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선화꽃

조회 수 422 추천 수 0 2020.08.09 15: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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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선화꽃

 

             권온자

 

 

   밤늦게 때아닌 비가 쏟아져

   창문의 커튼을 걷어 밖을 보는데

   빗방울이 모여 어느새

   한 송이 빠알간 봉선화로 피어있다

 

   너와 내가 함께한 30여 년 세월을

   네가 먼저 흩어버린 기도가

   이렇게 비 내리는 날

   숭숭 뚫린 내 가슴에 그리움으로 찾아왔다

 

   내 삶의 절반은 너와 함께 길찾기 했는데

   무엇이 그리 바빠 홀연히 혼자만 가고

   낯선 그릇 속에서 회색빛이 되어

   모닥불 가물대는 그리움의 빛으로 남았나

 

   잘 가거라 날려보낸 샌패드로항구

   바람이 몹시 부는 날이면

   창살을 두드리는 그리움인가 했는데

   빗소리와 함께 봉선화꽃으로 찾아왔다

 

   새벽이 오면 앞마당 마음밭 일구고

   봉선화꽃 듬뿍 심어 놓으면

   올곧게 피어나는 너의 빠알간 사연들을

   나의 돋보기안경테 끝으로 덫을 감아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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