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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들의 ‘쩐의 전쟁’…HMM 인수전 달아오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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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X, 하림, 동원, SM그룹, 글로벌세아 등 참전 예상
사업적 시너지 효과, 산업계 파장 등에 관심 커져



국내 최대 해운선사인 HMM 인수전에 현재까지 LX, 하림, 동원, SM그룹, 글로벌세아 등 5개 그룹이 참여했다. 5조원 규모에 이르는 대형 인수·합병(M&A)에 참여한 그룹별 자금 상황과 인수 후 사업적 시너지 효과, 산업계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쏠린다. 최근 신사업 발굴을 위해 M&A에 힘쓰고 있는 그룹 총수들 간의 경쟁 구도도 관전 포인트다. 투자은행(IB) 업계는 현대차그룹과 포스코·CJ 등 대기업이 HMM 인수전에 전격 참전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사이클이 큰 산업이라 아무래도 든든한 전략적투자자(SI)가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며 "사모펀드가 협업할 수는 있지만 이 M&A를 리드하기엔 무리인 구조"라고 설명했다.



우오현 SM그룹 회장, M&A 저력 보여줄까

SM그룹은 강력한 인수 의지를 나타냈다. SM그룹은 인수 희망 가격으로 4조5000억원을 내걸었다. HMM은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 등 공공기관이 최대 주주로, 시가총액은 8조5000억원 규모다. 인수인 측에서 전체 주식의 약 40%인 3조5000억원 정도를 매입해야 한다. 1조6800억원 규모의 영구채도 대기 중이라 총 매각 가격은 4조~5조원대로 예상된다.


HMM 인수에 적극적인 SM그룹은 계열사 자금을 총동원할 경우 1조600억원가량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M그룹의 자금 여력은 냉정하게 보면 매각가를 소화하기 힘든 상황이다. 대부분의 자금을 차입으로 조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적인 시너지 효과로 보면 SM그룹의 HMM 인수는 글로벌 해운산업에서 큰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수년에 걸쳐 HMM 지분을 모아왔다. SM그룹이 보유한 HMM 지분은 총 6.56%다.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에 이은 3대 주주다. 컨테이너선 사업보다 벌크선 사업이 중심인 SM그룹이 국내 1위, 세계 8위 컨테이너선사인 HMM을 인수하면 경쟁력이 배가된다.


SM그룹의 해운 계열사는 SM상선, 대한해운, 대한상선, 창명해운, 대한해운LNG 등이 있다. 이 중에서도 특히 SM상선과의 합병에 따른 노선 확대가 관건이다. SM상선은 현재 중국과 일본,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을 거치는 노선이 주력이다. HMM은 미주와 유럽 노선이 주력이라 서로 보완이 된다.


구본준 LX그룹 회장의 통합물류 구상

LX그룹은 종합상사인 LX인터내셔널과 물류 대행사 LX판토스를 거느리고 있다. HMM을 품으면 육상물류 사업과 창고 사업에 해운업을 더해 통합 물류가 가능해진다. 글로벌 6위권 물류기업인 LX판토스, 트레이딩사 LX인터내셔널과 함께 해외 사업을 키우는 데 HMM이 큰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LX판토스의 경우 HMM의 컨테이너선을 적극 활용해 사업을 전개하면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있다.


다만 LX그룹이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은 최대 2조원 규모로, 5조원대로 예상되는 M&A 자금 조달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시장에선 LX그룹이 일단 유상증자로 부족분을 메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구 회장은 지난 3월 LX인터내셔널의 정기주주총회에서 발행할 주식 수를 기존 8000만주에서 1억6000만주로 늘렸다. 재계 순위 상승을 열망하는 구 회장의 최근 행보에 비춰볼 때 신사업 발굴에 적극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 CVC 동원기술투자 역량 시험대

동원그룹 역시 육상 물류사 동원로엑스와 항만 운영사 동원부산컨테이너터미널 등으로 HMM과 시너지 효과를 노릴 수 있다. 동원그룹이 HMM을 인수하면 해상 운송에 항만(동원부산컨테이너터미널), 육상물류(동원로엑스)까지 연결하는 종합 물류기업으로 거듭난다.


