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자와의 전쟁]②아파트 비상계단 흡연 갈등 “피우지 말라” vs “흡연실 설치”

이도관 기자 승인 2020.06.04 10:55 의견 0
아파트 비상계단에 버려진 담배꽁초 모습. 이도관 기자

코로나19 기세가 줄어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일상 생활 속 작은 부주의가 더 큰 피해를 일으키고 있다. 특히 마스크를 벗은 채 길거리 흡연을 하는 사람들은 길거리 위 ‘공공의 적’으로 떠오르고 있다. 비흡연자들은 흡연자를 피해 다니거나 강제로 간접흡연을 해야 하는 처지다. <뉴스쿡>은 길거리 흡연이 얼마만큼 넘쳐나는지 직접 알아보기로 했다.

최근 아파트 비상계단이나 베란다에서 이뤄지는 흡연으로 주민 갈등이 폭발 직전이다. 비상계단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바닥에 침을 뱉고, 꽁초를 그대로 투기하고 사라지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일부 아파트에서는 금연아파트로 지정해 달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금연아파트는 입주민 50% 이상의 동의를 얻어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신청하고 선정되면 현관, 복도 등의 공용공간에서 흡연이 금지된다. 그러나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의견 차이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비흡연자인 정경미영(39)씨는 최근 담배 냄새를 참다못해 아파트 계단에 안내문을 부착했다. 그는 “계단에서 담배를 피우면 복도를 타고 냄새가 다 올라온다. 담배는 본인이 피우면서 왜 피해는 다른 사람에게 주는 것인가. 차라리 나가서 피워달라”고 토로했다.

다른 입주민들도 불만을 드러냈다. 임산부 김지현(34)씨는 “코로나 때문에 밖에 나가지 못하고 집 안에만 있는데, 계단에서 올라오는 담배 냄새 때문에 창문을 못 열고 있다.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해 안내 방송도 여러 번 부탁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며 “차라리 아파트 흡연 구역을 만들어주거나 금연 아파트로 지정해줬으면 좋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흡연가의 입장은 다르다. 대체적으로 흡연 구역을 지정하거나 흡연실을 설치해달라는 목소리를 내세웠다. 흡연가인 김재준(42)씨는 “아파트 근처에 흡연할 만한 곳이 마땅치 않다. 잘못된 건 알지만 비상계단에서 눈치를 보며 담배를 핀다”며 “흡연자들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제대로 된 흡연실을 마련해주고 항의를 하면 덜 억울할 거 같다”고 말했다.

한재희(50)씨 역시 흡연 구역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씨는 “공공시설에 흡연실이 있어 일부러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한다. 코로나 때문에 길거리 흡연 구역에서도 담배를 피우지 못하고 있다”며 “흡연실을 설치해주면 귀찮음을 감수해서라도 이용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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