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드리안의 '차가운 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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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2. 22.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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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화가 피에트 몬드리안의 유명한 <빨강, 파랑, 노랑의 구성(1930)>입니다. 커다란 빨강을 검은색 격자와 작은 파랑, 노랑으로 간신이 받치고 있어요. 어느 한 색이라도 빼면 금세 균형을 잃고 무너질 것 같습니다.

그는 대상들 사이에서 차이점보다 공통점을 찾으려 했습니다. 그러자면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요소, 즉 색, 형태, 선, 공간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깊이를 주는 요소도 당연히 배제해야 하고요.

빨강, 파랑, 노랑의 세 가지 원색과 검은색의 수평과 수직을 사용하여 완성했습니다. 검은색 격자는 색채를 사각형 형태로 가두는 역할을, 그러나 격자가 없이 터진 부분은 외부로의 도약을 의미합니다.

칸딘스키의 추상 작품과 좋은 대조를 이루죠. 기억나시나요? 3원색을 배합한 다양한 색채, 그리고 사선, 곡선, 원 등 좀 더 포괄적이며 감성적인. 그래서 ‘따뜻한 추상’입니다. 상대적으로 몬드리안은 절제된 냉철한 이성, ‘차가운 추상’으로 불립니다. 다 구분하기 좋아하는 사람들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몬드리안의 초기 작품은 지극히 평범했습니다. 차분한 색조의 정물과 풍경화로 당시 고향 네덜란드에서 유행하던 양식이죠. 멀리서 봐도 한 눈에 알 수 있는 ‘격자 모양’의 작가 몬드리안의 작품이라고는 전혀 믿어지지 않죠.

서른이 되면서 그는 다양한 시도를 합니다. 자연주의, 상징주의, 인상주의, 점묘법 등등. 그중 상징주의를 통해 형상의 기본 틀을 간소화시키고, 야수주의의 순색 계열의 색채를 사용했습니다.

* 좌에서 우로 1908년 <저녁: 붉은 나무>, 1911년 <회색 나무>, 1912년 <꽃 피는 사과 나무>, 1913년 <회색 희색 갈색의 구성>

위의 나무 연작은 그의 추상이 발전해가는 과정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구성한 겁니다. 세잔의 <생트 빅투리아 산> 연작을 닮았지요.

1909년 그는 신지학(神智學)-신의 본질과 행위는 이성으로 인식할 수 없고 오로지 신비한 체험이나 특별한 계시를 통해 알 수 있다는 철학·종교적 지혜-협회에 가입하면서 영적 세계에 대한 깊은 탐색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1911년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첫 번째 ‘현대예술그룹’ 전시회에서 피카소와 브라크의의 초기 입체파 작품을 접하죠. 이때가 그의 예술 인생에서 결정적인 시기입니다.

결국, 마흔 번째 생일을 앞둔 그해 11월 파리로 이주합니다. 그리고 이듬 해 피카소의 작업실에서 추상미술을 향한 여정을 시작합니다. 영적 본질과 물리적 외형을 결합, 이것이 그의 과제였습니다.

지극하면 하늘이 돕는다고나 할까요. 그만의 개성이 반영된 기하학적 주제가 정해지고, 이후 30년간 회화의 중심에 놓입니다. 엄격하고 기하학적이며 가장 순수한 추상미술 형식, 스스로 ‘신조형주의’라고 불렀습니다.

1940년, 항상 그리던 뉴욕 생활이 시작됩니다. 최첨단 대도시의 역동성, 그리고 1마디 8박자를 왼손으로 연주하면서 동시에 오른손으로 애드립을 넣는 최신 재즈음악 ‘부기우기’ 리듬, 이 둘은 몬드리안의 후기 작품에 중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재즈는 미국 예술을 진정으로 대표해요. 이 황홀경에 빠져 든 몬드리안은 그 리듬에 본능적으로 반응했습니다.

<브로드웨이 부기우기>에서 검은색 격자가 노란색으로 바뀌고 작은 3원색의 면들이 리드미컬한 흐름을 느끼게 합니다. 높은 곳에서 뉴욕 브로드웨이를 내려 보는 듯합니다. 검은색 격자가 노란색으로 대체되었고, 중간 중간 분할하여 다른 색채로 면을 채우는 시도가 이채롭습니다.

그림은 변형된 형태로, <빅토리 부기우기(1943~1944)>입니다.사각형을 마름모 형태로 세워놓았죠. 승리의 'V'처럼. 제2차 세계대전의 승리를 기원한 듯합니다.

빨강, 파랑, 노랑이 빠른 리듬에 맞춰 점멸하듯 춤추고 있어요. 그러나 작품은 미완성입니다. 1944년, 72세에 폐렴으로 세상을 떠나기 때문입니다.

그는 자신의 추상을 끝까지 지켰습니다. ‘단순한 것일수록 아름답다’는 그의 미학적 통찰력은 20세기 미술과 건축, 그래픽 디자인, 패션 등 예술계 전반에 새로운 관점을 열어주고 갔습니다. 끝.

(2017년 2월 22일자 <노인행복신문> 게재 / 재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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