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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성북구 길음2동 하늘어린이공원 미끄럼틀 2003년 풍경


꽃네 아가씨 무덤

주택에서 아이들을 키우다보니 가장 어려운 것이 놀이터가 부족한 것이었다. 7월에 첫 돌 맞고, 가을 겨울 보내고 봄을 맞았을 때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노는 것을 너무 좋아했다. 그런데 집에서 가까운 초등학교에는 시소와 정글짐, 늑목과 철봉은 있었으나 초등학생들 수준에 맞춘 시설이라 유아들은 잘 놀 수 없었다. 그리고 늑목과 정글짐 사이를 골대삼아 축구를 하는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 때문에 위험했다. 모래놀이를 할 수 있어서 아이들이 좋아했는데, 역시 언제 공이 아이들 노는 쪽으로 날아올지 몰라 불안한 마음으로 지키고 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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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아이들을 유모차에 태우고 남의 동네 초등학교까지 원정을 가곤 했다. 운동장도 넓고, 아파트 단지 안에 워낙 놀이터가 많으니 아이들이 학교로 몰리지 않기도 했다. 또 큰 아이들이 축구하며 노는 경우가거의 없어서 공 맞을 염려가 없었다.  또 보기만 좋은 떡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미끄럼틀이다. 유아용이 아닌데다 타는 아이들이 거의 없어서 엉덩이가 닿는 면엔 녹이 다 슬어있을 정도였다. 계단과 계단 사이도 높은데다 발을 헛디디면 아이가 계단 사이로 쏙 빠져버릴 것 같은 불안감에 가슴 졸이긴 마찬가지였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놀이터가 있었으나 집에서 가려면 쌍둥이 유모차를 밀고 언덕을 올라가야 해서 힘들었다. 더 문제는 집에 올 때인데, 몸을 잔뜩 뒤로 젖히고 걸어도 가속도가 붙어서 내리달리는 유모차를 내가 감당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5분이면 내려올 거리를 경사가 완만한 골목 골목 돌아서 10분이 걸려야 내려올 수 있었다.

그런 악조건을 감수하고 놀이터까지 가더라도 놀이터 진입로가 계단으로 되어 있는 것이 또 문제였다. 연결로가 계단으로 되어 있어서 아이들을 따로따로 안아다 놀이터에 내려놓고 다시 와서 빈 유모차를 끌고 올라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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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2003년의 일이다. 그래서 나는 성북구에서 관리하는 공공놀이터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좋은 놀이터가 나오면 우리 아이들을 데리고 올 생각에 기뻤고 허술한 놀이터를 보면 이 동네 엄마들이 애들 데리고 노는 데 고생하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공공놀이터를 찾아다니며 느낀 것은 유아들이 놀기엔 너무 위험하다는 것과 불결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성북구청 공원녹지과 담당자께 메일을 보내 개선해 줄 것을 부탁드렸다. 그 후  서서히 놀이터 시설과 청소 상태가 개선되기 시작했다.

새로 바뀐 놀이터에는 유아용과 어린이용  미끄럼틀이 나뉘어 설치 되었고 비둘기 똥이 마구 석여있었던 모래놀이공간도 많이 깨끗해 졌다. 구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의견을 적극 수렴해 준 성북구 공원녹지과 직원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우리 동네도 이제 아파트의 시대로 접어 든단다. 그러면 아파트 곳곳에 놀이터가 세워져서 아이들이 놓기에 좋아지겠지만, 미래의 아이들이 단독주택의 개념을 책에서나 배워야 알 것 같으니 아쉽다.  우리들에게 <만희네 집> - 길벗 어린이- 과 같은 추억이 깃들 곳도 마련하는 도시개발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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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대로 봄이 되려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따뜻하여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놀았다. 자전거도 타고 모래놀이도 했는데, 아이들이 모래를 봉긋하게 쌓아놓고서 꽃네 아가씨 무덤이란다.  그 전엔 주로 케익을 만들었는데 <백일홍 이야기> - 마당 애니메이선 전래동화 -에 나오는 꽃네아가씨의 무덤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아가씨가 있는 곳이라며 무덤 빗면을 가리킨다.  어찌 말해주랴. 그게 아니고 저 땅 속에 꼭꼭 묻어두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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