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프로급 골프 실력을 갖추고 ‘내사랑 못난이’로 돌아온 박선영

준프로급 골프 실력을 갖추고 ‘내사랑 못난이’로 돌아온 박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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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가슴 달린 남자’에서 중성적인 매력을 뽐내며 큰 인기를 얻은 박선영이 4년간의 휴식을 끝내고 돌아왔다. 쉬는 동안 그녀는 ‘핸디 3’의 준프로급 골퍼로 변신했다. 오랜만에 만난 시원시원한 그녀, 박선영과의 반말 토크.

“아줌마란 소리에 농구는 이제 그만, 방송활동하면서 한 10년쯤 후 골프아카데미 꿈꿔”

탤런트 박선영(37)이 SBS-TV 금요드라마 ‘내사랑 못난이’로 방송활동을 재개했다.
지난 1992년 MBC 탤런트 21기로 방송활동을 시작, 드라마 ‘아들과 딸’에서 이름을 알린 그녀는 영화 ‘가슴 달린 남자’에서 중성적인 이미지로 큰 인기를 얻었다. 이후 줄곧 방송, CF에서 활약하던 그녀는 지난 2002년 MBC-TV ‘위기의 남자’를 마지막으로 소속사와 좋지 않은 일을 겪으며 방송활동을 중단했다.

그리고 4년, 박선영은 쉬는 동안 준프로 수준의 골프선수로 변했다. 초대 국가대표 스키선수였던 그녀는 동덕여대 체육학과에서 농구를 전공했다. 오랜 시간 운동을 한 덕분인지 그녀는 골프 입문 6개월 만에 싱글 수준에 진입했고 현재는 ‘핸디 3’의 준프로급 실력을 갖췄다.

스스로 이제는 영락없는 아줌마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박선영은 “이제 정말 노처녀가 됐으니 떳떳하게 아줌마 연기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산공원 한 카페에서 오랜만에 만난 반가운 얼굴 박선영은 출세작 ‘가슴 달린 남자’에서처럼 큰 키에 시원시원한 성격은 여전했다.

“‘아줌마’란 말이 뭐가 어때”
박선영(이하 박) 여성잡지 기자가 남자네. 난 잡지 인터뷰하면서 남자 기자는 처음 만나.

김 기자(이하 김) 하하, 그런 말 많이 들어. 나도 택시 합승한 연예인이랑 인터뷰하기는 처음이야. 기억 못하겠지만 집이 성수대교 북단 맞지? 한동안 얼굴을 볼 수 없어서 따라가 어떻게 지내냐고 물어볼까 하다가 늦은 시간이어서 그만뒀어.

박 그래? 그때 같이 탔던 사람이 기자인 줄은 몰랐네. 아마 따라왔어도 치안인 줄 알고 도망쳤을걸. 웬만한 남자는 나 못 잡아.

김 그나저나 4년 만에 SBS-TV 금요드라마 ‘내사랑 못난이’로 다시 연기활동을 시작했는데, 그동안 뭐하고 지냈어?

박 죽어라 운동만 했어. 나 대학에서 농구 전공했잖아. 골프 시작하기 전까지는 한강에서 학생들하고 같이 농구했어. 그런데 일찍 결혼한 내 친구는 벌써 애 학교 보낸다고 난린데, 중학생하고 농구를 하려니까 좀 그렇더라구. 지금도 농구를 하고 싶은데, 농구가 혼자 할 수 있는 운동은 아니잖아.

김 학생들이 여자라고 안 껴줘서 못하는 거 아냐?

박 걔들은 나를 여자로 보지도 않을걸. 한 서른까지는 애들이 농구할 때 누나라고 불렀는데, 어느 순간 ‘아줌마’라고 부르더라. 그 소리 듣는 순간 “아~ 이제 농구를 그만해야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김 결국 ‘아줌마’란 소리 때문에 농구 대신 골프를 시작한 거군.

박 ‘아줌마’가 어때서. 난 아줌마 소리에 신경 안 써. 골프를 시작하게 된 건, 내가 다른 소린 다 참아도 운동 못한다는 소린 못 참거든. 처음 골프채를 잡았는데, 동생이 “언니, 그게 골프야 호미질이야”라고 약을 올리더라고. 그래서 겨울 동안 죽어라 연습하고 그 다음 해에는 동생 코를 납작하게 해줬지.

“하나도 안 바쁜데 어떻게 바쁜 척해”

김 ‘핸디 3’이라며! 언제 그렇게 연습을 했어?

박 자랑 좀 하자면 보통 운동신경 없는 사람은 평생 골프 쳐도 ‘핸디 3’ 못하는 사람이 많아. 나 오랫동안 놀았잖아. 계속 골프만 쳤어. 덕분에 얼굴도 많이 탔고, 서른일곱 노처녀가 됐어.

김그러지 말고 결혼을 하는 건 어때?

박 노처녀가 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어. 결혼은 뭐 혼자 하나. 남자가 있어야 하지. 지금 사귀는 사람 없는데 그렇다고 독신주의는 아니야. 그런데 내 성격상 소개팅 같은 건 못해. 괜히 끼어 맞추는 거 싫어, 자연스러운 게 좋아.

