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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Apr 20. 2021

쑥 뽀개기: 국, 전, 버무리, 인절미,라테

제철 쑥 마음껏 즐기기



지금 제철 음식을 딱 하나 먹는다면, 을 강력 추천한다.


내가 사는 수도권을 기준으로 쑥은 바로 지금, 4월 말이 딱 제철이다. 이 시기가 지나면 억세져서 먹기 힘들다. 지금보다 이른 시기에도 쑥이 나지만 그 때 쑥은 너무 작고 여려서 직접 캐서 먹기에는 가성비가 안나온다. 물론 요즘에는 쑥을 사서 먹는 경우가 많으니 캐기 힘들든 아니든 상관이 없지만 본래는 지금이 딱 쑥을 먹을 철이다. 참고로 캐는 노력을 고려하지 않고 쑥의 맛만 생각하면 춘분 (21년 기준으로 양력 3월 20일) 전의 쑥이 제일 좋다는 의견도 있다. 그 때까지의 쑥이 가장 보들보들 여리다고 한다.

4월 초, 수도권 야산에서 뜯은 쑥. 아직 보들보들하다. 시간이 지날 수록 크기가 커지고 진한 색깔의 줄기가 많아져 억세진다.


쑥은 예로부터 정말 자주, 많이 먹었다. 알다시피 단군 신화에도 등장할 정도다. 약용으로도 널리 쓰인다. 한약에도 쓰고 즙도 먹고 뜸도 뜨고 심지어 모기를 쫓거나 좌욕할 때도 쓴다.


쑥을 많이 쓰는 건 뭐니뭐니해도 구하기 쉬웠기 때문이다. 대도시에서도 쑥은 보도블록 사이에서, 아스팔트 깨진 틈에서 자주 보인다. '쑥대밭'이나 '쑥쑥 자란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쑥이 보인다고 함부로 뜯어먹으면 안 된다. 쑥 자체에 독이 있는 건 아니지만 쑥은 주변 중금속을 쑥쑥 빨아들인다. 도로 아스팔트 깨진 사이 난 쑥을 먹으면, 응축된 배기가스와 미세먼지를 먹는 것과 다름없다. 시골에서 채취한 쑥이나, 깨끗한 환경에서 재배해서 파는 쑥을 먹자.


아래에서 다룬 미나리와 유사하게, 쑥은 향이 아주 강하지 않으면서도 좋아서 여러 음식에 두루 쓸 수 있다.

어린 쑥은 심지어 샐러드를 해 먹어도 어색하지 않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 집 야채칸에는 나의 봄 최애 채소, 미나리가 한가득인 관계로 쑥은 아무래도 '뽀개기'까지는 못할 것 같다. 쑥으로 해 먹은 것은 쑥국, 쑥전, 쑥버무리, 쑥 라테 다. (지금도 쑥버무리를 먹으며 글을 쓰고 있다.) 




1. 쑥국

쑥을 먹는 가장 보편적이고 편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된장국을 끓이다가 깨끗하게 씻은 쑥을 한 움큼 넣으면 완성이다. 지난번 냉이편에서도 언급했지만 봄나물은 흙향 비슷한 게 나는데 (와인이었다면 Earthy 하다고 표현했을지도 ㅎㅎ) 그 향이 된장의 투박한 맛과 향에 잘 어울린다.


2. 쑥전

고백하자면 정말 먹고 싶었던 건 쑥튀김이다. 하지만 집에서 튀김은 도저히 엄두가 안 나서 전으로 갈음했다. (쑥전도 맛있지만 튀김을 이기기는 어렵다. 물론 이것도 개취다.) 전을 부칠 때도 밀가루 반죽은 조금, 쑥은 드음뿍 넣어서 기름 잔뜩 두르고 빡빡하게 부치면 바삭하니 맛있다. 미나리전 때와 마찬가지로 달래간장을 찍어곁들이면 더 맛있다.


3. 쑥버무리

쑥에 쌀가루를 살짝 묻혀서 쪄낸 음식이다. 사실 이건 우리 집에서도 호불호가 갈린다. 남편은 쑥이 너무 많고 향도 너무 강하다고 싫어한다. 똑같이 쑥이 많이 들어간 쑥전은 잘 먹는데 말이다. 아무래도 쑥전은 기름에 지져서 고소한 맛이 더해지는 반면, 쑥 버무리는 쑥 비중이 훨씬 높고 찌는 과정에서 쑥향이 강화되니 부담스러운 모양이다. 하지만 쑥향을 본격적으로 즐기기엔 이만한 방법이 없다. 어른의 쑥 요리다.


4. 쑥 라테

사실 제철 쑥으로 해 먹은 건 아니지만 워낙 상시로 해 먹어서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 쑥가루를 사놓고 따뜻한 우유와 꿀에 섞어 먹는다. 잠은 안 오고 약간 헛헛할 때 딱이다.

허브티로는 뭔가 아쉽고, 과일청은 너무 달고, 커피는 밤이라 부담스러울 때, 꿀을 아주 조금만 넣고 쑥 라테를 해 먹으면 입도 달지 않고 헛헛한 기분도 가시고 따뜻한 기운이 돌아서 잠이 잘 온다.

시판 쑥가루 중에는 억센 쑥으로 만들어서 식이섬유가 많은 경우가 있다. 이런 쑥가루는 라테로 만들면 입에 자꾸 뭔가 걸리고 식감이 안 좋다. 이럴 때는 스테인리스 채로 한 번 걸러두면 나중에 편하다.

왼쪽이 거른 쑥가루, 오른쪽이 산 직후의 안 거른 쑥가루다.



쑥은 따뜻한 기운이 있어서 요즘 같이 일교차가 심한 때 더더욱 안성맞춤이다. 쑥을 발견한다면 (거리에서 말고 마트에서!) 꼭 한 번 해 먹어보길 바란다.


이렇게 데쳐서 물을 조금 넣고 한 번 쓸 만큼 얼려놓을 수도 있다. 된장국 끌일 때 언 채로 넣으면 된다.


* 된장국과 떡, 전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책 솜대리의 한식탐험을 권한다. 필자의 따끈따끈한 신간으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음식들에 대한 알쓸신잡 이야기다. 한 독자 분의 평에 따르면 먹으면서 또 다른 먹을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좋아할 것 같다고. (참 감사한 서평이다!) 속는 셈치고 한 번 읽어 보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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