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뒷다리 길고 힘센 산토끼… 순간 시속 80㎞까지 뛴대요

입력 : 2023.01.17 03:30

토끼의 이모저모

/그래픽=진봉기
/그래픽=진봉기
2023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해는 검은 토끼해, 계묘(癸卯)년이라고 하죠. 2018년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토끼는 개·고양이·물고기·햄스터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다섯째로 많이 기르는 반려동물입니다. 기다란 귀를 가진 독특한 특징에 귀여운 외모 덕분인데요. 과연 우리는 토끼에 대해 얼마나 많이 알고 있을까요?

산토끼의 뒷다리, 집토끼의 발바닥

토끼는 크게 산토끼(hare)와 집토끼(rabbit)로 구분합니다. 사는 지역에 따라 이런 이름이 붙었지요. 산토끼는 멧토끼라고도 부르는데요. 모든 신체 부위가 길쭉길쭉합니다. 다리도 길고, 귀도 얼굴 길이를 넘을 정도로 깁니다. 각종 일러스트나 미디어에서 보이는 토끼가 바로 산토끼지요.

산토끼는 앞다리보다 뒷다리가 유달리 깁니다. 토끼는 두 뒷다리 힘이 강력한 동물이에요. 뒷다리 관절을 움직이는 굴근(屈筋)이 강력한 데다, 관절 가동 범위도 넓어서 뒷다리로 바닥을 박찼을 때 높고 멀리 뛸 수 있습니다. 덕분에 평지나 오르막에서는 어떤 동물보다 쉽고 가볍게 뜁니다. 20m 이내에서는 시속 80㎞, 90m 정도까지는 시속 60㎞까지 속도를 낸다고 알려졌습니다. 반면 뒷다리보다 앞다리가 짧기 때문에 내리막에서는 잘 뛰지 못합니다. 앞다리가 짧기에 뒷다리로 땅을 박차는 순간 공중에 뜨거든요. 그래서 옛말에 토끼 사냥을 하려면 내리막으로 몰라는 이야기가 있지요.

동물원이나 반려동물로 만나는 토끼는 굴토끼의 일종인 집토끼입니다. 본래 굴에서 살았기에 팔다리가 산토끼에 비해서 짧습니다. 몸통과 얼굴도 동글동글하지요. 우리나라에는 서양과 교류가 활발해질 때 가축으로 들여왔습니다. 집토끼는 우리나라 토종 토끼는 아닌 거지요. 굴에서 살았던 만큼 흥미로운 특징이 있습니다. 바로 쿠션 역할을 하는 발바닥 '젤리'가 없다는 거죠. 일반적으로 야생동물들은 단단한 땅을 디딜 때 발바닥을 보호하기 위해 도톰한 살이 있습니다. 개나 고양이의 발바닥 살이 대표적이죠. 하지만 토끼는 땅굴을 파고 그 안에서 생활합니다. 그러곤 어두운 굴속에서 발바닥 감각을 이용해 주변을 탐색합니다. 이 때문에 충격을 감소해 주는 발바닥 젤리 대신 단단한 발바닥을 가졌답니다.

톡 튀어나온 앞니, 길고 민감한 꼬리

쥐나 햄스터처럼 앞니가 도드라진 동물을 설치류라고 합니다. 설치류는 앞니가 위아래 한 쌍씩 총 4개 있어요. 이 앞니는 손톱처럼 평생 자라기에 딱딱한 물건을 갉아 이빨을 갈아내지 않으면 앞니가 길어져 생존이 어려워집니다.

토끼 역시 앞니가 톡 튀어나온 모습이 인상적인데요. 다만 토끼는 설치류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토끼 이빨을 안쪽까지 들여다보면 윗앞니 안쪽으로 숨겨진 작은 앞니가 하나 더 있어요. 오른쪽·왼쪽 각각 하나씩 있지요. 위 앞니가 중복으로 겹쳐 있는 특징 때문에 토끼는 '중치류(重齒類)'에 속합니다. 앞니가 총 6개란 뜻이에요. 분류는 조금 다르지만 토끼 역시 설치류처럼 정면에서 보이는 앞니는 평생 자랍니다. 이 때문에 반려 토끼를 키울 때는 물기가 있어 부드러운 생풀보다는 거친 건초와 단단한 사료를 줘서 앞니를 계속 닳게 해야 합니다.

토끼의 반전은 또 있습니다. 토끼 꼬리가 생각보다 길다는 것을 알고 있나요? 부드러운 털에 둘러싸이고, 뭉툭하고 짧은 꼬리는 토끼의 상징과도 같은데요. 천적에게서 도망칠 때 방해돼 꼬리가 짧아지는 방향으로 진화됐다는 가설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꼬리는 우리 눈에 보이는 것처럼 뭉툭하지도, 짧지도 않습니다. 기네스북에 기록된 세계에서 가장 긴 토끼 꼬리는 17㎝입니다. 콘티넨털 자이언트 래빗이라는 대형 토끼 종으로 당시 몸길이는 112㎝였습니다. 몸길이의 15%나 되는 제법 긴 꼬리였던 셈입니다. 대형 종이 아니라도 실제 토끼 꼬리는 수㎝ 정도로 깁니다. 다만 동그랗게 말려 있을 뿐이지요. 꼬리를 살짝 잡아당기면 귀만큼이나 긴 꼬리가 나타난답니다.

육식 토끼, 물구나무 서서 걷는 토끼도 있어

전 세계에는 수십 종이 넘는 토끼가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그중에서 우리가 아는 토끼와는 다른 특징을 갖는 토끼도 있지요. 2018년 캐나다 앨버타대 연구팀은 북극 지역의 청소 동물을 조사하던 중 흥미로운 모습을 목격하게 됩니다. 바로 초식동물의 대명사로 알려진 토끼가 동물 사체를 먹는 장면을 본 겁니다. 주인공은 북극 지역에 사는 '눈덧신토끼'인데 흰 눈밭에서 지내는 새하얀 털의 토끼로 잘 알려졌습니다.

연구진은 2년 6개월간 다양한 동물 사체를 두고 무인 카메라를 설치해 어떤 동물이 찾아오는지 확인했는데요. 연구진이 뒀던 사체 161구 중 20구에 토끼들이 방문했습니다. 토끼가 특히 좋아했던 건 뇌조(雷鳥) 사체로, 깃털을 맛있게 먹었다고 해요. 연구진은 먹이가 부족한 겨울에 생존을 위해 동물 사체를 먹었을 거라고 추측했습니다.

물구나무를 서는 독특한 토끼도 있습니다. 1935년 프랑스에서 발견한 희귀종 '소퇴르 달포르(sauteur d'Alfort)'입니다. 물구나무를 선다고 하면, 평소에는 네 발로 기지만 특정 상황에서만 뒷다리를 들고 앞다리로 물구나무를 선다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소퇴르 달포르는 언제나 앞다리로만 걷는, 독특한 걸음걸이를 가졌습니다.

2021년 포르투갈 포르투대 연구진은 소퇴르 달포르가 다른 토끼들과 무엇이 다른지 조사해 'RORB'라는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일어나 물구나무 걸음걸이를 만든다는 사실을 찾아냈습니다. 연구진은 RORB 유전자 돌연변이가 뇌와 다리를 연결하는 척추의 신경 다발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알아냈는데요. 뇌에서 다리로 보내는 신호가 다른 토끼와 다르게 전달되기 때문에 뒷다리를 쓰지 않고 물구나무를 서게 된다고 설명했답니다.
오가희 어린이조선일보 편집장 기획·구성=안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