동원그룹의 HMM 인수전 참여는 2010년대 중반부터 추진해온 물류사업 확장 차원으로 해석된다. 동원그룹은 2016년 동원로엑스(전 동부익스프레스)를 인수하며, 전국 물류망과 콜드체인시스템을 갖췄다. 컨테이너 터미널 항만사업을 영위하는 동원부산컨테이너터미널 지분도 100% 가지고 있다. 여기에 HMM을 인수하면 육상에서 해상에 이르는 물류 사업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다만 동원그룹 지주사인 동원산업의 현금성 자산은 5000억원을 밑돌고 있어 실제 인수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시너지 효과나 가격, 조건이 동원그룹이 설정한 가이던스에 맞는다는 판단에 따라 적극적인 작업에 나선다면 재무적투자자(FI)와 손잡고 인수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에선 동원그룹 내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인 동원기술투자의 역량과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동원그룹을 이끄는 김남정 부회장은 지주사로 전환한 동원산업을 중심으로 올 초 한국맥도날드, 보령바이오파마 인수전에 참여하며 외연 확장을 꾀했으나 뜻을 이루진 못했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과거 동업자와 M&A 경쟁 구도

하림그룹은 사모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이뤄 이번 인수전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하림과 JKL파트너스는 2015년 하림의 팬오션 인수 당시에도 협력했다. 하림이 보유한 팬오션은 벌크선 위주인데 HMM은 컨테이너선 중심이라 두 회사 간 시너지 효과 창출이 기대된다. 하림그룹이 주요 지분을 인수하고, JKL파트너스가 블라인드 펀드 등을 동원해 소수지분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림지주가 보유한 현금은 1분기 말 기준 약 1조5000억원 규모다. JKL파트너스는 하림과 주요 투자에서 협업해왔다. 2012년 하림이 NS홈쇼핑의 NS마트를 이마트에 매각할 때 JKL파트너스가 힘을 보탰다. 2015년 팬오션 투자에는 공동 인수자로 참여했다. 최종 인수에 성공한 후 JKL파트너스는 원금 대비 2.76배에 이르는 자금을 회수했다. 하림그룹을 이끄는 김홍국 회장이 이번 M&A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 과거 동업자였던 우오현 SM그룹 회장과 경쟁 구도가 형성되는 것도 관전 포인트다. 우 회장은 1970년대 김 회장과 함께 양계 사업을 했지만 1978년 사업을 정리하고 건설업에 뛰어들었다.


M&A 시장의 '큰 손' 김웅기 글로벌세아그룹 회장의 도전

쌍용건설 인수로 자산총액 5조원을 넘기며 대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린 글로벌세아그룹도 HMM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글로벌세아그룹은 자금 마련을 위해 주요 사모펀드 운용사들과 접촉 중이며 IMM프라이빗에쿼티(PE)와의 협력 가능성도 언급된다. IMM PE는 2019년 세아상역에 태림포장을 7000억원에 매각했다. 김웅기 글로벌세아그룹 회장은 최근 몇 년간 그룹 내 신사업 발굴을 위한 적극적인 M&A를 진행하며 시장의 '큰 손'으로 떠올랐다. 2018년 STX중공업의 플랜트 사업부문(현 세아STX엔테크)을 인수해 플랜트, 건설업에 본격 진출했다. 국내 1위 골판지 상자 제조사 태림페이퍼와 태림포장 등을 인수한 데 이어, 선박 연료공급 시스템 전문 기업인 발맥스기술과 쌍용건설을 인수했다. 다만 HMM과 기존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 자금 여력은 다른 경쟁 그룹에 비해서는 약한 편이다. 2022년 말 기준 글로벌세아그룹의 지주사 글로벌세아의 현금 보유는 2534억원에 불과하다.


한편 HMM이 시장에 매물로 나온 것은 2016년 이후 7년 만이다. 과거 현대상선이었던 HMM은 2013년 말 유동성 위기로 6조8000억원의 공적자금을 수혈받고 산업은행의 관리 하에 있었다. 매각 주관사인 삼성증권이 지난달 20일 HMM 매각 공고를 냈다. 이달 21일까지 예비입찰을 실시할 계획이다. 다만 IB업계 한 관계자는 "해운업 악화로 되도록 빨리 매각해서 공적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매도인과 딜 사이즈와 잔여 영구채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인수구조를 짜야 하는 인수인 간에 서로 고민이 많아 보인다"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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