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정제소금 생산 ‘한주소금-“깨끗해야 좋은 소금이다”

30년 넘게 정제소금 생산해온 전문 기업… 불순물 없는 ‘정제소금’이 식재료 본래의 맛을 살려줘




부산광역시 해운대구에 사는 결혼 4년 차 주부 김선영(35) 씨는 천일염 예찬론자다. 미네랄이 함유된 천일염이 가족들의 건강에 좋다는 믿음에서다. 하지만 요즘은 즐겨 써온 천일염을 정제소금으로 바꿔볼까 고민한다. 김씨는 “결혼 후 줄곧 몸에 좋다는 소문에 천일염을 사용해왔는데 주변에서 깨끗한 정제소금이 오히려 음식 맛을 제대로 살려준다는 말을 듣고 생각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우리가 매일 섭취하는 식용소금은 제조과정에 따라 천일염, 재제소금(일명 꽃소금), 정제소금, 태움·용융소금(죽염 등 볶은 소금·구운 소금), 가공소금(맛소금 등) 등으로 나뉜다. 이 중에서 소비량이 가장 많은 정제소금은 불순물이 없다는 점이, 천일염은 미네랄 함유량이 많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특히 천일염은 풍부한 미네랄 덕분에 ‘건강에 좋은 소금’이라는 인식이 늘면서 주부들 사이에 인기를 누린다. 하지만 최근 정제소금을 찾는 주부들이 늘고 있다. 정제소금을 쓰면 음식 본래의 맛을 살려줘 요리가 더 맛깔스러워진다는 입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정제소금은 불순물 100% 제거된 순수 자연소금

정제소금과 천일염은 같은 소금이지만 제조공정과 맛, 성분 등에서 큰 차이가 있다. 정제소금은 끌어들인 바닷물을 이온교환막으로 걸러 불순물이나 유해물질을 제거한 농축함수 또는 원료소금(100%)을 용해한 물을 진공 증발관에 넣어 제조한다. 이온교환막 공정을 통해 불순물을 100% 제거할 수 있어 ‘깨끗함’이 가장 큰 장점이다.

이온교환막 공정은 양·음이온 교환막이 교대로 설치된 시설에 해수를 통과시키는 과정이다. 이온교환막의 선택적 투과성(Permselectivity)에 따라 해수 중 소금성분(NaCl·염화나트륨)의 순도는 높이고 기타 중금속 등의 유해물질은 통과시키지 않는다. 깨끗하고 위생적인 고순도 소금(소금성분 16% 이상)을 생산하는 과정이다. 이렇게 하면 소금의 순도가 높아진다. 염화나트륨 함량은 95.0%(CODEX; 세계식염기준 97.0% 이상) 이상이다.

이에 비해 천일염은 바닷물을 염전으로 끌어들인 뒤 바람과 햇빛으로 수분을 증발시켜 만든다. 바닷물을 끌어와 저류지에 모아뒀다가 1·2차 증발지, 함수(鹹水·짠물) 창고 등을 거치면서 염도를 높인 뒤 결정지에서 소금을 얻는다. 이는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전파한 방식이다. 이 때문에 천일염을 ‘왜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정제소금에 비해 짠맛은 덜하다. 하지만 미네랄이 다른 소금보다 풍부해 약간 쓴맛이 난다. 염화나트륨 함량은 70% 이상이다.

그 밖에 재제소금은 원료 소금(100%)을 정제수, 해수 또는 해수농축액 등으로 용해한 뒤 여과·침전·재결정·탈수·염도조정 등의 과정을 거쳐 생산된다. 염화나트륨 함량은 88% 이상으로, 정제소금과 천일염의 중간 정도의 짠맛이다. 바닷물을 가마솥에 끓여 생산하는 전통적 방식의 ‘자염 (煮鹽)’도 있다. 화염(火鹽), 전오염(煎熬鹽), 육염(陸鹽)이라 부르기도 한다.

업계에 따르면 연간 국내 식용 소금시장 규모는 83만여t. 성인에게 필요한 일일 소금 권장치가 10∼20g이란 점을 감안하면 전 국민의 연간 필요량을 다 더해도 18만 2500∼36만5000t에 불과하다. 권장치에 비해 소비되는 소금량이 2∼4배 많은 셈이다. 식용소금의 대부분은 천일염과 정제소금이다.

천일염의 경우 46만t(국산 38만t·수입산 8만t) 정도이고 정제소금은 33만t(국산 17만t·중국산 16만t)가량 된다. 이 밖에 재제소금과 가공소금이 있다. 연간 시장규모는 국산천일염이 평균 830억∼850억원으로 가장 크고, 국산정제소금은 340억∼360억원가량이다.


