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ON

내부적으로 M&C TED를 처음 시작하며 “지금까지 살면서 얻은 3가지 斷想 (단편적인 생각)”이라는 주제로 발표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이곳을 통해 나누고자 합니다.

국내에서 6년, 스페인에서 5년, 독일에서 2년 그리고 SK들어와서 1이 되었습니다. 그중에 국내에서 6년간 있으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영화 트로이와 스페인에서 5년간 살면서 가장 감명을 받은 투우경기를 소재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Troy는 볼프강 페터슨이 감독했고 브래드 피트 주연에 리쳐드 라이언 무술감독이 만들어낸 걸작인데요. 페터슨 감독은 아킬레스의 몸놀림 어딘가 모르게 신의 이미지를 수렴하는 초인성을 불어넣기 원했습니다.

그래서 라이언 무술감독이 생각해 낸 이미지는 빠르고 우아한 몸놀림, 날개달린 발을 가진 머큐리 신의 역동성, 그리고 멀리 뛰면서 3단 도약하는 칼루이스의 이미지였다고 합니다.

한단어로 줄이자면 Speed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영화 도입부, 아킬레스와 거인 보아그리아스 결투장면을 보면 전혀 힘을 들이지 않고 별로 빨라 보이지도 않았는데 얼마나 빠른지 깨달았을 때는 이미 끝나버린 한판 승부가 펼쳐집니다. 3단 도약하는 칼루이스의 이미지도 보여지는데요. 영상으로 잠깐 보시죠!

일반적으로 사람에게 있는 갈비뼈가 심장을 보호하고 있어 칼로 정면을 찔러서 심장을 공격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단번에 목숨을 거두기 위해 가장 정확한 방법은 위로부터(수직과 같은 각도에서) 쇄골과 견갑골 사이를 겨냥해 심장을 찌르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상대방이 무릎을 꿇고 있거나 앉아 있어야만 가능한 방법입니다. 상대방이 서있는 상태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합니다.

이 영화를 보며 느낀 개인적인 斷想 첫번째는 “상대편의 약점을 공격하는 치사한 방식이 아닌 전혀 예상하지 못한 불가능할 것 같은 방법으로 핵심을 뚫어버리는 기발함이 경쟁력이다” 라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습니다.

스페인에서 5년간 살면서 나누고 싶은것은 많지만 그중에 한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집에서 자동차로 30분거리에 떨어져 있는 Plaza de Toros는 마드리드 중심부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리고 투우는 항시 열리는게 아니라 일년중 한번, 5월 중순 산 이시드로 축제부터 약 한달 동 안 투우가 치러집니다. 이곳은 에스파냐 최대의 투우장으로 2만 3800명을 수용 할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 투우경기만 볼 수 있는것은 아닙니다. 그 외 시간에는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실 수 있는데요. 그중에 하나 레드불의 X-Fighters입니다. 그당시 제 카메라가 좋지 못해 영상의 화질과 정확도가 많이 떨어지는데요.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코앞에서 볼 수 있다는데 큰 매력이 있습니다.

이제 다시 투우로 돌아와 설명드리겠습니다. 풍요를 기원하는 제사 의식에서 시작된 투우는 황소의 죽음을 신에게 바치는 의식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스페인 사람들은 투우를 ‘소와 인간의 목숨을 건 의식’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투우가 잔인한 오락성 게임으로 보는 사람들이 간혹 있는데요. 그것은 외부의 시각일 뿐입니다. (참고로 여기에 보여지는 인포그라픽은 스페인 친구 Simon Parsons의 작품입니다. 다른곳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이미지들입니다. 개인적으로 그 친구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이 인포그라픽 가운데 하나, 우측 상단에 있는 이미지를 보면 작은 축구 선수가 레알 마드리드의 호날두이고 그 옆에 급여가 적혀 있습니다. 215,000유로로 적혀 있고, 오른쪽 투우사는 450,000유로라고 적혀 있는데요. 45만유로면 대략 7억정도 되는데 이 금액은 일주일 급여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7억X52주를 해 보면 대략 투우사의 평균 연봉이 364억 정도 될거라는 예측을 해 봅니다. 세계적인 배우 그 이상의 관심과 선망의 대상이 되는 이유중에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투우사를 훈련시키는 여러 장비들도 있고, 그들의 삶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영역임을 알 수 있습니다.

