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이사한 집에서 바퀴벌레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1인입니다. 바퀴를 소탕하면서 궁금한 게 생겼습니다. 왜 살충제를 먹고 죽기 직전의 바퀴는 몸을 뒤집고 다리를 떨까요? 왜 죽은 바퀴벌레는 다 뒤집혀 있는 걸까요? 기어다니던 모습 그대로 똑바로 죽을 수는 없나요?(박영옥)
A. 먼저 전쟁에서 패배해 참혹하게 배를 뒤집고 죽어간 바퀴벌레에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바퀴도 하나의 생명체니까요. 5초간 묵념하고 시작하겠습니다. 바퀴에게는 참 미안한 말이지만, 바퀴는 도저히 세상을 함께 살아갈 수 없는 이들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듯 저 역시 바퀴를 보면 질색하는 편입니다. 온갖 질병을 옮기고 다니는 것도 그렇지만, 발 빠르게 벽을 타고 달려가는 모습은 시각적으로도 참기 힘든 광경입니다.
바퀴를 퇴치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저는 어릴 때 휴지를 여러 장 뽑아 도망가는 바퀴를 콕 잡고 손가락에 힘을 줘 안녕을 고하는 방법을 선호했습니다. 그러면 ‘톡’ 소리를 내면서 숨을 거둡니다. 그 방법을 내심 즐겼는데, 어린아이의 잔혹함이었다고 하면 설명이 될까요. 요즘은 편하게 살충제 등을 사용합니다. 살충제로 바퀴를 퇴치할 때 보면 질문에서처럼 꼭 몸을 뒤집고 다리를 떱니다. 부엌이나 베란다 구석에서 간혹 죽은 채 발견되는 바퀴는 대부분 배를 보인 채 몸을 뒤집고 누워 있죠. 보통은 가장 편한 모습으로 세상을 떠나기 마련인데, 몸을 뒤집고 죽어 있는 바퀴는 어쩐지 불편해 보입니다.
바퀴가 몸을 뒤집고 죽는 이유에 대해 국립생물자원관 무척추동물연구과 김태우 박사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바퀴는 등이 매끈하고 아랫면에 다리가 많습니다. 살충제 등으로 죽게 되면 신경이 마비되는 과정에서 다리가 뻣뻣해지면서 꼬입니다. 그러면서 발버둥을 치다 매끄러운 등쪽으로 뒤집히는 거죠.” 바퀴는 앞다리와 가운뎃다리, 뒷다리 등 6개의 다리가 있습니다. 그 많은 다리가 살아보겠다고 버둥대다가 뒤집힌다는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살충제 등으로 인한 마비가 없다면 똑바로 죽을 수도 있을까요? 김 박사는 “그렇다”고 말합니다. “바퀴가 만약 조용히 죽는다면 똑바로 죽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똑바로 죽었다고 해도 바람이 불거나 어딘가로 치우쳐지다 보면 자연스럽게 뒤집어질 겁니다.” 몸을 뒤집고 죽는 건 바퀴뿐 아니라 많은 곤충들의 공통점이라고 합니다.
자연스럽게 기어가던 모습 그대로 죽어 있는 바퀴를 발견한다면 그 바퀴는 아마 다리 마비 따위 없이 제법 편안하게 마지막을 맞이했을 거라고 짐작해볼 수 있겠습니다. 끈질긴 바퀴의 생명을 한 번에 앗아간, 살충제보다도 더 고통스러운 무언가가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어쨌든 바퀴와의 전쟁에서 완승하길 기원합니다.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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