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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병석 Oct 19. 2023

6-1. 인도보리수와 한국 보리수나무

나는 인도로 떠나기 전 인도보리수를 꼭 보고 와야겠다고 각오했다. 말 그대로 생각만 한 게 아니라 '각오했다'. 본격적으로 여행을 시작한 첫날 오후 늦게 네팔 수도 카트만두의 더르바르 광장을 들렀다. 여기서 어떤 나무를 보았을 때 살짝 흥분되었다. 이거 혹시 인도보리수가 아닐까? 폰으로 검색해 보니 인도보리수가 맞다. 이파리가 포플러나무 닮았다. 어두워지기 시작해서 사진에 담기 어렵지만 그래도 열심히 사진을 찍어본다. 나중에 네팔과 인도를 여행하면서 어디에서나 인도보리수나무를 볼 수 있었다. 당산나무라고도 하는 우리나라 느티나무가 어느 마을에서나 볼 수 있는 것처럼. 

힌두교에서 이 나무는 비슈누 신의 화신인 크리슈나와 동일시된다. 크리슈나는 인도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신들 중 하나다. 고대 경전 『베다』에서 크리슈나는 어떤 나무보다 신성한 인도보리수가 자기 자신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힌두교 사람들은 이 나무의 뿌리를 우주의 창조주인 브라만신과 연결시키고, 줄기를 비슈누, 잎은 시바신과 연관시키기도 한다.

불교에서는 이 나무 아래서 부처님이 도를 깨달았기 때문에 이 나무를 존대한다. 그래서 깨달음 나무(보디나무, 보리수), 해탈나무라고 부르기도 한다. 숭배의 뜻으로 붉은 실이나 천을 이 나무에 두르는 일이 많으며, 이 나무를 베면 불길한 일이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인도보리수나무에서 ‘보리(菩提)’는 불교에서 ‘깨달음’을 나타낸다. 이것은 인도에서 쓰였던 산스크리트어의 ‘보디(Bodhi)’를 중국어 한자로 나타낸 것이다. 

인도보리수는 뽕나무과로 키가 30미터나 되어 10층이 넘는 아파트만큼 높다. 상록활엽수여서 연중 넓은 나무 그늘에서 석가모니가 많은 제자들을 가르칠 만하다. 열대와 열대 기후 가까운 온대에서 자란다. 우리나라에서는 자랄 수 없다. 우리나라의 키 작은 ‘보리수’와 구분하기 위해 ‘인도보리수’라고 이름 붙이는 게 좋다고 한다. 인도보리수 나무 열매로 염주를 만든다.  

우리가 보리수나무라고 잘못 부르고 있는 한국의 피나무 열매로도 염주를 만들 수 있다. 피나무 종류를 보리수나무라고 부르게 된 이유도 염주를 만들 수 있는 이 열매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 때문에 유럽과 중앙아시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피나무 종류도 보리수라고 부르고 있다. 그 예가 슈베르트의 가곡에 나오는 보리수다.  ‘성문 앞 샘물 곁에 서 있는 유럽피나무(린덴바움)’라고 해야 할 것을 ‘보리수’로 노래부르고 있다. 슈베르트의 노래 '숭어'는 '송어'로 바르게 잡혔지만 슈베르트의 보리수는 언제나 자리를 양보할 수 있을까 싶다.  우리나라의 진짜 보리수나무는 키가 3미터 정도밖에 안 되는 관목이다. 곡물인 보리는 순 우리말인데, 이 보리와 관계가 있는 나무 이름이 장미과 보리수나무다. 수십 년 이전에는 아이들이 많이 따 먹었다. 새들이 좋아한다. 나도 어렸을 때 자주 따 먹었다. 







(표제 사진 : 이파리가 포플러나무 잎을 닳은 인도보리수, 아래 사진 차례대로 : 인도보리수의 열매, 천은사 피나무 종류인 보리자나무, 천은사 보리자나무 열매, 오스트리아 미텐발트 가로수인 린덴바움(피나무종류)과 그 어린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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