투우사는 대략 12세부터 특별히 선발이 되어 그 과정의 교육을 받게 되는데요. 스페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투우사가 되고 싶어하는 꿈을 꾼다고 합니다.

투우사의 복장은 금실, 은실로 짜여져 있어 한벌에 수백만원대에 이른다고 하는데요. 늠름한 상반신과 매력적인 하반신을 뽐내는 가장 남성적인 옷으로 ‘트라헤 데 루체스'(Traje de luces), 즉 ‘빛의 옷’이라고 부릅니다. 디자인으로 보면 떡벌어진 어깨선을 살려주고 바지는 몸에 꽉 끼도록 재단되어 아랫 도리의 굴곡이 그대로 드러내어 최대한 남성미를 살려줍니다.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남성의 옷이 바로 투우복입니다.

위풍당당하고 늠름한 동물로 수백 킬로그램이나 나가는 거 대한 체구와 우람한 두 뿔을 지닌 숫소의 위용. 숫소야말로 가장 남성적인 체구를 가진 동물입니다. 투우란 한마디로 가장 남성적인 인간과 가장 남성적인 동물의 대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장 남성적인 동물로 상징되는 숫소는 동물 일 수도, 재앙일 수도, 불행일 수도 있고, 인생을 살아가면 서 부딪힐 수 있는 모든 불행과 난관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진실의 순간이라고 부르는 최후의 일격은 황소의 견갑골 사이의 5cm 정도 되는 틈새에 진검을 찌르며 단숨에 심장까지 닿아 순식간에 절명하게 만듭니다. 5cm 밖에 안되는 작은틈새로, 거의 수직과 같은 각도로 찔러야 하기 때문에 수많은 연습과 세밀한 정확도를 요하는 최고의 기술입니다.

여기서 부터는 제가 직접 촬영한 사진을 보여드리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투우의 시작은 투우사를 소개하는 행진으로부터 시작되는데 투우사는 화사한 복장을 하고 등장하며 3명의 보조 투우사와 함께 합니다. 소는 투우장에 내보내기 전 24시간을 완전히 차단된 암흑의 방에 가두어 두는데 더 흥분하게 하기위한 방법입니다. 소의 뿔은 그 전날 매우 뾰족하게 갈아놓습니다. 경기 당일 신경을 날카롭게 세워 최대한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게 하기 위한 방법입니다

투우 경기 방식은 세명의 투우사가 각각 두 마리의 숫소를 상대로 싸우는 경기로 여섯 마리의 숫소가 모두 죽거나 투우사가 죽어야 경기는 끝납니다.

피까도르(Picador) 18세기의 기마 투우의 잔재로서, 피카(Pica 창)를 찌르는 투우사로 끝이 예리한 창을 들고 방어 장비를 갖춘 말을 타고 대결을 벌입니다. 황소의 견갑골 융기부(혹)를 찔러 체력을 빼앗는 동시에 마타도르가 진검을 찔러 넣기 쉽도록 머리를 아래로 수그리게 하는 것이 중요한 목적입니다. 찌르는것은 3번까지만 허용 됩니다.

