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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솔농원 옥수수 밭에서 김매는 엄마^^

 옥수수가 익어가는 시절엔...

옥수수는 다 찰지고 쫄깃거리는 줄만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더라. 쌀이 찹쌀과 멥쌀로 구분되는 것처럼 옥수수도 찰옥수수와 메옥수수가 있더라. 허면 찰옥수수와 메옥수수를 어찌 구분할까. 확실한 방법은 먹어보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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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와 관련된 일화가 있다. 우리집 냉동실에 쌀가루가 있는 데, 이것이 멥쌀가루인지 찹쌀가루인지가 도저히 기억나지 않는 거다. 그래서 방앗간에 가서 여차저차 이야기를 하고 구분이 가능하냐고 했더니 찹쌀과 멥쌀은 불리기 전에만 육안으로 구분할 수 있고 일단 불리고 빻았으니 육안으로는 구분이 어렵다는 게다. 먹어봐야 안다는데, 잘못해서 팥죽에 넣는 옹심이( 새알 )를 멥쌀로 할 수는 없는 노릇. 그래서 결국은 찹쌀이든 멥쌀이든 상관없이 쓸 수 있는 김치양념용 풀로 썼을 것이다. 방앗간 집 아저씨가 구분을 못할 정도니 찰옥수수와 메옥수수의 구분도 그러하지 않을까 싶다. -

물론 충청도 오지에서 자라며 옥수수를 먹은 경력이 9단이니만큼 나름대로의 노하우는 있는데, 우선 보기에 껍질이 얇아 속이 투명하게 비치고 껍질에 윤기가 나며 손톱으로 알을 눌러보았을 때 통통한 탄력이 느껴지는 옥수수가 맛있는 찰옥수수일 가능성이 크다. 때를 잘 맞춰 친정엘 가면 큰 솥으로 하나씩 옥수수를 삶아 주시는데, 그 때 난 위의 기준으로 더 맛있는 옥수수를 골라 먹는다. 물론 친정 집에 것은 다 찰옥수수이지만, 그래도 더 눈에 띠는 것을 골라 ‘음, 이 맛이야.’ 하며 먹는다. 그 순간엔 내 눈이 즐겁고 입이 즐겁고 옥수수통을 들고 있는 손도 즐겁다. 그러나 가장 큰 즐거움은 내 어머님 몫일게다.

‘논귀에 물 들어가는 게 좋고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게 보기 좋다.’ 라는 속담을 자주 쓰시는 어머님 눈에 자식들이 행복한 표정으로 옥수수를 먹는 게 오죽 보기 좋으시랴. 더구나 어머님이 직접 가꾸신 옥수수 임에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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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생각난다. 초등학교 시절. 지대가 높아 모든 농작물의 수확이 남쪽보다 한참씩 늦은 탓에 여름방학이 다 끝날 무렵에야 옥수수를 꺾어 먹을 수 있었다. 아주 불운 할 땐 그 맛있는 옥수수를 한번도 쪄먹어 보지 못하고 개학을 맞아 서울로 올라와야 했던 적도 있다. 그때의 아쉬움이란......  지금도 너무 이른 여름에 친정나들이를 가면 아직 옥수수가 덜 여물어 못 먹기도 한다. 어쩌다 너무 늦게 여름 나들이를 가면 너무 여물어서 맛이 없는 옥수수를 먹어야 한다.

그런데 나의 어머니께서 옥수수가 딱 알맞게 여물 때를 맞춰 고향에 올 수 없는 타관의 자식들을 위해 개발하신 옥수수 재배방법 덕택에 한여름을 지나고 추석 때가 되어 가도 맛있는 옥수수를 금방 꺾어다 삶아 먹으라고 주신다. 물론 밭에서 꺾어오시는 건 아빠의 몫이지만. 그 새로운 옥수수 재배 방법이란 바로 옥수수 심는 날짜를 각각 다르게 하시는 거다. 예를 들면 감나무 밑 밭가에는 먼저 심고 외갓집 마당에는 일주일 뒤에 심고 또 마늘밭에는 또 일주일 뒤에 심고 하는 방법이다. 한날에 옥수수를 밭으로 하나 심어놓고 미쳐 못오는 자식들 때문에 애태우시다가 개발하신 방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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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 익을 때를 기다렸다 옥수수 먹으러 와라 하시면 그 날짜를 맞추는 것이 부담일 것이다. 그것이 요즘 도회지 생활하는 사람들의 짜여진 삶인 것이다. 그러나 어머닌 외갓집 마당에 있는 다음 기회를 말해주고, 그것이 아니면 마늘밭에서 기다리는 더 느긋한 기회를 마련해 놓으셨기에 옥수수를 먹으러 가야하는 자식들은 부담이 없다. 그리고 그나마 기회를 못 맞추면 냉동실에 넣었다. 싸 주시니 또 걱정이 없다.

