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황
대황

 

 

 

이야기 1)

옛날 황(黃)씨 성을 가진 의사가 있었다. 공교롭게도 그의 조상들은 대대로 황련(黃連), 황기(黃芪), 황정(黃精), 황금(黃芩), 황근(黃根) 이렇게 다섯 가지 약을 캐며 사람의 병을 고쳐주었다. 그래서 그를 오황(五黃) 선생이라 불렀다.

오황 선생은 성실하고 부지런하였다. 매년 3월이 되면 그는 약을 캐러 산으로 가 산 위의 한 농부 집에서 숙식하며, 가을이 끝날 즈음이 되어서야 산에서 내려왔다. 그 농부 마준(馬俊 )의 집에는 세 가족이 살았는데 그 가족들은 모두 착하여 따뜻하게 의사를 대해 주었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흘러 의사와 농부의 우정은 깊어져 갔다.

어느 날, 농부의 집에 불이 나 집과 재산이 홀랑 타버렸다. 마준의 아내도 불행하게 목숨을 잃었다. 마준에게 남은 건 아직 열 살도 되지 않은 아들뿐이었다. 이 부자는 어쩔 수 없이 산속 동굴에서 살았다. 그날 의사는 마침 약초를 캐러 가 집에 없었기 때문에 몇 주가 지난 뒤에야 겨우 부자를 찾을 수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이 부자는 의사를 따라 산에서 내려와 약초를 캐고 약초를 팔면서 생활을 꾸렸다. 마준 농부는 오황 선생에게 오황약을 배워 의사가 없을 땐 환자를 돌보며 병을 고쳐주었다.

그해 여름, 한 임산부가 설사 때문에 의사를 찾아왔는데 마침 의사가 없어 마준 농부가 치료하였다. 마준은 설사를 치료하는 황련을 주어야 했는데, 사화통변(瀉火通便)하는 황근을 잘 못 주어 임산부는 설사를 계속하다 결국 태아와 함께 죽어버렸다. 이로 인해 미준 농부는 관아에 끌려갔다. 돌팔이 의사가 사람을 죽인 것이다.

그 소식을 들은 의사는 한걸음에 달려와 고을 원님 앞에 무릎을 꿇으며 청하길, 자기가 마준을 잘못 가르친 탓이니 마땅히 죄는 본인이 받아야 한다고 하였다. 그러자 마준은 죄는 자신이 지었는데 왜 오황 선생이 받느냐며 도리어 자기의 잘 못을 주장하였다.

이 광경을 본 고을 원님은 그들의 진한 우정에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오황 선생의 명성과 또 그 임산부가 원래 몸이 매우 허약하고 임신 초기였던 점을 고려하여 그냥 그 임산부 가족에게 돈으로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리고 그들을 석방하였다.

현령은 의사를 불러 말하였다.

“선생의 오황약(五黃藥) 중 ‘황근(黃根)은 다른 약들보다 효과가 강합니다. 마치 군대의 장군 같지요. 마땅히 이름을 바꾸어 오늘날과 같은 실수를 하지 말아야지요?”

의사 역시 고개를 끄덕이고는 집으로 돌아와 이름을 고민하였다. 사하력(瀉下力 : 밑으로 쏟아내는 힘)이 다른 약보다 몇 배나 맹렬하니 ’장군(將軍)‘이라 부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본인의 ’오황(五黃) 선생‘의 칭호와 맞지 않아 이름을 ‘대황(大黃)’으로 지었다

이 소식은 널리 퍼졌고, 사람들은 ‘대황’ 또는 현령이 말한 대로 ‘장군’이라고도 불렀는데, 실제로 오늘날 대황을 ‘장군’이라고도 부른다.

- 옮긴 글 : 한의사 최현명의 재미있는 한약 이야기 -

대황의 뿌리
대황의 뿌리

 

이야기 2) 변비 이야기

우리가 건강하다고 말하는 것은 첫째 무엇이든 잘 먹고 소화를 잘 시키고, 둘째 먹은 것을 대소변으로 잘 배설하고, 셋째는 잠을 잘 자는 것이다.

경제의 급속한 발전과 생활 방식의 변화로 먹고, 내 보내고, 잠을 자는 아주 기본적인 일들로 인해서 고통받는 분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특히 그중에서 서구 식생활의 영향을 받아 변비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엄청 많다.

변비(便祕)는 의학적(醫學的)으로 1주일에 2회 이하의 변을 보거나, 변을 볼 때 심하게 힘을 주어야 하거나, 지나치게 굳어서 딱딱한 대변을 보거나, 대변을 보고도 잔변감이 남아있는 경우 등의 증상이 3개월 이상 지속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는 변비를 가볍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변비를 방치하게 되면 복통, 복부 팽만감, 조기 포만감, 구토, 소화불량, 치질 등이 생기기도 한다.

변비의 원인을 살펴보면, 첫째가 섬유질이 적은 식사와 영양 부족이다. 인스턴트식품과 가공식품을 많이 먹거나 섬유질이 적은 음식을 계속 먹으면 장(腸)이 충분한 운동을 하지 못하게 되어서 변비가 생긴다. 다이어트를 한다고 음식을 너무 적게 먹으면 충분한 양의 변을 만들 수 없고, 장이 무력(無力)해져 변비가 생긴다.

