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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Aug 30. 2021

사람들은 왜 모를까 - 김용택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이별은 손끝에 있고

서러움은 먼 데서 온다


강 언덕 풀잎들이 돋아나며

아침 햇살에 핏줄이 일어선다

마른 풀잎들은 더 깊이 숨을 쉬고

아침 산그늘 속에

산벚꽃은 피어서 희다


누가 알랴 사람마다

누구도 닿지 않은 고독이 있다는 것을

돌아앉은 산들은 외롭고

마주 보는 산은 흰 이마가 서럽다


아픈 데서 피지 않는 꽃이 어디 있으랴

슬픔은 손끝에 닿지만

고통은 천천히 꽃처럼 피어난다


저문 산 아래

쓸쓸히 서 있는 사람아

뒤로 오는 여인이 더 다정하듯이

그리운 것들은 다 산 뒤에 있다


사람들은 왜 모를까 봄이 되면

손에 닿지 않는 것들이 꽃이 된다는 것을


김용택 - 사람들은 왜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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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다 지나고 가을 초입이 되었는데 장마가 옵니다.

가을장마라 합니다.

뜨거운 여름엔 잠잠하다가 높은 하늘을 먹구름이 막아섭니다.


빗줄기 탓인지 아침저녁의 바람이 제법 선선합니다.

심어놓은 꽃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걸 보면서 김용택 시인의 시구절을 그려봅니다.


이별은 손 끝에 있고 서러움은 먼 데서 온다 합니다.

돌아앉은 산들은 외롭고

마주 보는 산은 흰 이마가 서럽습니다

뒤로 오는 여인이 더 다정하듯이

그리운 것들은 다 산 뒤에 있다지요.


바람 부는 저녁의 노을 아래로

그리움이 일렁입니다.

그 붉은 노을 앞으로

당신의 마음 닮은 바람이 불어옵니다.

그 바람에서

당신을 그려봅니다.

당신을 만져 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평화로운 시간을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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