반데리예로(Banderillero)는 반데리야(Banderilla 장식이 달린 작살)를 찌르는 투우사로, 일단 꽂히면 빠지지 않도록 끝에 미늘이 달린 70cm 정도의 작살을 양손에 들고 돌진해 오는 황소의 정면으로 돌아가 4자루의 작살을 등에 꽂아 넣습니다. 피카도르에게 체력을 빼앗긴 황소에게 새로 자극을 주어 다시 한번 분기탱천 하게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노비예르(Novillero)는 견습 투우사로 카포테(밖은 분홍색이고 안은 노란색인 망토, 무게는 약 5kg)를 두손으로 들고 ‘창의 막’에서 황소를 말에서 멀리 떼어놓도록 다룹니다. 파세(Pase)는 마타도르나 노비예로가 카포테나 물레타를 사용하여 황소를 유도하여 움직여 가는 것을 말합니다. 축제 때는 노비요(Novillo, 2-3살짜리 젊은 황소)를 상대로 투우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마타도르(Matador)는 수석 투우사로 물레타(Muleta, 한가운데를 손으로 잡기 위해 막대기가 달려 있는 빨간 플란넬 천)와 에스파다(Espada, 최후의 일격을 가하는 진검)를 들고 물레타를 흔들면서 돌격해오는 황소를 다룹니다. 마타도르와 황소가 약 15분에 걸쳐 진검 승부를 펼치는데요. 황소의 정면에 서서 물레타를 흔드는 것은 황소의 눈이 좌우 옆쪽에 달려 있어서 정면 몇 미터가 시각이 되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향해 돌진해오는 숫소를 마주한 투우사는 절대 두 발을 땅에서 떼지 않고 가급적 소와 가까운 곳에서 아슬아슬하게 피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발을 땅에서 떼는 것은 소가 두려워 겁에 질려 도망치는것으로 비쳐지기 때문에 불명애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투우야말로 에스파냐 문화의 상징이자 ‘에스파냐인들의 정체성’인 것입니다. 투우를 사랑하는 에스파냐 사람들에게 투우란 곧 ‘삶과 죽음’ 그 자체이며, 인생의 시련과 난관을 당당하게 이겨내는 자존심을건 종교의식과 같습니다. 목숨을 걸고 싸우되 적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장 적은 고통을 주고 적을 쓰러뜨려야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습니다. 에스파냐 인들은 뜨거운 모래밭인 아레나에서 벌어지는 투우를 보며 ‘삶과 적을 사랑하라’는 에스파냐 정신을 되새김 합니다.

오레파(Orefa)는 황소의 귀라는 의미로 주최자는 관객의 절반 이상이 하얀 손수건을 흔들 경우 마타도르에게 귀를 하나 주어야만 된다는 규칙이 있습니다. 귀를 하나 받느냐, 두개 받느냐, 황소꼬리까지 받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데요. 세개를 모두 받는 것은 마타도르에게 최고의 영예입니다.

사진만으로 모든 느낌을 전달하기에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짧은 영상 준비했습니다. 투우사의 자세와 칼의 위치, 찌르는 각도를 주의깊게 관찰 하시면서 최후의 장면을 감상해 보시죠!

앞서 말씀드린것처럼 트로이 영화에서는 스피드를, 투우경기에서는 정확도를 생각하게 되었는데요. 그리고 그밖에 개인적으로 어떤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가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그리고 관찰력을 키우기로 했습니다.

관찰력이란 같은 것을 보고도 더 많은 정보를 알아내고 현상 이면에 숨은 의도까지 간파하는 능력이라고 하는데요. 관찰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어야 사고의 과정을 거쳐 새로운 방법에 대한 해결책과 대안을 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인간은 감각기관을 통해 세상을 인식합니다. 그리고 수동적이냐 능동적이냐에 따라 인식의 범위와 깊이가 상이한데요. 그냥 보는 것은 사람의 의지가 적게 관여된 것이고, 관찰은 강력한 추론의 의지가 전제된 것입니다.

관찰력을 키우는 방법으로는 넓은 시야를 갖기 위해 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훈련이 필요하고, 자신이 본 것을 생생하게 재현하고 묘사할 수 있는 집중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명확한 목적을 갖고 접근해야 합니다.

