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탉
암탉

닭은 개체수로는 지구상의 모든 새들을 합한 수보다도 많다. 2018년 통계에서는 237억마리가 지구상에 있다고 한다.  닭은 아프리카에서 남아시아 남동아시아에 넓게 퍼져서 살고 있는 붉은 정글새 (Red Junglefowl)에서 인간에게 사육화되기 시작한 동물이다.  사육되기 시작한 시기는 기원전 약 8000년경이라 한다. 아프리카에서만 아니라 남아시아에서나 남동아시에서 별도로 사육되었다고 하니, 이들 새는 사람을 크게 두려워하지 않고 주위에서 살았던 것 같다. 

닭은 오래전에 사육되었으나 식용으로 먹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 4~2세기 그리스에서 비로서 시작되었다. 그 이전에는 사육의 목적이 닭싸움 (Cockfighting)이었다고 하니 이채롭다. 아마 투우나 투계, 투견 등의 동물싸움을 즐기는 인간의 놀이는 역사가 매우 오래된 듯하고 동물사육의 한 주요 원인이었던 것 같다.  야생의 닭은 매우 사나운 성질을 가졌으며 집닭들도 웬만한 침입자는 단체로 달려들어 쉽게 막아낸다.  여우 정도는 암탉에게 거꾸로 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암탉의 특징 중에 하나는 알을 잘 품는 것이다.  알은 다른 새들과 마찬가지로 둥지에 가득 찰 때까지 (Clutch: 한배의 알이라 함) 알을 낳게 되며, 알을 품기 시작하면 주위의 다른 알 들도 함께 모아서 품는다고 한다. 알은 3주면 부화하는데 병아리는 알 속의 양분을 다 먹을 때가지 기다렸다가 알을 조금식 더 크게 깨고 나오게 된다.  품었던 알들은 보통 함께 부화하며 어미는 둥지를 떠나지 않고 병아리를 강력히 보호한다. 수탉은 병아리들을 따로 보호하지는 않으나 먹이를 물면 새끼에게 던져주는 행동을 자주 한다고 한다.  

영어에서 위계질서를 말할 때 흔히 사용하는 쪼는 서열 (Pecking Order)라는 말은 암탉의 사회생활에 관련해서 시작된 단어이다.  이 말의 뜻은 먹이가 한곳에 주어지면 암탉의 서열에 따라 먹이를 쪼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암탉과는 달리 수탉은 집단과 떨어져 산다.

집단을 이루고 사는 대부분의 사회적 동물들에게는 그 집단내에 서열을 정하여 살아간다.  그 중에는 고릴라나 아프리카 들개와 같이 두목수컷 (alpha male)이 존재하여 독재적인 위계질서 (Dominance Hierarchy)를 갖고 사는 동물도 있으나 대부분의 경우에는 위계질서가 상대적으로 느슨하여 암탉의 쪼는 서열 수준의 위계질서를 가지고 있다.  사람의 사회의 경우는 동물의 왕국에서는 예외적으로 위계질서가 가장 느슨하다.

암탉들 간에는 서열이 분명하다. 만일 새로운 암탉을 기존 암탉집단에 넣으려면 매우 조심해야 한다고 한다. 서열이 흩트려지는 것에 암탉들이 심하게 반응을 하며 새로 들어온 암탉은 자칫하면 매우 위험한 상황에 놓인다.  따라서 암탉을 새로 들일 때에는 가능하면 여러 마리를 함께 집어넣어야 하고 굳이 한 마리만 넣는다면 한 밤중에 몰래 넣어야 우리내의 혼란을 막을 수 있다.  

암탉의 서열은 최고 위계의 암탉에게서 가장 먼저 나온 암병아리가 가장 높고 그 다음 위계의 첫 암병아리의 순서로 자리를 잡게 된다.  이렇게 짜인 서열은 우리 내의 지속적인 위계로 잘 유지가 된다고 한다. 
물론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덩치가 유난히 큰 동물은 자연스럽게 최고의 위치에 오르게 된다. 주로 두목이 되는 암컷이나 두목 수컷의 새끼가 서열이 높은 이유는 (포유동물에서는 대부분 어미의 보호가 주된 이유가 되지만), 두목 암컷의 새끼는 부모 모두가 집단내의 최고 서열에 있기 때문에 다른 새끼들에 비해 먼저 태어나기도 하고 영양상태 부터가 크게 다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높은 위계를 갖게 된다고 한다.

동물이 위계질서를 이루고 사는 이유는 영양과 번식에서 높은 지위가 크게 유리하게 때문이다.  높은 지위의 동물은 좋은 먹이에 우선적으로 접근을 하고 집단내 새끼를 모두 낳는 경우가 많다.  인도에서 100마리 이상의 큰 집단을 이루고 사는 보닛 매카크 (Bonnet Macaques) 원숭이는 집단내의 새끼들이 모두 두세마리의 두목 수컷의 새끼들이라고 한다. 번식이 주로 두목 수컷에만 집중되어 있는 동물의 경우에는 위계싸움이 유난히 심한 경우이다. 하위 동물에게 번식의 길이 열려 있다면 위계싸움은 훨씬 줄어든다.