옥수수 한 통에 얼마를 하랴마는 고향집서 먹는 옥수수는 값으로 칠 수 없는 무엇이 들어있다. 물론 내가 꺼려하는 뉴슈가도 넣고 삶아 주시지만, 그래도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맛있는 옥수수니 먹으라고 한다. 솔고개에서의 삭카린나트륨은 내 소관이 아닌 것이다. 실제로 우리 아이들은 둘 다 옥수수를 아주 좋아한다.

물론 휴게소와 국도변에는 삶은 옥수수가 즐비한 시절이라도 고향집 텃밭에서 꺾은 옥수수가 아니면 넘치는 행복감을 맛볼 수 없으니 의미가 없다. 게다가 밖에서 삶아 파는 옥수수를 잘 안 사먹는 이유는 환경호르몬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계속 김이 모락모락 날 정도의 온도에서 비닐봉투에 든 채 팔릴 때 까지 몇 시간이고 비닐봉투 안에 들어 있는 옥수수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아무리 전자렌지의 전자파는 인체에 무해하다고 강조하더라도 임산부가 되면 저절로 작동되는 전자렌지 곁에 붙어 서 있지 않는 것과 같이, 아무리 FDA의 승인을 받았느니 어쨌는지 해도 환경호르몬의 검출 여부를 믿을 수 없으니 아예 사먹지 않는 것이다. 더구나 내가 먹으면 아이들도 같이 먹어야 하는 것이 더욱 꺼리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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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
그것은 나에게 또 다른 취향이다.
우리 집 마당에 한 골 크기의 땅에 고추도 몇 포기 심고 상추도 몇 포기 심곤 하는데  나는 그 사이사이에 옥수수를 심는다. 더 정확히는 시아버님께서 심으시는 것이지만 심자고 주장하는 사람은 내 몫이다. 물론 밭에서 자라는 옥수수와는 달라 통도 못 생겼고 알도 잘 여물지 않지만 그 짙푸르고 기다란 옥수수 잎이 휘엉청 늘어져 있는 모습은 어떤 값비싼 난 잎이 휘어진 모양보다 건강하고 힘 있고 싱그러워서 좋다. 더구나 비 오는 날 접은 마당을 지날 때면 비에 젖은 옥수수잎이 살갗에 스치기도 하는데, 그 잎을 슬쩍 밀어내고 걸을 때의 느낌은 마치 응석받이 막내딸을 안아 옮기는 느낌처럼 행복하다.

하리 하우스에 옥수수 심는 철이 되면 어머니께 배운 지혜로 일주일 단위로 옥수수를 심을 것이다. 다음 주에 맞을 손님을 생각하면서 또 다른 옥수수 그루를 바라보는 마음은 아름다울 것이다.
그 아름다운 마음을 내년에도 후년에도 그 후로도 오랫동안 솔고개 집에서 만날 수 있기를 기도한다.

핵심
1. 옥수수가 오곡에 들지 못하는 이유는 덩치에 비해 영양소가 적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여름 한 철 멋으로 먹는 옥수수를 생각함에 영양소 운운하며 타박하는 것은 옥수수에 대한 바른 대접이 아니다. 대신 옥수수의 섬유질은 장운동을 활발하게 하여 변비 해소에 좋고 옥수수 수염 달인 물은 민간에서 신장염과 방광염의 약으로도 알려져 쓰고 있으니 대견하다 하겠다.

2. 옥수수를 이용한 요리는 다양하다. 옥수수를 찧어 쌀알처럼 작게 만들어 옥수수 밥을 하기도 하고 옥수수 알 표면의 얇은 막을 벗기고 팥과 함께 삶아 소금과 설탕으로 간을 맞춰 먹기도 한다.

3. 옥수수 뻥튀기와 팝콘은 차원이 다르다. 뻥튀기 옥수수는 팝콘에 비해 열량이 훨씬 적다. 팝콘엔 버터나 마아가린, 때론 쇼트닝을 이용해서 튀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옥수수 뻥튀기도 직접 튀긴다면 뉴슈가나 당원을 넣지 말고 튀겨달라고 하는 것이좋다. 그런 재료들의 주 성분이 삭카린나트륨이기 때문이다.

4. 옥수수를 삶을 때 삶을 물에 소금과 설탕으로 적당히 간을 맞춰 삶으면 뉴슈가를 넣지 않고도 감칠맛을 낼 수 있다. 비율은 개인의 취향에 맡도록 조절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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