스페인 디자인 회사를 다니다 이노션 유럽법인으로 회사를 옮기면서 가장 큰 걱정은 자동차 업계 전반적인 시각의 부재였습니다. 자동차 업계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했던 것이었는데요. 그래서 입사 첫주에 제가 한일은 자동차 업계 50여개 브랜드를 조사해서 한페이지로 정리하는 것이었습니다.

핑크색 서클은 전세계 브랜드 가치로 평가받은 자동차 브랜드들을 정리했고 노란색 서클은 실제적인 경쟁사들, 그리고 블루 서클은 스페셜 브랜드로 구분을 해서 정리를 했습니다. 이렇게 정리한 이유는 항상 책상앞에 붙여놓고 계속 외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고, 관련 브랜드 홈페이지를 빠르게 찾기 위함이었습니다. 컴퓨터 화일로 만들어서 각 로고에 링크를 걸어 관련 브랜드 홈페이지가 바로 열리게 만들었기 때문에 (항상 검색을 해서 각 경쟁사들을 찾아봐도 되지만) 하루에 30여개 이상의 브랜드 홈페이지를 한번의 클릭만으로 방문해 동향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브랜드 홈페이지의 경우 현재 진행하고 있는 기업행사, 이벤트 및 중요한 마케팅관련 내용을 담고 있는게 일반적입니다. 그리고 이렇한 활동들을 소셜과 연동하기 때문에 브랜드 홈페이지를 확인하는것은 가장 기본적인 일이 됩니다. 그리고 이 자료를 내부 직원들과 공유했고(도움이 되었는지를 모르겠습니다만) 어떻게 보면 여러사람의 시간을 절약해 준 셈이 되는 것입니다.

SK 입사 후 1년간 제 나름대로 관찰력이라는 업무 활동을 통해 얻은 결과물을 간략하게 말씀드리면 몇가지 있습니다.

한정된 시간속에 사는 우리에게 정보의 양은 넘쳐나고 무엇을 보고 듣고 얻어야 하는지 정말 구분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럴 때일수록 축척된 지식이 필요합니다. 각 개인마다 5년, 10년 경력을 쌓고 경험하며 축척해 놓은 지식 (Know- how)에 대해서는 연륜이 쌓여 있는 고급 자료로 검증이 된 부분이라 웹을 통해 검색으로 얻는것보다 높은 양질의 데이타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생각을 해 봤습니다. “1인 1페이지 암묵지 만들기” 내용은 자신의 업무 설계와 과정, 비법, 축적된 기술, 경험, 영업전략, 경쟁사맵, 트랜드맵, 아이디어맵, 광고시장 현황맵, 해외사례 중심 자료 등 한분야에 국한되지 않은 다양한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각 분야의 전문가 관점의 큐레이션 맵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암묵지(暗默知 Tacit Knowledge)는 지식의 한 종류로서, 언어 등의 형식을 갖추어 표현될 수 없는, 경험과 학습에 의에 몸에 쌓인 지식이라고 합니다. 학습과 체험을 통해 개인에게 습득돼 있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상태의 지식, 내재적 지식으로 개인 및 조직의 행태에 대한 관찰 등 간접적인 방법을 통해 획득될 수 있는 지식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M&C 내부적으로 한사람이 한장씩의 암묵지를 준비해 모두가 함께 공유하게 된다면 우리의 경쟁력은 각자의 서랍장 속의 진주가 아니라 모두에게 보여질 수 있는 진주 목걸이로 탄생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렇게 모아진 암묵지를 가지고 2014년 M&C 크리에이티브 다이어리 한번 만들어 보면 어떨까요? 감사합니다.

* 이 컨텐츠와 연결된 추가 내용
✜ Articon #27 ✜ TEDx M&C – 전쟁의 역사를 통해 얻는 통찰

한승재 Digital Innovation Group, M&C @ SK Planet
Artcoon’s Facebook | Twitter | Google+ | YouTube | Linkedin | Blog | Artcoon@s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