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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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3. 18. 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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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버드나무과

학명: Salix koreensis

나무의 일생

높이 약 20 m, 지름 약 80 cm로 나무껍질은 검은 갈색이고 얕게 갈라지며 작은가지는 노란빛을 띤 녹색으로 밑으로 처지고 털이 나지만 없어진다. 잎은 어긋나고 바소꼴이거나 긴 타원형이며 길이 5~12 cm, 나비 7~20 cm로 끝이 뾰족하고 가장자리에 안으로 굽은 톱니가 있다.

잎자루는 길이 2~10 mm이고 털이 없거나 약간 난다. 꽃은 4월에 피고 암수딴그루로 수꽃은 길이 1~2 cm이며 꿀샘과 수술이 2개씩이고 수술대 밑에는 털이 나며 암꽃은 길이 1~2 cm이고 1~2개의 꿀샘이 있다. 꽃대에 털이 나고 포는 녹색의 달걀 모양이며 털이 나고 씨방은 달걀 모양으로 자루가 없으며 털이 나고 암술대는 약간 길며 암술머리는 4개이다. 열매는 삭과로서 5월에 익으며 털이 달린 종자가 들어 있다. 한국 · 일본 · 중국 북동부 등지에 분포한다.

버드나무 수꽃 (좌), 버드나무 암꽃 (우)

버드나무 열매

이야기가 있는 나무

봄이 되어 언 땅이 녹고, 나무에 물이 오르면 잎도 나기 전에 녹황색 꽃송이들을 달고 노란 꽃가루를 흩날리며 봄의 빛깔을 전해주는 대표적 나무가 버드나무이다. 물을 마시던 왕건이 입을 닦으며 처녀에게 왜 물에 버들잎을 띄웠는지 물었을 때 "장군님께서 하도 여유가 없어 보여서 물이라도 천천히 마시며 숨을 돌리시라고 버들잎을 넣었습니다."라고 하였다. 이 처녀가 나중에 태조 왕건의 황후가 된 유화부인으로 유화(柳花)란 버드나무 꽃이란 뜻이다. 조선을 개국한 태조 이성계의 둘째 왕비도 전장으로 향하던 이성계에게 우물가에서 물에 버드나무 잎 3개를 바가지에 띄워 황후가 되었다. 혹 버드나무 젓가락을 만들어 음식을 집어 먹다가 쓴맛에 젓가락을 집어 던지는 경우가 있다. 바로 이 쓴맛이 인류 최대의 의약품인 아스피린의 원료이다.

아스피린의 개발자 펠릭스 호프만 (1868~1946)

서양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도 임산부가 통증을 느끼면 버들잎을 씹으라는 처방을 내렸다니 민간요법으로도 오래전부터 사용된 일임을 알 수 있다. 한방에서는 잎과 가지를 진통, 이뇨, 해열제로 썼고, 민간에서는 각혈에 꽃을 달여 먹고 옻이 오르면 버들가지를 태운 연기를 쐬었다. 열매의 솜털을 지혈에 쓰기도 했다. 키나 공예품, 다래끼, 광주리, 고리 등을 만드는데 쓰는 키버들의 수꽃이삭은 부정맥, 가슴이 두근거리는데 심장신경증을 치료하는데 좋은 효과가 있다. 키버들 껍질을 달인 물은 폐염, 감기, 열병, 기침, 두통, 소변이 잘 안나올 때 등에 효과가 있으며 균을 죽이고 염증을 없애는 작용이 있고 상당히 센 방부작용이 있다. 또한 이 물로 머리를 감으면 머리털이 빠지지 않으며 신경쇠약으로 잠이 잘 오지 않고 마음이 불안할 때 갯버들 껍질을 달여 먹으면 상당한 효력이 있다.

버드나무는 물의 정화능력이 탁월하고 물 저장능력도 크다. 버드나무류를 총칭하는 속명 셀릭스(Salix)는 라틴어로 가깝다는 뜻의 살(Sal)과 물이라는 뜻의 리스(Lis)의 합성어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연못이나 우물 같은 물가에 버드나무류를 심어 두면 어울렸지만 하수도 옆에만은 심지 말라고 하는데 물을 따라 왕성하게 뿌리가 뻗어 하수도를 막기 때문이다. 이와는 반대로 우물가에는 물이 많으니 잘 자랄 뿐 아니라 뿌리가 물을 끌어들이는 작용과 정화시키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봄의 흥취를 흔히 ‘춘정(春情)’이라고 한다. 버드나무 잎은 청춘과 생명력을 상징하고, 그 빛깔인 유색(柳色)은 봄 색깔을 상징했다. 봄이 다시 온 것을 축하하는 청명(淸明)과 한식(寒食)에 버드나무를 깎아 불을 피워 각 관청에 나눠주는 관습이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버드나무는 봄과 청춘을 상징한 동시에 여인의 아름다움을 비유할 때도 자주 등장했다. 아름다운 여인을 묘사할 때 버들잎 같은 눈썹(眉, 유미) , 버들가지 같이 가는 허리(細腰, 세류요), 갸름하고 예쁜 얼굴(容, 유용), 간드러지게 아름다운 교태(態, 유태) 등의 말이 자주 쓰였다. 지금은 옛말처럼 된 ‘화류계(花柳界)’라는 말도 여인의 섬세한 아름다움과 관계가 깊다.

