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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덕희’ 패셔니스타 염혜란, 유창한 중국어 실화임? [홍종선의 신스틸러⑥]


입력 2024.02.04 11:02 수정 2024.02.04 11:02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라미란-이무생-박병은, 극강의 사실적 연기로 실화 영화 빛내

염혜란이 달라졌다…패션도 쓰는 말도 낯선 만큼 흡인력 최고

배우 염혜란을 캐스팅한 봉림의 포스터 ⓒ이하 ㈜쇼박스 제공 배우 염혜란을 캐스팅한 봉림의 포스터 ⓒ이하 ㈜쇼박스 제공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에는 연기 잘하는 배우가 특히 더 중요하다. 그것도 강렬한 극적 연기보다는 현실 내음 풀풀 나는 사실적 연기 잘하는 고수들이 필요하다. 영화 ‘시민덕희’에 라미란, 염혜란, 박병은, 이무생이 캐스팅된 이유다.


선인 진영에서 ‘두 란’ 배우 라미란·염혜란이 중심을 잡고, 악인 진영에서 이무생이 이끄니 장윤주, 안은진, 공명, 이주승 등 다른 배우들도 평소보다 더욱 사실적 연기로 힘을 더한다.


배우 라미란의 연기는 ‘찐’이다 ⓒ 배우 라미란의 연기는 ‘찐’이다 ⓒ

라미란은 진짜 자신이 당한 일처럼, 타고난 ‘시민 영웅’ 아니고 두 아이의 ‘엄마’가 내 새끼들을 내 품으로 데려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목숨 걸고 하는 덕희를 진심으로 연기했다. 우는 표정 하나, 내 아이들을 태우고 보호 차량을 향해 달려가다 넘어지는 몸짓 하나 실로 진실한 연기로 보는 이를 감화시킨다.


이젠 아무리 가려도 알아볼 수 있는 배우 이무생 ⓒ 이젠 아무리 가려도 알아볼 수 있는 배우 이무생 ⓒ

이무생은 악역을 해도 남다른 캐릭터를 구축해 새로운 분위기의 카리스마를 발산한다는 걸 과시했다. 내내 벙거지에 가려진 얼굴에 애가 닳았을 ‘이무생로랑’ 팬들의 마음을 아는 듯, 박영주 감독은 영화 말미 말끔한 정장의 이무생을 등장시킨다. 말쑥해서 더 무서운,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 오명환의 실체가 까발려지는 순간이다.


얄미운 이렇게 맛있게 할 수 있는 배우가 또 있을까, 박병은 ⓒ 얄미운 이렇게 맛있게 할 수 있는 배우가 또 있을까, 박병은 ⓒ

시소로 치면 딱 중간쯤, 얄밉기로는 덕희 돈 털어간 보이스피싱 범인들에 버금가고 귀엽기로는 추적 차량 운전하는 예림과 증거 사진 찍는 숙자에 으뜸가는 박 형사 역의 박병은이 앉아 있다. 선인들과 악인들은 널뛰듯 요동치는 시소에서 공중으로 날았다 땅으로 떨어졌다가 할 때, 샐샐 거리며 중간에 앉아 쫀득한 인생연기로 인생작을 영화 ‘암살’에서 ‘시민덕희’로 새로 썼다.


오늘 주목해 얘기하고 싶은 신스틸러는 염혜란이다. 원톱 주연 라미란이 너무 잘했고, 이무생이 멋있고, 박병은이 고무줄 같은 탄력 연기로 웃음을 주는 가운데 자꾸만 염혜란이 보였다.


