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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ing Choenghee Sep 05. 2023

새가 짹짹짹, cheep cheep cheep

3. <Hello, Little Bird>

 이번에는 빼뜨르 호라체크의 책 <Hello, Little Bird>의 책을 읽어주었다. 영유아들에게 많이 읽혀준다는 빼뜨르 호라체크의 책 답게 아기자기하고 선명한 색채의 그림에 생동감있는 영어표현들로 채워져 있었다. 또한, 새와 관련된 의태어(hop, flap, peck, fly 등), 의성어(cheep 등)가 반복된다.



 역시나 먼저 에듀 플레이어에 책 음원 CD를 넣고 재생했다. 처음 듣는 노래라 잠시 얼음 자세로 가만히 듣고 있더니 이내 바로 앞에 앉아있는 나의 허벅지를 잡고 딸은 무릎을 굽혔다 폈다 위아래로 몸을 흔들며 춤을 춘다. 손바닥으로 박수도 치면서. 엉덩이도 들썩들썩, 고개도 도리도리 흔들면서.

책과 장난감으로 어지러진 집이지만 딸이 이 책, 저 책 다 펼쳐가며 그림을 즐기는 딸을 보면 괜찮아진다. 요즘 엄마한테 읽어달라며 책을 나에게 내민다. 많이 읽어주어야겠다.



 남편과 나는 딸이 흥이 나서 전보다 더 다채로운 춤을 추는 모습을 보고 덩달아 신이 나 바닥에서 일어섰다. 딸과 함께 하기 위해서. 엉덩이를 좌우로 흔들면서 손뼉도 같이 치며. 춤을 추는 아빠, 엄마의 모습을 보고 딸은 함박미소를 짓는다. 온 가족이 팔을 들고 엉덩이를 좌우로 흔들면서 춤을 춘다. 남편과 나도 이 상황이 즐거워 웃지 않을 수 없다. 딸을 기쁘게 하기 위해, 영어 노래를 즐기도록 우리는 한껏 더 과장된 몸짓을 했다. 남편은 한 술 더 떠 사진 찍으라며, 영상 찍으라며 부추겼지만 짧은 그 순간을 온전히 즐기기 위해 딸과 함께 춤 추는데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작은 새야 일어나. 깡충, 깡충, 줄 위로 깡충 뛰어오른 새.



 이제는 책과 함께 노래를 즐길 차례다. 책 표지를 넘기면 'Wake up, little bird'로 시작한다. 그리고 자세히 보면 새 집에 구멍이 뚫려있다. 딸과 함께 손가락으로 동그란 부분을 만져보고 little bird little bird를 불러본다. 뒷장을 넘기면 그 작은 새가 깡충 뛰어 줄 위에 앉아있다. 나는 손가락으로 동그란 새집에서 줄로 hop(깡충 뛰기)을 표현해준다. wire도 손가락으로 한 번 쓰윽 만져주며 딸이 wire와 줄을 연결지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파닥, 파닥, 들판 위로 날개를 파닥거리고. 땅을 쪼아먹고, 또 쪼아먹고.



 flap, flap(펄럭/퍼덕거리다)은 오른쪽 새를 잡고 파닥파닥 움직이게 새가 있는 쪽을 잡고 흔들어주었다. field(들판, 밭)도 손으로 가리켜주면서. 그리고는 뒷장으로 넘기면 땅바닥을 쪼고있는 새가 나온다. 자세히 보면 새의 부리부분에 구멍이 나있다. 저기를 손가락으로 찌르며 peck, peck, peck 했더니 딸도 손가락을 넣어본다. 



짹짹짹. 아침식사 시간이야. 딸이 따라했던 영어 소리, cheep cheep cheep.



 마지막 장면이다. 마침내 새가 먹잇감을 잡아와 새끼 새들에게 가져오는 장면. 딸이 놀랍게도 아기새들의 울음소리인 짹짹짹(cheep cheep cheep) 부분에서 그 소리를 따라한다! 정확한 발음은 아니지만 '치치'라는 소리로 모방을 시도한 것 같았다. 아기에게 외국어뿐만 아니라 언어를 습득하는데 있어 소리, 노래의 힘을 또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어쩌면 당연한 것일수도. 아기들은 태어나서 자신의 주위 환경, 엄마, 아빠가 하는 말소리 등을 들으며 언어를 배우기 시작하니까. 그래서 영어 그림책을 고를 때 그림도 중요하지만 아이에게 맞는 수준의 영어와 따라하기 쉬운 소리, 몸을 들썩거리게 하는 노래가 곁들여져야 할 것 같다. 특히 아주 어린 아기들에게.  


 또한, cheep cheep cheep은 영어이지만 딸이 자연스럽게 따라하는 것을 보면서 영어에 대한 거부감이 덜 드는 아주 어린 시기부터 영어를 노출시키는 것이 영어와 좀 더 친해지게 하는 방법임을 실제로 경험한 것 같아 뿌듯했다.






개가 고양이에게 고양이언어로 소통을 시도중이다. 동물로 이 언어 사용을 표현하니 귀엽다.



 이 언어 사용(bilingualism)에 대한 많은 궁금증과 함께 걱정과 우려가 있었다. 가령, 두 언어 사이에서 아이들이 혼란이 생기지 않을까? 이 언어 습득이 단일 언어 습득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이 언어 사용 아이들이 더 똑똑한가? 혹은 두 언어를 습득하는 것이 아이들의 인지 발달에 어떤 정도의 악영향을 끼치는 건 아닌가? 이 언어 습득을 위해 얼만큼의 언어 노출이 필요한가? 등등의 질문들이 제기되어 왔다.


 이 언어 사용에 대한 이전 연구에서는 두 언어의 어휘를 한 문장에 섞어쓴다거나 한 언어의 문장 구조에 다른 언어의 어휘를 섞는다거나 하는 현상들을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즉, 아이들이 두 언어를 사용하고 습득하는데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혼란을 느낀다는 것을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보았다. 실제로, 많은 부모들이 이 언어 사용 환경에서 아이들을 키우는 것을 그만두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언어 혼합 사용은 이 언어 습득의 일반적인 부분으로 볼 수 있고 반드시 언어 사용의 문제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아래 원문 참조)
  
However, it now seems clear that some amount of language mixing is a normal part of the early bilingual acquisition process and not necessarily an indication of any language problem.


(중략)


아이들은 한 번에 하나 이상의 언어를 습득한다. 이 언어 사용 아이들은 단일 언어 습득 아이들과 같은 단계의 언어 습득 과정을 겪는 듯 보인다. 동시에 두 언어 문법 체계, 두 어휘 목록을 발달시키는 것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아래 원문 참조)

Children may acquire more than one language at a time. Bilingual children seem to go through the same stages as monolingual children except that they develop two grammars and two lexicons simultaneously.


- 책 <An Introduction to Language> by Victoria Fromkin, Robert Rodman & Nina Hyams  7. Language Acquisition에서


 




1살 딸이 나에게 알려주는 답: 1살 아기에게 영어는 아빠, 엄마와 함께 추는 춤이자 따라하고 싶은 다양한 소리와 말(언어) 중 하나이다. 외국어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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