가지의 탄력성 때문에 ‘귀환(歸還)’을 연상시켰고, 기름진 땅이건 메마른 땅에서건 자리를 잡고 잘 산다는 이유로 전통 사회에서의 시집살이에 비유됐다. ‘여자 팔자 버드나무 팔자’라는 말에서 보듯, 운명에 순응하는 나무였다. 조선시대에는 여름철에 학질을 앓으면, 환자의 나이대로 버들잎을 따서 편지 봉투에 넣은 다음, 겉봉에 ‘유생원댁(柳生員宅) 입납’이라고 써서 큰 길에 버리는 풍속도 있었다. 길 가던 사람이 그 봉투를 밟으면, 그가 학질을 가져가 대신 앓게 되고 원래 환자의 병은 낫는다는 속신이 제법 널리 퍼져 있었다.

왕버들은 () 성분이 많아 종종 밤, 특히 비 내리는 밤에 빛을 내기 때문에 ‘귀신버들(鬼柳, 귀류)’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수명이 길어 정자나무나 당산나무 등 마을의 대표적 노거수가 된 게 적지 않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것도 몇 있다.

경북 청도 덕촌리 털왕버들 (천연기념물 제298호)

청춘을 상징하면서도 묘하게 흉한 일에도 많이 쓰였다. 부모 상례에서 아버지는 대나무 지팡이로 상장(喪杖)을 삼았지만, 어머니는 버드나무를 썼다. 시신 염습에서는 버드나무 숟갈을 썼다. 버들가지로 아이를 때리면 성장을 가로막는다고 회초리로 쓰지 않았다. 또 집안에서 버들피리를 불면 뱀이 들어온다고 불지 않았다. 한편으로 나뭇가지가 늘어진 모습이 상(喪)을 당해 머리를 풀어헤친 여인의 모습을 연상시킨다고 집 가까이 심으면 불행을 가져 온다고 여겼고, 버드나무 암꽃은 성욕을 감퇴시킨다고 해서 손이 귀한 집에서는 버드나무의 암나무는 절대로 뜰에 심지 않았다. 지금도 제주도에서는 나뭇가지가 바람에 잘 흔들리듯, 바람을 피워 부부 사이를 멀어지게 한다고 집 안에는 심지 않는다.

자료제공: 단양 국유림 관리소, 한국일보 <정구영의 식물과 인간>

靑囊 한 마디

맨 아래의 사진을 보니 안티푸라민이 생각난다~ 내가 어렸을 적 친구들과 놀다 다치면 대부분의 찰과상엔 빨간약을 먼저 바르고 나중에 상처가 아물 때쯤 되면 안티푸라민을 발랐던 것 같다. 한참 바르고 나면 톡 쏘는 박하향 비스무리한 냄새가 코끝을 찔러 손으로 코를 콱 틀어막았던 기억이 난다~ 안티푸라민은 유한양행의 대표적인 상품이었는데, 이쯤 되면 생각나는 인물이 바로 유한양행의 설립자 유일한 박사이다. (실제 그의 성은 버드나무 ''()이다~ 고등학교 때 '미친개'라는 무시무시한 별명을 가진 수학 선생님이 한 분 계셨는데, 그분이 항상 강조하셨던 게 당신의 성은 '유'가 아니라 '류'라는 것이었다~^^) '자신의 사후에 전 재산을 사회에 기증한'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참된 모델이었기에 지금의 우리 사회에 그의 이름이 더 널리 알려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요즘 우리 사회는 남을 시기하고 질투하여 고꾸라뜨리려는 르상티망이 만연하여 범람하고 있다~ㅠㅠ 그러기에 '뜨지 말고 조용히 지내자'가 신조인 사람들도 꽤 많아졌다고 한다. 하지만 이래서야 결속력 있는 사회가 어찌 만들어지며 또 진정한 나라 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 따스한 봄바람에 푸릇푸릇한 버드나무 싹들이 여기저기 돋아나듯이 우리 사회에도 제 2, 제 3의 유일한이 등장했으면 좋겠다~~

나무 헌터
나무 헌터

세상의 모든 나무들을 배우고 느끼며 사랑하고 싶은 나날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