정제소금, 안전하고 음식 본래의 맛 살려줘

정제소금이 천일염과 차별화되는 가장 큰 특징은 안전성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정제소금을 생산하는 ‘한주소금’의 경우 동해안의 바닷물을 해안에서 약 400m 떨어진 곳에서 취수해 약 7㎞의 해수 관로를 이용, 공장까지 유입한 뒤 1차(중력식)와 2차(가압식) 여과시설에서 이물질과 탁질을 제거 후 이온교환막으로 순도 16%이상의 함수를 생산한다. 이 함수를 4중 효용 진공증발관으로 끌어와 증기로 수분을 증발시키고, 1차적으로 원심분리기에서 수분을 제거하고, 건조설비에서 2차 수분제거를 한뒤 제품으로 만든다.

모든 제조공정이 자동이며, 제조과정에서 원료(소금)가 외부에 노출되지 않는다. 그만큼 안전하다는 얘기다. 반면 천일염은 미네랄의 원천이 되는 갯벌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먼지·황사 등 불순물에 노출되는 단점이 있다. 지속적으로 염전의 시설개선이 이뤄지지만, 많은 영세 염전이 아직까지도 비위생적 생산환경에 노출돼 있다.

정제소금의 또 다른 특징은 음식 본래의 맛을 살려준다는 점이다. 요리전문가들도 소금의 제 맛인 ‘짠맛’이 강조된 정제소금을 좋은 소금으로 추천한다. 쓴맛이 더해진 천일염은 음식 본래의 맛을 훼손한다는 이유에서다. 한 요리전문가는 “소금은 음식 재료 본연의 맛을 해치지 않는 기본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천일염은 미네랄의 쓴맛 때문에 음식재료 본연의 맛을 해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쓴맛을 없애려면 화학조미료를 첨가해야 하기때문에 건강에도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정제소금의 우수성은 국내외 연구결과에서도 확인된다. 지난해 미국 소비자단체인 ‘소금섭취 줄이기 운동조직’(CASH; Consensus Action on Salt and Health) 연구팀의 발표에 따르면 암염(Rock salt)이나 천일염과 정제소금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지 않았다. 연구팀은 정제소금과 일부 유명한 브랜드의 암염과 천일염 속 화학성분을 비교 분석한 결과, 일반 소금과 암염과 천일염 모두 100% 염화나트륨을 함유했으며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의 정도가 거의 비슷하다고 분석됐다. 암염이나 천일염이 정제소금에 비해 더 천연적이고 건강에 좋다는 생각이 잘못이라는 얘기다.

한국식품위생안전성학회의 ‘소금의 효능과 안전성’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논문에서도 국산 정제소금과 천일염 등 6종류의 소금으로 김치와 새우젓갈을 발효시켜 이화학적인 특성 등을 평가한 결과 산도·염도·비타민C 등 이화학적인 특성에 유의미한 차이는 보이지 않았다. 특히 냄새와 맛, 질감 등 전반적인 기호도에서는 국내산 정제소금이 가장 높았다.

만화 <식객>의 원천 정보 제공자로 유명한 맛칼럼니스트 황교익(50) 씨는 “경주의 한 유명한 젓갈공장은 소금을 바꾼 뒤 제 맛을 찾았다”며 “그 이유를 알아보니 천일염에 있는 불순물이 문제였다”고 말했다. 발효과정에서 불순물이 젓갈을 변질시켰다는 설명이다. 그는 “정제소금은 불순물이 100% 제거돼 젓갈이 상할 염려가 없다”고 덧붙였다.

정제소금에도 미네랄 있다

소비자들은 정제소금은 천일염과 달리 미네랄이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정제소금에도 미네랄이 포함돼 있다. 한주소금의 한 관계자는 “정제소금의 특성상 이물과 유해성분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일부 미네랄이 제거될 뿐 미네랄이 아예 없지는 않다”며 “미네랄이 들어가면 소금이 쓰기 때문에 정제과정에서 미네랄이 기준치 이상 넘지 않도록 관리할 뿐이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미네랄 섭취 때문에 소금을 과다 섭취하면 건강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고 경고한다. 우리나라 천일염은 세계적 명품소금인 프랑스 게랑드 소금보다 미네랄이 몇 배 많다. 미네랄 가운데서도 특히 마그네슘 함량이 3배가량 많다. 천일염 1㎏에 포함된 마그네슘은 1만1635㎎ 정도다.

이 양을 한국인 마그네슘 섭취권장량(성인 1일 300㎎)으로 환산해보면 천일염을 하루 25g 정도를 먹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작은 티스푼으로 6~7숟갈의 분량이다. 소금만으로 미네랄을 섭취하기는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대신 모든 미네랄이 그렇듯 마그네슘도 여러 음식에 다량으로 들어 있다.