둘째는 물을 너무 적게 마실 때이다. 물은 몸속을 깨끗하게 씻어 주는 작용을 한다. 좋은 물을 충분히( 하루 1.5 ~2ℓ) 마시면 변비를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다.

셋째는 불규칙한 배번 습관이다. 변을 보고 싶은 것을 억지로 참거나, 어릴 때부터 배번 습관이 잘못된 사람, 비위생적이라고 하여 집 밖에서는 대변을 잘 보지 않는 습관을 지닌 사람들은 변비에 걸리기 쉽다.

넷째는 스트레스나 긴장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장벽이 긴장되어 수축하고 장이 운동할 수 없어서 변비가 생기게 된다.

다섯째는 여러 가지 만성 질환이다. 중풍, 파킨슨병과 같은 전신 질병, 근육 계통의 질병, 장폐색증 같은 대장 지병, 갑상샘기능저하증, 당뇨병 같은 내분비계통 질병, 임신 중의 호르몬 불균형 등도 변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여섯째는 약물 남용으로 인한 변비이다. 변비약을 지나치게 많이 먹어서 장신경이 손상을 입은 경우, 마약, 진통제, 수면제, 우울증 치료제, 칼슘이나 철분제, 고혈압 치료 약 같은 온갖 약물로 인해 변비가 생길 수 있다.

대황(大黃)은 여귀과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 식물인 장엽대황(掌葉大黃 : 주로 중국 고원 지대가 생산지), 탕구트대황, 약용대황(藥用大黃)의 뿌리 및 뿌리줄기로서 주피를 제거한 것이다. 늦가을에 줄기와 잎이 시들 때 채취하거나, 혹은 이른 봄 싹이 트기 전에 채취하여 수염뿌리를 제거하고 겉껍질을 벗겨낸 다음 절단하여 햇볕에 건조한다.

우리나라에서 자생하지 않는 풀이기 때문에, 중국산 대황류의 뿌리를 이용한다.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개대황, 토대황을 대용품으로 사용되기도 하나 효능이 떨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대황(大黃)이란 이름은 색깔이 누렇고 약효가 매우 빠르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장군(將軍)’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이는 오래된 것을 배출시키고 새로운 것을 공급하는 약재의 특성이 무찌르고 태평성대를 이르게 하는 장군과 같다 하여 붙여졌다.

「동의보감」에서는 “대황(大黃)은 성질은 몹시 차고 맛은 쓰며 독이 없다. 그래서 열을 내리고 대변을 통하게 하는 효능이 강해 급성 변비와 복통에 매우 효과적이다. 인체 상부의 열을 내리는 작용이 있어 안구충혈, 구내염(口內炎), 두통, 편두선염, 코피 등에 응용된다. 또한, 해독 작용이 있어 이질, 급성황달, 맹장염, 종기 등에 활용하기도 하며, 어혈을 없애는 작용이 있어 생리통이나 갑자기 월경이 없을 때도 사용한다.

대황(大黃)의 성분은 뿌리와 뿌리줄기에 안트라퀴논 유도체와 타닌 등이 있다. 약리학적으로 대황의 안트라퀴논 유도체는 장에서 알칼리성에 의하여 분해되고, 이때 발생한 유리 안트라퀴논은 연동운동을 강하게 해 배변(排便) 반사 기능을 높여 설사를 시키고, 타닌은 지사(止瀉)작용과 건위(健胃)작용이 있다. 대황을 소량(少量)으로 쓰면, 타닌에 의한 건위(健胃) 및 지사작용이 나타나고, 다량(多量)으로 쓰면 안트라퀴논 유도체에 의한 사하(瀉下)작용이 나타난다. 또한, 안트라퀴논 화합물은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내려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한의학에서는 대황을 반드시 실증(實症)인 경우에만 사용하라고 강조한다. 실증이 무엇이냐면? 무언가 꽉 막혀있는 병이란 뜻이다. 실증(實症)에 해당하는 막혀있는 상태라는 것은 변비, 어혈, 담음, 식적(食積(, 열독 모두 해당한다. 그래서 변비, 어혈, 담음, 담적, 열독을 치료하는 약재와 대황을 배합하여 사용하면 몸속의 독소를 강하게 뚫어내는 작용을 통해 치료할 수 있다.

대황은 시중에 위품(位品)인 종대황이 많이 유통되고 있다. 종대황은 모양은 비슷하지만, 사하력(瀉下力)이 전혀 없으므로 대변을 내보내는 효과를 기대하고 사용하면 효과를 전혀 보지 못한다.

사용할 때 주의 사항을 보면, 대황의 유효성분은 물에 쉽게 용해되므로 오랫동안 물에 담가두면 약의 치료 효과에 영향을 미친다. 또한, 강한 약효를 목적으로 할 때는 생 대황을 오랫동안 끓여서는 안 된다.

두 번째는 혈이 부족하고 기운이 없는 자, 비 위장의 양기가 부족한 자, 실열이 없고 적체가 있는 자, 임산부와 월경(月經), 수유(授乳) 시에는 복용에 유의해야 한다. 설사하는 경우에는 절대로 복용을 중지해야 한다.

변비로 고생하신다면 가까운 건재상에서 약용대황을 구입하여 차처럼 끓여서 복용하면 효과를 볼 수도 있다. 대황 5~7g을 물 2ℓ에 넣고 끓여 수시로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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