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 타자' 박병호(37·KT 위즈)와 '타격 기계' 손아섭(35·NC 다이노스)은 KBO리그에서 우승 반지를 껴보지 못했다. 박병호는 키움 히어로즈 소속이었던 2014년과 2019년 한국시리즈(KS)를 치렀지만, 각각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에 우승을 내줬다. 손아섭은 롯데 자이언츠 소속이었던 2011·2012년 플레이오프(PO)를 치른 게 가장 높은 무대 경험이었다.
두 선수 모두 30대 중반을 넘어섰다. 올해가 소속팀 정상 등극을 이끌고 개인 염원을 이룰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 키플레이어는 단연 박병호와 손아섭이다.
2023 KBO리그 정규시즌 2위 KT와 준PO 승리팀 NC가 30일부터 KS 진출권을 두고 PO(5전 3승제)에서 격돌한다. 정규시즌 상대 전적은 KT가 10승 6패로 앞섰지만, 두산과의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SSG 랜더스와의 준PO 1~3차전에서 모두 승리한 NC의 기세도 하늘을 찌른다. KT는 PO를 앞두고 큰 악재에 빠졌다. 주축 타자 강백호가 26일 나선 청백전에서 타격을 하다가 옆구리 오른쪽 내복사근이 파열되는 부상을 입은 것. 사실상 이번 포스트시즌(PS) 출전이 무산됐다.
강백호는 빠졌지만, '4번 타자' 박병호는 100% 컨디션으로 PO를 앞두고 있다. 그는 지난 8월 초 왼쪽 종아리에 부상을 입었다. 10월 초까지는 통증을 안고 있었지만, 지난 10일 정규시즌 최종전을 치른 뒤 충분히 휴식하면서 부상을 다스렸다. 그는 지난 26일 팀 청백전을 치른 뒤 "뛰는 것도 문제없다"라고 했다.
박병호는 홈런왕만 6번 차지한 리그를 대표하는 거포다. 부상을 안고 뛴 올 시즌도 타율 0.283·18홈런·장타율 0.443를 기록하며 KT 4번 타자 임무를 잘해냈다.
PS 무대에서도 강했다. 출전한 50경기에서 홈런 12개를 때려냈다. 특히 소속팀 키움이 시리즈 탈락 위기에 놓였던 2013년 두산과의 준PO 5차전, 2018년 SK 와이번스(현 SSG)와의 PO 5차전에서 각각 9회 동점 홈런을 치며 클러치 능력을 보여준 바 있다. KT 소속으로 뛴 최근 2시즌(2022~2023)에도 NC를 상대로 타율 0.299·8홈런·25타점을 올렸다.
손아섭도 프로 데뷔 뒤 가장 좋은 기운으로 PS 무대를 치른다. 그는 정규시즌 타율 0.399(551타수 187안타)을 기록하며 데뷔 처음으로 타격 1위에 올랐다. 그동안 3번이나 안타 1위를 차지하고도 자신을 다그쳤던 그가 비로소 목표였던 타격왕에 오른 것이다.
손아섭은 올해 PS에서도 공격 선봉장 역할을 해냈다. NC가 치른 PS 4경기 모두 1번 타자로 나서 세 차례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통산 10경기 치른 PO에서 타율 0.375를 기록하며 펄펄 날았다. 특히 이번 PO 1차전 선발로 예고된 쿠에바스를 상대로 통산 타율 0.398를 기록하며 강한 모습을 보였다. 가장 중요한 1차전에서의 활약이 기대된다.
박병호는 키움, 손아섭은 롯데의 대표 선수였다. 이제 다른 팀 유니폼을 입고, 한 번도 이루지 못한 우승에 도전한다. 서로를 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