원숭이과 동물들은 대부분 두목 수컷이 존재하며 위계싸움이 매우 심하다. 침팬지의 경우에는 두목이 되기 위하여 갖가지 방법이 동원된다. 필자가 아는 한 경우는 머리가 좋은 수컷이 요란한 소리를 내는 큰 깡통을 끌고 다니면서 위협을 하여 두목이 되는 경우도 보았다.  이런 영장류들은 집단내 다른 동료와 동맹을 맺고, 암컷의 지원을 동원하여 매우 복잡한 경쟁을 하게 된다.  히말라야에 사는 리서스 원숭이 (Rhesus Monkey)는 추운 날씨 등 환경이 매우 열악한 곳에 사는데 이들의 두목은 힘이 가장 센 원숭이가 아니라 영리한 원숭이가 두목이 된다고 한다.  힘만 앞세우는 두목의 경우에는 개코원숭이와 같이 두목을 집단적으로 물어 죽이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러나 두목이 모든 일에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두목 보다는 두번째 정도가 실제 적응력이 높아 보통 오래 산다고 한다.  두목의 경우에는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된다.  인간의 눈에는 두목의 위치보다는 종속적인 위치가 더 현명해 보이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싸움을 덜 하게 되며 상처도 덜 입는다. 영역이나 먹이가 두목이 혼자 지킬 수 있는 것이라면 두목은 더 심하게 싸우게 된다. 

두목들에게는 스트레스 레벨이 매우 높아 이로 인해 건강에 치명적인 문제가 생긴다.  잦은 싸움으로 인한 과도한 체력소모와 스트레스 관련 호르몬이 과다하게 발생해 치명적으로 면역력을 낮추게 되고, 기생충과 질병에 취약하게 만든다.  개코원숭이와 같이 위계다툼이 심한 동물의 경우에는 두목이 오래가지 못하고 매년 바뀌는 양상을 보이는 것도 이때문이다. 
  
암탉의 경우 스트레스는 매우 민감한 사항이다.  암탉은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알을 낳지 않는다.  암탉 사이에 쪼는 순서가 잘 정해지는 것은 알을 잘 낳기 위해 사회적 스트레스를 줄이는 매우 절실한 메커니즘이라 생각된다.  이러한 것이 사회조직에 있어 위계질서가 갖는 중요한 순기능이다. 

사람의 경우에는 영장류를 위시한 어떤 동물보다도 평등한 사회를 이루고 산다. 인류학자들은 사람의 사회는 영장류의 위계질서 사회에서 역행한 것이라 한다.  농업사회가 생기고 재산이 생기고 하는 과정에서 계급이 등장하였지만 수렵사회에서 보이는 인간 사회는 많은 심리적 기능들이 동원되어 위계싸움을 줄이는 역할을 하였다. 원시사회 연구를 집대성한 C. Boehm교수는 이를 대등한 사회 (Egalitarian 사회구조)라 한다.  그가 지적한 심리기능 중에는 사회적 평판, 사회적 비판, 조롱, 불복종, 살해 등 각종 사회적 심리 수단 등이 이들 수렵사회가 대등한 사회로 진행하는 주요한 기능을 한다고 한다.
  
J. Diamond는 뉴기니의 수렵민들의 생활을 기록하면서 이들 남자들은 밤을 세워 모닥불을 피워 놓고 자기 집단은 물론 인근 집단까지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에 대한 뒷담화를 한다고 전했다.  이들 사회에서는 사회적 평판이 매우 중요한 생존수단이 되는 이유이다.  다이아몬드는 이들 수렵민들이 언제 잠을 자는지 모를 만큼 매일 저녁 수다가 계속된다고 한다.  이들 평판속에 반사회적 행위로 몰린 사람은 살아 남기가 어렵다고 한다. 사람에게는 단체행동이 가능하고 단체행동에 정당성이 부여된다. 특히 독재적인 위계가 지탱되기 어렵다고 한다. 대등한 사회로 변하는 과정이다. 또한 두목에 대한 매우 애매한 태도 (ambivalence towards leaders)를 보이는 것도 인간집단에 독재적인 두목의 등장을 어렵게 만든다고 한다. 

위계질서의 양상은 암수가 개입되면 매우 복잡하게 변한다. 인간사회에 있어 남자끼리의 경우에는 우열순위(Pecking Order)가 잘 정해진다.  남자들의 관계에서 이 서열이 정리가 안되면 서로 크게 불편하게 된다.  사회적 지위나 나이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등이 자명한 서열기준이 된다, 그러나 여성 간 혹은 여성과 남성 간에는 이 서열정리가 자명하지 않다. 

예를 들어 조선시대 후궁들 사이 서열문제에서는 객관적인 직첩의 위계가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해 심한 갈등이 빈번하였다.  특히 후궁이 자식을 나을 때에는 직첩순서에 따라 출산을 해야지 아래 직첩의 후궁이 윗 직첩의 후궁보다 먼저 아이를 갖는 것은 극히 위험한 일이다.  이는 아마도 여성들 간에는 남성 간에 위계질서를 만들어내는 당연한 기재들, 예를 들어 나이나 사회적 지위 같은 것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며 여성이 남성과는 다르게 위계질서가 없이 태어난 것은 아닐 것이다.

물론 필자는 여성이 아니지만 여성들이 나름 남성보다 더 심한 쪼기서열이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아마도 여성간에는 서로 대 놓고 서열을 정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한국에는 많은 여성장관이 출현했고, 이들은 서열기준이 가장 선명한 정부기구조직과 맞대고 있다.  특히 여성장관이 검사조직을 향하여 놀라운 두목경쟁을 하는 것을 보면 그저 입이 벌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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