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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마냥 Mar 18. 2023

뜰엔 산수유가 꽃을 피웠고, 생강나무도 화답했다.

(봄을 맞이하며, 구례 산동마을 산수유)

아직도 남아 있는 선선한 바람엔 어느덧 푸근함이 섞여 있다. 아침나절 잔디밭에서 만난 골짜기 풍경이다. 남녘엔 노란 산수유가 가득하고, 벚나무도 꽃망울을 얹었다. 조금은 높은 지대 봄은 게으르다. 엊그제야 노랗던 산수유가 꽃을 피웠고, 뒷산 생강나무도 노랑물이 들었다. 남녘의 봄이 궁금하던 지난주, 아내와 함께 구례로 향했다. 계절을 알려주는 산수유가 보고 싶어서다. 노랗게 물든 산동마을은 골짜기가 환해졌다. 잎도 없는 가지에 얹은 노랑꽃이 풍성하다. 야, 사람들이 이래서 먼 길을 마다하지 않는구나!  


골골이 들어선 산수유에 노랑 물감이 가득이다. 어떻게 저리도 많은 나무가 꽃을 피웠을까? 자연의 조화는 신비하기만 했다. 나무는 열심을 꽃을 피우고, 열매를 익혔을 테고. 빨간 열매 유혹을 참지 못한 새들은 그냥 지날 리도 없었을 것이다. 새들이 실어 나른 씨앗은 골짜기를 가득 메웠고, 인간이 새들의 노력을 누리고 있음이다. 신비한 자연의 조화 속에 꽃이 피고, 사람이 모이고 삶은 이어지나 보다. 노랑 세월 속에 사람들이 놀고 있다. 어울리지 않는 풍악이 울려 퍼지고, 곳곳엔 고단한 삶이 이어지고 있다. 봄날의 꽃잔치를 준비하는 모습이다. 아직은 노랑만이 가득하고, 푸름은 점만 찍고 있다.    

산수유

남녘은 벌써 봄이 한가득이다. 골짜기의 입성이 어울리지 않는 봄날, 더위가 그냥 두질 않았다. 얼른 피해 섬진강으로 물러서야 했다. 오랜만에 찾은 섬진강은 물살이 쇠잔했다. 가뭄의 물결을 벗어날 수 없었나 보다. 왼쪽으론 지리산 줄기가 따라오고, 오른쪽으론 가느다란 섬진강이 달려간다. 어느새 긴 벚나무 행렬도 물을 흠뻑 먹었고, 드문드문 하얀 매화가 웃고 있다. 더 아랫녘 산줄기엔 하양이 가득할 것이리라. 서둘러 찾아간 화개장터엔 봄사람이 한가득이다. 봄 나물이 들어섰고 철 늦은 빙어가 반짝인다. 어렵사리 나물을 섞어 섬진강 민물게장과 어울렸다. 다시 맛보는 섬진강의 봄이 입안으로 한가득 들어왔다. 야, 봄은 벌써 익어버렸구나!


뉘엿뉘엿 지는 해를 멀리하며 돌아선 길, 노랑 산수유가 매화와 어울렸다. 남녘의 봄이 보여주는 지리산자락의 이른 봄이었다. 지리산자락 봄 맛에 젖어 다시 오른 뒷산에도 봄은 있었다. 노란 산수유도 그럴듯했고 덩달아 생강나무도 꽃을 달았다. 노랑은 노랑인데 두 노랑은 모양이 달랐다. 산수유와 생강나무, 노랑의 달림이 달랐고 꽃을 얹은 가지가 달랐다. 산수유가 가지 끝자락에 꽃을 피운다면, 생강나무는 줄기에 드문드문 꽃을 달았다. 산수유 줄기가 고단한 듯 거친 줄기라면, 생강나무는 거만한 듯 매끄러운 모습이다. 언제나 노랑으로 봄을 유혹하지만 생김이 다르고 쓰임이 다르다.

생강나무 노랑꽃

가지와 잎에서 생강냄새가 난다는 생강나무, 생강이 있기 전까진 껍질과 잎을 말린 가루가 향료로 쓰였단다. 산수유는 가을이면 붉은 열매를 맺고 겨울까지 견뎌댄다. 푸름이 붉음으로 변한 산수유, 겨우내 꺼칠한 모습이었지만 끄떡없이 잔디밭을 지켰다. 눈이 온 하양에 푸른 하늘 속에 빨강을 드러낸 고고한 산수유 열매였다. 가끔 지나는 산새들이 지나칠 수 없는 놀이터였다. 푸른빛 열매를 익혀 검은빛 열매를 열게 한 생강나무, 기어이 할머니 쪽진 머리를 빛내 주었다. 생강나무 열매에서 나온 노랑 동백기름의 역할이었다. 노랑이 춤추는 사이에 찔레나무도 잎을 피웠고, 진달래도 꽃잎을 달았다. 계절을 알아 채린 산식구들이 부산을 떨고 있다.


언덕배기에 아스라이 자리 잡은 찔레나무다. 하얀 솜털이 바르르 떠는 사이 어느새 잎새는 넓어졌다. 자그마한 가시가 모양새를 갖추어 오는 봄을 살피고 있다. 오래전, 찔레순 한 움큼으로 흐뭇해하던 어린 시절이었다. 껍질을 벗겨 씹어먹던 기억, 거기엔 진달래도 한몫했다. 여름이 익어가면 아카시 꽃도 달콤함을 주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이다. 푸름이 가득해진 찔레나무가 의젓하게 산을 지키는 사이, 진달래가 급한 모양이다. 분홍이 조금 지난 붉음의 꽃잎, 아스라이 부끄러운 모양새다. 아직은 입을 닫고 있는 꽃잎에 서두른 봄이 기웃거린다. 벚나무도 봄은 기다릴 수 없었나 보다. 아직도 심술부리는 꽃샘추위에 보란 듯이 꽃몽우리를 맺었다. 따스함이 봄볕이고 푸근함에 봄날이었다. 봄은 뜰에도 내려왔고, 늦을 법한 산 꼭대기에도 봄은 미리 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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