덕희(라미란 분, 중앙)나 숙자(장윤주 분, 오른쪽)와 달리 즐거운 여행길에 오른 듯한 차림의 봉림(염혜란 분) ⓒ 덕희(라미란 분, 중앙)나 숙자(장윤주 분, 오른쪽)와 달리 즐거운 여행길에 오른 듯한 차림의 봉림(염혜란 분) ⓒ

영화를 즐기면서 생각한다, 왜일까. 연기 잘하는 거야 익히 다 알고, 너끈히 주연할 만큼의 에너지가 있다는 건 긴 호흡의 드라마 ‘글로리’와 ‘마스크 걸’에서 확인시켰고, 그 밖의 이루다 열거할 수 없는 영화와 드라마와 공연에서 배역 크기 상관없이 돋보여 왔던 염혜란 아닌가. 거침없이 탁 트인 발성에 귀에 꽂히는 딕션, 한 번 들으면 잊기 어려운 음색에 개성적 마스크에 큰 키 덕에 ‘묻힐 수 없는’ 배우란 말이다.


생각이라기보다는 느낌으로 자꾸만 염혜란에게 눈길이 가는 이유, 갑자기 깨달음이 딱 왔다. 아! 예쁘다. 어, 참하다! 화려한 색감의 옷을 입고 화장이며 머릿수건이며 매무새를 어여쁘게 꾸민 모습이 반갑다. 그것도 애초 그래야 하는 분위기의 영화나 장면에서 비비드(강렬한) 컬러로 등장한 게 아니고, 인생 벼랑 끝으로 몰린 덕희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촌각을 다퉈 범인들을 추격하는 장면에서 생생하고 활기찬 이미지로 활보하니 더욱 인상 깊었던 것이다.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범죄조직 총책을 잡은 실화를 영화화 한 ‘시민덕희’. 염혜란-라미란, 믿고 보는 ‘두 란’ ⓒ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범죄조직 총책을 잡은 실화를 영화화 한 ‘시민덕희’. 염혜란-라미란, 믿고 보는 ‘두 란’ ⓒ

‘아! 우리 염혜란 배우가 명실상부하게 주연급이 됐구나!’라는 현실 인식을 가능케 하는 존재 방식이다. 중국에서 건너와 한국 세탁공장에서 일하는 봉림 씨. 칙칙한 옷을 입고 덕희를 챙기고, 놀러 가는 것도 아니고 중대한 작전 수행하러 가는 만큼 어두운 의상 입고 칭다오에 63곳 있다는 ‘춘화루’ 중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의 은신처를 찾으러 다녀도 됐다. 주연의 그늘 아래 있는 조연이라면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염혜란은 칭다오 특급작전에서 라미란과 투톱으로 활약해야 하는 역할이다. 중국어 통역 정도가 아니라 중국 글자와 말이 필수인 현지에서 덕희의 눈이 되고 귀가 되고 입이 되어 상황을 헤쳐 나가고 위기를 넘기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특급요원 봉림인 것이다.


이에 맞춰 염혜란은 중국영화 속 여자 주인공들이 그러하듯 허리 잘록, 몸매를 드러내 꾸미기 좋아하고 매 순간 특히 남자들에게 당당한 모습의 봉림으로 분했다. 고단과 불운의 인생 최고점을 찍고 있는 덕희를 연기하는 라미란을 대신해 화면에 생기를 주는 역할이 맡겨졌는데, 결과는 대만족이다.


실망감 주지 않는 배우, 그 이면엔 피나는 노력! ⓒ 실망감 주지 않는 배우, 그 이면엔 피나는 노력! ⓒ

중국어는 또 어찌나 천연덕스럽게 잘하는지 ‘못하는 게 뭐니?’ 소리가 절로 나온다. 특별한 이유가 있겠나. 중국어 분량이 너무 많아서, 한국인이 하는 중국어가 아니라 중국 국적 우리 동포의 말이어야 한다는 생각에 기초 발음부터 공부했단다. 단어 하나하나에 성조까지 표시해서 통째로 외웠다는데 혀를 내두를 정도로 유창하다.


영화 ‘시민덕희’(감독 박영주, 제작 ㈜씨제스엔터테인먼트·페이지원필름㈜, 배급 ㈜쇼박스)의 컬러풀 패션니스타이자 중국 현지화 코디네이터 임무를 깔끔하게 수행한 배우 염혜란, 이번에도 역시 ‘신스틸러’이다. 내 언니, 내 동생, 우리 이모의 활약처럼 보는 마음이 뿌듯하다.

홍종선 기자 (dunasta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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