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공룡' 닮은 키 2m 새… 길고 날카로운 발톱에 맞으면 죽을 수도 있어요

입력 : 2021.09.08 03:30

화식조(火食鳥)

 /픽사베이
/픽사베이
얼마 전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이 소셜미디어에 동물들이 지난여름 특별 간식을 먹는 '먹방' 동영상을 소개했어요. 그중 몸통은 검은 깃털로 뒤덮이고 푸른빛 얼굴에 붉은 주름이 있는 목덜미, 머리는 투구처럼 불룩 솟아 있는 커다란 새도 있었어요. 호주와 뉴기니섬이 원산지인 '화식조(火食鳥·사진)'입니다. '불을 먹는다'는 뜻의 이름은 강렬한 외모 때문에 붙었다는 설이 있어요.

화식조는 지구상 새 중에서 몸무게는 타조에 이어 둘째로 무겁고, 키로 보면 타조·에뮤 다음에 셋째로 크답니다. 이런 새들은 날지 못하는 대신 지상에서 살 수 있게 진화했죠. 화식조가 사는 곳은 울창한 숲이 우거진 열대우림이에요. 몸통의 수북한 검은 깃털은 숲속 식물들의 날카로운 가시 등에 찔리지 않게 몸을 보호해주는 동시에 축축한 습기 속에서 적당한 건조함을 유지하게 도와줍니다.

화식조의 또 다른 특징은 머리 꼭대기에 투구처럼 솟아오른 뿔이 있다는 거예요. 뿔 바깥은 인간의 손톱 같은 케라틴 성분으로 돼 있고 안쪽은 스펀지처럼 부드러워요. 이런 독특한 머리 모양은 자기 힘을 과시하거나 머리를 보호하는 기능을 할 것으로 추측돼요. 머리엔 뿔을 달고 두 발로 성큼성큼 걷는 화식조의 모습은 공룡을 연상케 하죠.

화식조는 성격이 조용하고 숲속에서 숨어 지내는 시간이 많아 발견하기가 쉽지 않아요.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새'라는 무시무시한 별명도 갖고 있습니다. 그건 큰 덩치에서 나오는 어마어마한 힘 때문이죠. 다 자란 화식조는 키가 2m가 넘고 몸무게 70㎏이 넘는 것도 있는데, 움직임은 아주 날렵해요. 울창한 숲속을 시속 50㎞로 내달릴 수 있고 수영도 잘하죠. 2m를 껑충 뛰어오를 정도로 점프력도 뛰어나요. 발에는 최장 10㎝까지 자라는 칼날 같은 발톱이 달려있어서 화식조가 한번 발길질을 하면 웬만한 동물은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죽을 수도 있어요. 만일 화식조가 고기만 먹는 육식 조류였다면 정글 최고 사냥꾼으로 군림했을지도 몰라요.

새 중에는 암컷이 수컷보다 덩치가 큰 경우가 종종 있는데 화식조도 그렇답니다. 암컷이 알을 낳아 놓으면 품고 부화시키고 돌보는 일은 수컷이 도맡아요. 수컷이 60일 정도 알을 정성껏 품고 나면 갈색에 줄무늬를 한 새끼들이 태어나요. 먹이를 먹이고 적들에게서 보호하고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는 것도 수컷 몫이랍니다.

화식조는 벌레나 작은 동물, 물고기도 먹지만 가장 좋아하는 먹이는 과일이래요. 이런 습성이 열대우림을 울창하게 유지해주는 정원사 역할도 하고 있어요. 화식조가 먹은 열매에서 소화되지 않은 씨가 배설물과 함께 나와 다시 싹을 틔우거든요. 많은 열대 식물이 씨를 퍼뜨리는 데 화식조의 도움을 받고 있어요.
정지섭 기자 도움말=어경연 세명대 동물바이오헬스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