屍身을 사격 연습 대상으로 삼은 것이죠.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에 납치돼서 살해된 다른 나라 사람들의 시신들도 두 시신과 비슷합니다. 머리에 총을 쏴서 죽인 후 몸에 마구잡이로 총을 쏴대는 겁니다』

지난 9월2일 오전 아프가니스탄 피랍자들이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 피랍자대표 유경석씨가 귀국소감을 말하고 있다.

죄책감 나눠 갖기

지난 7월30일 故 배형규 목사의 시신이 샘안양병원 영안실로 옮겨지고 있다.

─죽은 屍身에 사격 연습 삼아 총을 쏴대는 이유가 뭡니까.

『테러 단체에 가입한 지 얼마 안 됐거나, 나이가 어린 자들은 사람을 죽여 본 적이 없겠죠. 이런 테러범들을 훈련시키는 것이죠. 극한 상황이 아니라면, 사람을 총으로 쏴 죽인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에요. 아무리 사람 모형을 대상으로 사격 연습을 해도 쉽게 방아쇠를 못 당겨요. 그러니까 屍身이 나왔을 때, 총을 쏴보게 하는 것이죠. 죄책감도 없고, 예행 연습이 되겠죠』

─단지 훈련을 위해서 屍身에 총질을 해댄다는 건가요.

『한 가지 더하면, 먼저 인질의 머리에 총격을 가해 죽인 사람의 죄책감을 덜어 준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아무리 흉칙한 테러범이라도 사람을 죽이면, 죄책감이 옵니다. 불안해서 잠이 안 오고 자더라도 惡夢(악몽)을 꿔요.

마음이 약한 사람은 정신이상까지 옵니다. 다른 사람들이 屍身에 총을 쏘면 죄책감을 덜게 되죠. 「아, 나만 사람을 죽인 게 아니구나. 우리가 함께 죽였구나」하면서 안심을 하는 겁니다. 몇 년 전 김선일씨가 납치돼 죽었을 때를 생각해 보세요. 칼로 목을 잘라서 죽였죠? 그때 몇 명이 함께 목을 잡고 번갈아서 칼을 들었어요. 죄책감 함께 나누기를 한 겁니다』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씨의 유족들은 두 屍身을 서울대병원에 의학연구용으로 기증했다. 두 屍身은 현재 서울대병원 屍身보관실에 안치되어 있다. 이들의 屍身은 향후 어떤 목적으로 이용될지 궁금했다.

『보통은 의대 1학년생들의 해부학 수업에서 사용됩니다. 하지만 두 분처럼 부검 실시한 屍身은 해부학 연습에 사용하기 부적합해요. 胃와 肝, 뇌 등을 모두 절개하고, 내부를 뒤집어 놓은 상태거든요. 교수들이 특별한 목적으로 해부를 해볼 필요가 있을 때, 제한적으로 이용됩니다』

부검의 A씨는 검찰이 심성민씨 屍身을 부검한 것에 대해, 못마땅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그는 『심씨의 屍身은 부검할 필요가 없었다』고 했다.

『배형규 목사는 첫 희생자이기 때문에 부검이 필요했어요. 총상으로 사망한 것이 확실해도 만의 하나 고문이나 독살 시도를 했을 수 있거든요. 하지만 똑같이 총상으로 사망한 심씨까지 부검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정말 고귀한 뜻으로 屍身을 병원에 기증했는데. 의미 있게 사용해야 고인의 魂(혼)이라도 달래 주지 않겠어요. 아무리 얘기해도 검찰은 막무가내로 부검을 하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