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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상익 Jan 13. 2019

(에세이)『사과가 가르쳐준 것』기무라 아키노리 지음

사과 하나로 세상을 움직이는 큰 농부

[서평] 사과가 가르쳐 준것 / 기무라 아키노리 / 최성현 옮김 / 이원종 서평/ 김영사


 

 영어교육의 대가였으며, 말년에는 자연식 건강법 전파에 힘쓰셨던 고 안현필 선생의 글 중에 이런 문장이 있다.


“인간의 힘으로는 쌀 한 톨, 풀 한 포기도 만들지 못한다.”


이 지구상에서 한껏 잘난 체를 하면서 다른 생물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는 인간이, 실은 얼마나 무능하고 보잘것없는 존재인지를 일깨워 주는 말이다. 세계 최초로 무 농약 사과재배에 성공한 이 책의 저자 기무라 아키노리 역시 이와 비슷한 말을 한다.


“인간은 아무리 애를 써도 쌀 한 톨, 사과 꽃 한 송이도 만들 수 없다. 주인공은 벼와 사과나무이지 인간이 아니다. 인간은 그저 심부름을 하는 것뿐이다.”



혹자는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이미 유기농 재배가 많이 보급되어 있는 요즘에, 무 농약 사과재배가  뭐 그렇게 대단한 일이냐고. 하지만 그의 눈물겨운 분투기를 읽다 보면, 왜 그가 TV도쿄 ‘세계를 움직인 100명의 일본인’에 선정 되었고, 대기업 총수들이 만나고 싶어하는 인물 1위에 올랐는지, 그 성공이 얼만큼 큰 의미를 가지는지 알게 될 것이다.

그 기적의 순간은 1988년 5월 13일에 찾아왔다. 그의 한 이웃이 들뜬 목소리로 과수원에 꽃이 피었다는 소식을 전해 주었다. 그 소식이 자신을 놀려먹기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기무라는 그래도,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서둘러 과수원에 도착했다.


“때는 봄이라, 다른 집 과수원엔 사과 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하지만 우리 집 사과 꽃은 너무나 오랜만에 피어나 그 순간 옆집 사과나무를 잘못 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하지만 분명 우리 과수원이었다. 눈부신 흰 빛으로 가득한 우리 집 과수원…… 아아 희다. 잘 견뎌 주었구나. 그러고는 눈물이 나서 더 볼 수 없었다. 아내와 나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서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이미 20년이나 지난 일인데도,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눈물이 난다.”  


보통 과수원에서는, 사과나무에 일 년 동안 10번도 넘게 농약을 뿌린다고 한다. 그래서 사과는 농약 없이 재배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이다. 화학반응식과 전기, 그리고 오토바이를 좋아했던 기무라는 결혼식을 올리고 데릴사위로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농업에 뛰어들었다. 처음에는 그 역시 ‘농협표창을 받을 정도로’ 많은 농약과 화학비료를 그의 과수원에 뿌려댔지만, 엄청난 독성과 부작용으로 인해 고생하는 가족을 보며 결국 스물 아홉 살에 무 농약 사과재배를 결심한다. 하지만 이것은 그의 10년 고난의 시작이었으니, 그때부터 뼈아픈 실패를 반복하는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게 된다. 


주위 사람들은 모두 그를 멸시하며 멀리 했고, 아이들은 지우개 하나를 셋으로 나누어 쓸 정도로 가난한 생활을 겪어야 했다. 도저히 견딜 수 없어서 자살을 결심한 그는 밧줄을 들고 산 속으로 들어갔는데, 막 죽으려는 찰나 기적같이 하나의 힌트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세계 최초의 무농약, 썩지 않는 사과재배에 성공한다. 




사과농사를 업으로 하는 사람이 한 해가 지나고 나서 단 하나의 사과도 얻을 수 없다면, 그 절망감을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또 그것을 지켜보는 가족은 어떤 심정일까. 이런 일을 10년 동안 겪어야 한다면. 그렇게 10년이 지나도 성공하지 못 했다면. 다행히도 그는 옳았다. 그가 깨우친 것은 자연을 관찰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자연과 소통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살을 결심했던 날, 그는 우연히 산 속의 사과나무를 보았다.(실은 참나무였다고 한다. 아마도 그에게는 모든게 사과나무로 보였을 테니.) 


분명 아무도 비료나 제초제 같은 것을 뿌리지 않았을 그 산 속에서 어떻게 그런 사과나무가 자랐을까. 그때부터 그는 산을 교과서삼아 독학을 했다. 그는 이렇게 생각한다. "아직도 그만두지 않은거야? 그런 다음 한 알이라도 열어볼까하고 사과나무가 마음을 열어줬는지도 모른다."라고.  



그와 그의 아내는 매일 새벽 2시까지 일하다가 피를 토하며 차례로 쓰러진 적도 있다고 한다. 철저히 프로 농부가 될것 이라는 그의 결심을 실천하기 위해서일까. 오염된 지구환경을 정화하기 위해서는 자연재배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하니, 더욱 넓은 관점으로 자연과 소통하며 모두를 위해 애쓰는 그와 같은 농부들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올해 유난히 심했던 가뭄이나 폭우 또는 태풍, 때로는 농약과, 때로는 해충과 벌였을 그들의 악전고투는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나는 인간과 자연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 자연과 대화할 수 있을 만큼 최소한의 감성이라도 가지고 있을까. 좀더 겸허해져야겠다. 더욱 감사해야겠다. 성공을 하더라도 그렇게 성공해야겠다.


- 만약 신이 지구에 사는 우리 모두의 소원을 들어준다고 하면, 우리는 먼저 이렇게 빌 것이다. "우리 가족 모두가 부자로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하지만 신은 사람만이 아니라 나무나 새를 비롯하여 지구상의 모든 생물의 소원을 듣는다. 그들이 가장 많이 소망하는 것은 아마도 이런 게 아닐까? "인간은 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게 좋습니다. 신이여, 부디 우리 소원을 들어 주소서. " (저자 서문 중)




글쓴이 : 이원종

저자이자 독서경영 전문가로 활동 중인 이원종님은 중앙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이지리더 독서경영 연구소 대표와 오간지프로덕션 북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입니다. 명지대, 한성대, 오비맥주,인천/안산 CEO아카데미 등 주요 기업체 특강 등을 통해 ‘책만이 살 길이다’, ‘독서경영을 바탕으로 한 성공의 길’ 등의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주)세계화전연구소 성공칼럼니스트, YES24 스타 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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