콩, 고등어, 현미, 땅콩, 아몬드, 상추, 시금치 등에 많다. 100g당 마그네슘 함량을 보면 고등어와 콩이 각각 200㎎이 넘는다. 다시마는 마그네슘 덩어리라 할 정도로 많다. 황씨는 “일상적인 식단을 통해 미네랄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며 “마그네슘 때문에 천일염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인터뷰·㈜한주 이선규 대표-“국산 정제소금은 100% 자연소금”

“깨끗한 소금이 최고의 소금입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정제소금을 만드는 ㈜한주의 이선규 대표는 좋은 소금을 간단명료하게 정의했다. 이 대표는 “천일염도 정제과정을 거쳐 깨끗하게 생산된다면 상품으로서 큰 가치가 있다”면서도 “현실은 그렇지 못한 듯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전문경영인으로서 기업의 목표를 이윤추구에만 국한하지 않고 우리나라 식품산업이 한차원 선진화하고 소비자로부터 신뢰받는 식품을 제조하는데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고 전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대한유화공업㈜에 입사, 30여 년간을 ‘화학맨’으로 살아왔다. 지난해 3월 ㈜한주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소금과 인연을 맺었다.

㈜한주는 유틸리티공장으로 알려져 있다. 제염공장은 어떻게 설립됐나?

“㈜한주의 모태는 1969년 설립된 ㈜석유화학지원공단으로서 울산석유화학공업 단지 내 입주사에 필요한 전기·증기 및 공업용수를 생산·공급하는 유틸리티 공장이었다. 이후 경제개발 시절에 산업화에 따른 해양오염으로부터 양질의 소금을 국민에게 공급하고자 하는 정부의 방침으로 1979년 정제소금 공장을 건설, 현재까지 위생적인 소금을 생산·공급하고 있다.

유틸리티공장과 소금의 조합이 어색하다. 연관성이 있나?

“소금을 생산하려면 햇빛이나 열로 건조를 해야 한다. 대량생산을 하려면 엄청난 열이 필요하다. 소금만 생산하겠다고 가열장치를 가동한다면 그 비용은 천문학적이다. 따라서 소금의 대량생산과 경제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소금 생산에 필요한 열을 유틸리티공장에서 생산해야 한다.

천일염이 좋은 소금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최고의 소금은 무엇인가?

“정제소금이다. 자염도 맛이 좋다고 하지만, 결국은 여과과정을 거치지 않고 만들기 때문에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 정제소금은 과학적 근거에 따라 불순물이 100% 제거된다. 대부분의 사람이 천일염을 좋은소금이라 오해하는데 안타까움이 많다. 천일염이 정말 좋은 소금이라면 상관없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미네랄 하나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국민들이 천일염을 오해하는 거다.”

무엇을 오해하나?

“천일염의 미네랄이 과장됐다. 솔직히 소금을 두고 미네랄을 논하는 자체가 말이 안 된다. 배추 한 잎, 오이 한 조각에 미네랄이 더 많다. 정제소금에도 미네랄은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천일염의 문제는 일부 영세 염전의 위생관리에 허점이 있다는 데 있다. 바닷물은 해수면(바닷물의 표면)이 가장 더럽다. 부유물, 기름띠 등이 떠있기 때문이다. 이런 오염물질은 파도에 밀려와 연안에서 특히 심하다.

천일염전은 이 물을 그대로 가둬 소금을 만든다. 먼지, 황사, 농약, 새 배설물 등 여러 불순물도 염전에 들어갈 수 있다. 소금은 씻어낼 수도 없다. 깨끗한 소금을 생산할 수 없는 구조다. 한강물을 그대로 먹어야겠는가, 아니면 정수 처리한 뒤 먹어야 더 좋겠나? 우리에게 천일염 생산방식을 전파한 일본도 1972년에 모든 염전을 폐쇄했다.

㈜한주와 같은 플랜트를 만들어 정제소금을 생산했다. 위생문제 때문이었다. 미국, 일본, 중국, 캐나다 등도 정제소금을 먹는다. 천일염 먹는 나라는 13곳밖에 되지 않는다. 물론 모든 천일염이 다 문제라는 얘기는 아니다. 영광군의 한 염전은 시설개선과 엄격한 관리로 위생이 뛰어나다. 천일염을 꼭 생산해야겠다면 시설개선과 함께 녹여서 재결정화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정제소금은 화학소금이라는 말도 있는데 사실인가?

“한주소금은 100% 자연산 식염이다. 어떠한 화학적 처리 없이 바닷물을 이용해 소금 성분을 추출한다.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소금이라고 자부한다.”

소금과 관련해 정부나 소비자에게 바라고 싶은 점이 있다면 말해 달라.

“소비자들은 천일염이 어떤 소금인지 잘 모른다. 먹거리인 만큼 정확한 사실을 알아야 하는데, 그것이 아쉽다. 모든 음식의 기초인 소금은 깨끗해야 한다.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사실이 전달돼 현명한 선택, 즉 식탁염도 정제소금을 먹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