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장터에 잠복하고 있으면 가끔 지금은 구하기 어려운 골동품을 만날 때가 있다.
한때를 풍미했던 UMPC가 그 한 예인데 2005년경부터 2010년까지 IT 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설레게 하던 조그만 노트북이다.
스마트폰 이전이라 이걸 들고 다니며 영화도 보고 인터넷도 하고 참 신기했었다.
나도 고진샤나 삼성 Q1U 등 몇 개 써 본 적이 있는데 오래 써지는 못하고 맛만 본 후 처분했었다.
이런 추억의 장비를 중고 시장에서 만나면 참 반갑다.
그런데....
다들 상태가 별로다. 깨지고 부서진 것까지는 그렇다 쳐도 배터리가 없어 구동이 안되거나
심지어 어뎁터도 없는 게 있다. 이런 건 그냥 장식품일 뿐이다.
게다가 나름 골동품이라고 가격도 비상식적으로 높기 마련이다.
이번에 재수 좋게 구한 건 빌립 S5라는건데 당시에는 써 보지 못했던 기종이다.
부팅도 되고 외관도 나무랄데 없는데다 무려 미사용 배터리까지 한 개 더 있다.
이 정도면 대략 10만원은 받아도 될 거 같은데 35000원에 구했다.
중고나라에서도 구할 수 없는 걸 동네 마켓에서 딱 보고 바로 득했으니 운도 좀 따라 줘야 한다.
이동 거리는 좀 됐지만 이런 골동품이라면 얼마든지 멀리까지도 갈 수 있다.
옛날 장비다 보니 DBM가 내장되어 있으며 위쪽에는 안테나까지 달려 있다.
이걸로 텔레비전을 볼 수 있지만 사실 그럴 일은 거의 없다.
지금 봐도 화질은 그리 썩 나쁘지는 않고 대충 볼만은 하며 신호도 잘 잡힌다.
아직까지도 DMB 방송을 하고 있다는게 더 놀라운 일이다.
웹 서핑도 가능하지만 화면이 좁아 좀 답답하며 감압식 터치라 링크를 누르기도 쉽지 않다.
문서 작업이나 개발은 외장 키보드를 연결해 할 수 있겠지만 역시 비현실적이다.
이걸 그나마 활용할 수 있는 가장 최적의 사용처는 동영상 감상이다.
최신 영화도 제법 잘 재생해 낸다. 아주 고화질은 좀 버벅거리는 감이 있지만 못 볼 정도는 아니다.
일단 대충 감상은 할 수 있지만 요즘의 태블릿 화질에 비하면 역시 많이 떨어진다.
결국 이런 추억의 장비는 그냥 추억일 뿐 실사하기는 한계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거 하나 가지고 있으면 웬지 뿌듯하고 가끔 꺼내 보면 재미도 있다.
싸게 샀으니 상당한 기간동안 소유하며 가지고 놀지 않을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