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보는 자연

잎이 부들부들한 '부들', 열매가 핫도그 닮았네

입력 : 2013.09.05 10:09
연못가나 늪지에선 길쭉하고 가는 잎을 자주 볼 수 있어. 벼와 많이 닮은 줄, 잿빛 꽃이 피면 그 무리가 멋진 풍경을 이루는 갈대, 향긋한 냄새가 나는 창포, 잎이 부들부들해서 돗자리나 방석을 짜기 좋은 부들…. 잎의 폭이나 길이는 조금씩 다르지만, 모두 잎들이 늘씬늘씬하지. 그중에도 부들은 특이한 열매이삭 덕분에 단연 돋보여. 아마 다들 잘 알고 있을 거야. 맞아, 맛난 간식인 핫도그를 닮았거든. 물가 풀숲에서 얼핏 핫도그를 본 것 같다면, 부들을 본 게 틀림없어.

부들 꽃은 6~7월에 노랗게 피어. 살짝 건드리면 노란 꽃가루가 보슬보슬 떨어져. 이건 수꽃이야. 그 아래쪽엔 암꽃이 피어. 하나의 꽃대에 수많은 꽃이 무리지어 피는데, 어찌나 촘촘하게 피는지 꽃줄기가 전혀 보이지 않아. 꽃가루는 햇볕에 말려 약으로 써. 부은 혀에 뿌리면 가라앉고, 곪은 상처에 뿌리면 상처가 빨리 아문대.

부들.
부들은 익을수록 붉은 기가 도는 갈색이 돼. 그땐 군침이 돌 만큼 핫도그랑 똑같아. 보기엔 스펀지처럼 폭신폭신할 것 같아도, 씨앗이 얼마나 촘촘하게 나 있는지 오히려 단단하다고 여겨질 정도야. 10㎝가 채 되지 않는 열매이삭에 씨앗이 수십만 개나 있으니, 물렁물렁할 틈이 없겠지? 여문 씨는 솜처럼 부푸는데, 그 모습이 마치 터진 베개에서 솜이 픽픽 삐져나오는 것 같아. 확대해서 보면 민들레 씨앗처럼 보송보송한 '갓털'이 붙어 있어. 1㎜쯤 되는 아주 작고 가벼운 씨앗에 갓털까지 달렸으니, 바람에 훨훨 날려 멀리멀리 날아가지.

부들도 여러 종류가 있어. 수꽃이삭 밑에 암꽃이삭이 붙어서 핀 건 부들, 암꽃이삭이 짧고 통통한 건 꼬마부들, 수꽃이삭과 암꽃이삭이 떨어져서 달린 건 애기부들이란다.



박윤선 | 생태교육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