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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현숙 Aug 12. 2021

금전초(金錢草)

주변에 없는 풀을 구해다 심고 행복해졌다.


개눈에는 또~ㅇ 만 보인다는 옛말이 있다.

평소에 자신이 좋아하거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만이 눈에 띈다는 것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인데, 어쩌다 보니 요즘 풀에 관심을 보이는 내게는 풀만 보이는 것 같아 떠올려 본 말이다.


몇 주 전에 남편과 자주 가는 절에 다니러 갔었다. 짐이 있어서 큰 계단으로 가지 못하고 요사채로 바로 갈 수 있는 작은 돌계단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위에 사진처럼 아주 예쁜 풀이 자라는 것이 보였다.


풀이나, 버섯이나, 사람이나ㅋ, 이쁜 것들은 조심하라는 말을 떠올리며 잎을 살짝 뜯어서 향기를 맡았는데 향기가 아주 좋았다. "어, 이거 향이 되게 좋네, 무슨 풀인지 알아요?" 하고 남편 코앞으로 풀잎을 내밀며 물었더니, 망설이지도 않고 "그거 금전초인데.." 한다. 풀에 별로 관심도 없고 뭘 물어봐도 매번 모른다 해서 기대를 안 하고 물어봤던 건데 그렇게 쉽게 답이 나올 줄은 몰랐다. "어떻게 이 풀을 알아요? 확실하게 아는 거예요?" 하고 다시 물으니 "응 전에 어느 분이 알려 줬어, 같이 차도 만들어 마시고, 자기 집에 심는다고 해서 캐주기도 했어"라고 말한다.


남편이 절에서 일보는 사이에 '금전초'라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인터넷을 뒤졌다. 풀마다 나름대로의 약성을 가지고 있는 줄은 어느 정도는 알았기에 놀라지 않으리라 했는데 금전초 앞에서 또다시 놀라고 말았다.

차로도 마시고, 한약재로도 쓰이고, 다려서도 마시고, 발효액을 담가 마신다고도 나와있는 금전초의 이로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던 것이다.


내 나이 40대 이전까지는 어떤 약에 대해서 '저건 내약이다'라는 생각을 거의 한 적이 없었는데 40대 초반에 류머티즘을 앓고 난 후부터는 '이러저러한데 좋대'라는 말을 들으면 마치 나를 위한 약처럼 들렸다. 세월이 몸속에 녹아 곳곳을 지배하면서 언제 어떤 증상으로 나를 괴롭힐지 모른다는 불안함도 있고, 오랫동안 혹사당해온 몸이 가끔씩 병원에서도 원인을 알 수 없다는 진단을 받으면서 나를 아프게 했던 기억들이 총동원되기도 한다. 마치 이러저러한 증세가 내가 겪었던 증세와 같다는 생각에 나를 위한 약처럼 들리는지도 모르겠다. 금전초의 약성을 읽으면서 너무도 강하게 '나를 위한 풀'이라는 느낌이 들어 놀라고 말았던 것이다. 놀람도 잠시...


절에는 있고 우리 집에는 없는 풀, 저 풀을 내가 필요한 만큼 얻기 위해 그때마다 이 절을 올 것인가?라는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그 고민을 남편에게 말했다. "저 풀이 엄청 좋은 약효가 있는 풀인데, 우리 집에 심으면 자랄까?" 하며 눈을 마주쳤는데 내 마음을 읽은 듯 슬쩍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잠시 후 바삐 왔다 갔다 하던 남편이 보이지 않았다. 금전초를 캐고 있었다. 잠시 후 "이 정도면 되겠어?" 하기에 쳐다봤더니 스티로폼 판에 흙까지 떠온 금전초가 한가득 들어있었다. 얼마나 감사하던지 애지중지 챙겨서 완도 집으로 무작정 이사를 시켜 주었다. 그리고 3주가 지나고 보니 군데군데 심어놓은 금전초는 완전히 뿌리를 내린 듯 줄기를 뻗으며 잘 자라고 있었다. 열심히 터전을 일구고 있는 금전초가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바라만 보고 있어도 금전초의 향기가 코끝에 어린 듯하다.


몇 해 지나면 주변을 가득 채우며 향기를 뿜을 것이다. 그때는 잘 말려서 차도 마시고 발효액도 담글 예정이다. 금전초의 향기가 건강을 부르는 향기라는 걸 확인해 보고 싶다.


왼쪽: 스티로폼에 흙까지 떠서 캐어온 이식용 금전초    /   오른쪽: 완도 집 그늘에 심은 금전초가 자리를 잡고 줄기를 뻗는 모습


이제 내가 알아낸 금전초의 효능에 대해서도 말해야 할 것이다. 


금전초는 동글동글하게 생긴 모양이 동전을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몸속의 유해 독소와 돌멩이를 녹이고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있다 하여 옛날부터 중요한 약재로 사용해 왔고 지금도 많이 활용하고 있는 약재라고 백과사전에는 정의하고 있었다. 


잘 말린 금전초는 시중에서 평균 300그램에 만 오천 원에서 삼만 원 정도에 팔릴 정도로 고가라고 한다. 300그램을 말리려면 내가 심은 것이 열 배는 자라야 될 것이다. 가격이 좋다 보니 중국산도 많이 들어와서 유통되고 있다는데, 신토불이라 하였으니 우리 땅에서 자란 금전초를 확인하고 구매하는 것도 중요하겠다.


금전초는 본래 명칭은 '긴병꽃풀'이다. 꽃의 모양이 기다란 병을 닮았다 하여 불리게 된 이름이고 긴병꽃풀을 말린 것을 약방에서 금전초라 부른다. 생풀은 연전초와 쑥향, 발아초라는 이름으로도 부른다고 한다.


가장 중점적인 약효는 방광에 쌓인 돌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한다. 몸속의 돌을 다 녹 일정도로 효과를 보인다 하고, 중금속이나 니코틴을 해독하는데도 어느 풀보다도 월등한 효과를 보인다고 한다. 부종을 내려주고 다이어트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었다. 또한 해열, 소염, 진통의 작용까지도 약리 실험에서 확인되었다는 보고도 있으니 금전초 역시 만병통치약이 되었다.


이중에서도 나는 평생을 시도하고도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한 '다이어트'라는 단어에 마음이 훅 가버리고 말았다. 간간히 향도 즐기면서 운치 있게 마신 음료가 지방까지 분해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게다가 집 옆에서 내 사랑스러운 보살핌까지 받으며 자란 찻잎이라면 더욱더 나를 위해 좋은 다이어트 효과를 나타내려고 풀도 노력할 것 같다. 더불어 남편에게는 니코틴 해독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니 우리 부부에게는 딱 맞는, 맞춤형 약초이지 싶다.


그렇게 내 마음을 빼앗은 풀이 우리 집 포도나무 그늘 아래서 쑥쑥 자라고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코끝에 향기가 느껴진다. 이향기가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들에게도 전해 졌으면 좋겠다.


하지만 모든 것이 과유불급이라 했다. 아무리 좋은 것도 지나치면 오히려 부족한 것만 못하다는 말인데, 금전초 또한 너무 오랫동안 마시거나, 몸이 차가운 사람들은 두통과 현기증, 메스꺼움 등이 나타날 수가 있다 하니, 욕심내지 않고 가끔씩 즐기는 정도로 금전초를 대한다면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위로가 될만한 좋은 풀이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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