김 처음에 인터뷰하려고 전화했을 때 내가 “바쁘신데…”라고 했더니 “하나도 안 바쁜데요”라고 한 거 기억나? 연예인인데 좀 바쁜 척해야 되는 거 아냐?

박 안 바쁜 걸 어떻게 바쁜 척해. 속으로는 그러면서 겉으로 아닌 척하는 거 난 잘 못해. 친구들 만났을 때나 밖에서 사회생활하면서 만나는 사람이나 똑같아. 하긴 요즘에는 친구들 만나고 싶어도 다 시집가서 놀 사람이 없기는 하지만 말이야.

김 결국 놀 사람 없어서 혼자 열심히 골프 친 거구만.

박 하하하, 맞아. 그런데 골프가 생각보다 재미있어. 나 원래 농구했던 사람이잖아. 쉬지 않고 뛰어야 하는 농구를 하다 보니까 처음에는 왠지 골프가 시시하게 느껴졌어. 스포츠라기보다는 나이 든 사람만 하는 레저쯤으로 생각했어.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고 하면 할수록 재미있어.

김 그래도 평생 골프만 치면서 살 건 아니잖아. 어떤 스타일 남자 좋아해?

박 체구도 크고 좀 마음이 넉넉한 스타일이 좋아. 그런데 결혼할 때는 마르고 소심한 남자랑 할 것 같아 걱정이야. 정말 그렇게 되면 속터져서 어떻게 살지.

김 가을인데 외롭지 않아?

박 가을은 외로운 계절이 아니고 잔디가 딱 서 있어서 골프 치기 너무 좋은 계절이야. 서른일곱 돼봐 집에서도 포기해서 아무도 내 결혼에 관심 없어.

김 그럼 좋아하는 골프 관련 사업을 해보는 건 어때?

박 골프 관련 사업을 하기에는 아직 내 나이가 좀 어려. 하지만 관심은 있어. 지금보다 골프가 좀더 대중화되면 시작해보려구 해. 현재 티칭 라이선스는 하나 가지고 있는데, 지금보다 좀더 공부해서 한 10년 쯤 후에 내 이름을 건 골프아카데미 하나쯤 있어도 괜찮을 것 같아.

“이제는 뒤에서 양념 역할을 하는 게 내 몫이야”

김 오랜만에 방송국에 갔더니 어때?

박 몇 년 사이에 많이 바뀌었더라구. 스태프들도 나보다 어린 친구들이 더 많구, 감독도 내 나이 또래던데. 방송, 연예산업이 커지다 보니 머니게임 같아서 조금 아쉽더라.

김 같은 시기에 활동하던 이영애, 김혜수, 김남주는 아직도 활발히 활동하는데, 좀 아쉽지 않아?

박 한창 활동할 때 하루 서너 시간 자면서 질리도록 일해서 미련은 없어. 주연도 해봤고, 커피, 화장품, 의상 CF 모델도 해봤으면 된 거 아냐?

김 한때 거리에 나가면 사람들이 너도나도 사인을 부탁했을 텐데, 좀 아쉽지 않아?

박 사람들이 찜질방이나 미용실에서 마주쳐도 나를 잘 못 알아봐. 한 서른 밑으로는 나를 잘 모르더라구. 하지만 그게 뭐가 아쉬워? 알아보는 사람 많으면 불편해서 지금이 오히려 편해.

김 어쩌다가 연예인이 됐어?

박 나 이래 봬도 MBC 21기 공채 탤런트 출신이야. 물론 친구 따라갔다가 엉겁결에 합격하긴 했지만. 아이들도 좋아하고, 운동하는 것도 좋아해서 원래는 선생님이 되려고 했어. 그런데 체육교육학과 졸업했다고 다 선생님이 되는 건 아니더라구. 지금 학생들은 내가 연예인 된 걸 다행으로 생각해야 해. 만약 체육선생님이 됐으면 운동장 돌다가 쓰러지는 학생들 많았을 거야. 그래도 공부 안 시켜서 인기는 좋았을 것 같네.

김 벌써 데뷔 15년째야. 그동안 하고 싶은데 못해본 배역은 없어?

박 청순가련형은 한 번도 못 해봤어. 그렇다고 해보고 싶었다는 말은 아니야. 나는 청순가련형은 시켜줘도 싫어. 내 얼굴을 봐, 긴 머리 안 어울려. 신인 때 영화 ‘가슴 달린 남자’로 이름을 알리고 나니까. 계속 그런 이미지 역할만 들어오더라구. 영화는 지금도 하고 싶어. 다시 하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런데 우리나라 영화계에서 나같이 나이 많은 여배우를 써줄까? 이제 나는 중성적인 이미지 버리고 주부 역할 해야지. 그리고 잘나가는 어린 배우들 뒤에서 양념 역할을 하는 게 내 몫인 거 같아.

김 술 잘 마실 것 같은데 전혀 못 마신다며?

박 대부분 나보고 술 잘 마실거라고 말하는데 전혀 아니야. 담배도 안 피우고 술은 입에도 못 대. 마시기 싫어서 그런 게 아니라 알레르기가 있어서 몸에서 안 받아. 하지만 술 안 마시고도 술 취한 사람보다 더 잘 노니까 걱정하지 말고 연락해. 다음에는 찻집 말고 술집에서 인터뷰하자.


글 / 김성욱 기자 사진 / 원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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