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까, 먹을까

프로필

2021. 7. 11. 15:24

이웃추가

■ 생각 나누기

1. 사람이 먹을 고기가 필요하여 동물을 죽인다. 137~152쪽에 도축장의 딜레마를 소개했는데, 동물을 죽이는 여러 가지 방법 중 최선은 무엇일까?

ㅡ DIY 사육, DIY 도축의 딜레마(276~285쪽) - E.B.화이트의 글과 관련하여.

2. 163~173쪽에는 배터리 케이지, 무창계사 등을 소개했다. 나는 동물의 사육 방식을 고려하며 슈퍼마켓에서 포장지 겉면에 ‘동물복지’라고 적힌 달걀을 샀는데, 달걀 껍데기에 적힌 사육환경번호는 3이었다. 1~4로 번호 매기는 시스템 이면의 닭 사육환경을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런 시스템의 실효성과 개선 방향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3. 245쪽에서 인디언의 Oneness 개념을 들어,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이야기한다. 동물복지와 사람복지(69쪽), 동물의 질병과 사람의 질병(202쪽)이 순환한다고 말한다.

311쪽에서는 ‘몰개성화’를 말하며 각각의 개별적인 삶을 지워버리고 추상화하는 개념의 위험성을 강조한다. Oneness가 느림, 공존을 강조한다면 몰개성화(Sameness)는 빠름, 생산성을 강조하는 것 같다. 속도, 비용, 생산량 등을 감안하여 나는 어떤 방향을 선호하는가?

4. 무엇을 먹느냐는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319쪽)라고 했다. 이 책을 읽고 다른 생명체의 삶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 동물 복지 향상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게 되었는가?

5. 《사랑할까, 먹을까》는 영화 '잡식 가족의 딜레마'의 황윤 감독이 영화 제작 과정, 제작 이후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요즘 사람들은 고기를 단순히 식자재와 음식으로 인식한다. SNS에는 선연한 핏빛이 감도는 고기 사진과 함께 선도와 맛에 감탄하는 글이, 거리에는 돼지가 요리사의 모습을 한 기괴한 간판이 넘쳐난다.

동물을 먹는다는 게 그토록 아무렇지도 않아도 되는 것일까. 그 고기가 생명의 사체라는 사실을 새까맣게 잊거나 아예 알려고 하지도 않은 채, 우리는 지금까지 너무 편하게 동물을 먹어왔다. 자세히 들여다보고 의식하면 불편하고 당혹스러워서 애써 외면하는지도 모른다.

동물 살처분 현장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은 저자는 동물 복지를 실천하는 돼지농장과 공장식 축산 형태인 돼지 공장을 찾아 나서며 살아있는 생명체인 돼지를 알아간다. 공장식 축산은 생명의 몸에 맞게 농장이 운영되는 시스템이 아니라, 목표 생산량에 맞춰 생명의 몸을 통제한다. 반면 동물 복지 축산은 가축 고유의 생태에 맞게 좋은 것을 먹고 편안하게 사육하여 사람 복지까지 자동으로 이어지게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인간과 자연이 하나의 고리로 연결된다는 가치관이다. 가축에게 투여한 항생제가 항생제→가축→토양→식물→인간의 사슬을 통해 결국 어디로도 사라지지 않고 인간에게 돌아온다.

동물이 겉모습과 언어가 다를 뿐, 인간과 교감하고 같은 마음을 가진 생명체로 인식하는 순간, 육식과 착한 육식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착한 육식'은 '착한 사육', '착한 도살'과 같은 맥락의 개념이다. 채식주의자, 육식주의자, 잡식주의자 등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답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대량 생산량에 초점을 맞춘 공장식 축산이 효율적이고 당연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더 나은 해답을 찾을 필요가 있다. 생명의 고유한 삶의 속도와 기본권을 박탈하고 먹거리를 산업화하면서 생기는 폐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고기를 조금 적게 먹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저자는 무엇을 먹느냐는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라고 말한다. 고기를 단순히 먹거리로만 보는 태도는 살아 있으나 의식은 죽은 채로 사는 것과 다름없다. 이전에 귀한 생명체였던 하나의 삶의 먹고 있음을 인식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Part01 | 돼지를 찾아서

· 아이를 키우며 마주하는 일상의 숱한 선택 앞에서 나는 자주 가치관이나 윤리 같은 저울을 꺼내야 했다. 그런데 가치관이라는 저울을 꺼내면 습관이란 방해꾼이 불쑥 튀어나오고, 윤리라는 저울을 꺼내면 이기심이 튀어나왔다. 저울의 눈금은 자주 왔다 갔다 했다. 그래도 나름대로 '윤리적 소비'를 하려고 노력했다. -15~16쪽

· 거대한 구덩이에 가득 찬 수천 마리 돼지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아비규환이었다. 구덩이, 내 인생은 그 구덩이를 보기 전과 후로 나뉘게 되었다. -20쪽

· 한국에서 사육되는 1,000만 마리의 돼지들 중 두 돼지의 삶을 따라가보기로 한다. 공장식 양돈농장에서 태어난 아기 돼지와 소규모 친환경농장에서 태어난 아기 돼지. 이름 없이 '번호'만 있던 이들에게 각각 '돈오'와 '돈수'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 돈오와 돈수는 대조적인 삶을 살아간다. 인공적이고 삭막한 공장식 양돈농장에서 사육되는 돈오. 이에 비해 돈수는 자연스러운 환경에서 '돼지다운 삶'을 살아간다. -25쪽

·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원가자농' 원중연 농부

원중연 선생님은 공장식 축산에 대한 대안으로, 햇빛과 바람이 통하는 축사에서 소규모로 돼지를 기르고 있었다. 엄마 돼지들에게는 각자의 이름이 있었다. 바로 이곳이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39쪽

Part02 | 돼지농장, 돼지공장

· 영화를 처음 기획할 때부터 돼지의 출산 장면은 가장 찍고 싶은 위시리스트 장면들 중 0순위에 있었다. '고기'이기 이전에 '생명'인 돼지를 이야기할 때 탄생의 순간만큼 좋은 장면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43쪽

· "2만 년 진화의 역사가 너에게 있다. 힘내!" / 원 선생님은 돼지를 단순히 돼지로 보지 않으셨다. 오래된 진화의 역사와 생명의 신비를 간직한 존재로 바라보셨다. -45쪽

· 돈수가 태어난 날 원중연 선생님은 일기를 쓰셨다.

돼지 영화를 촬영했다. 십순이가 여덟 마리 새끼를 순산했다. 기다림은 지루할 수도 있지만 그 끝자락이 아름다운 것은 그 끝에서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기 때문이다. 눈이 온다. 모두를 축복하는 눈인가 보다. 내 안에서 또다시 발견된 십순이. 순산 과정에서 함께 얻은 희열. 태고부터 날마다 일상처럼 빚어지는 일들이 영혼과 순간, 그 모두를 아우른다. 어느 먼 훗날 오늘을 되짚어볼 때 기다림도 경이로움도 모두 내게 감동일 것이다. 가을날 국화꽃이 동토를 가르며 시작했듯 산고의 아픔을 통해 또다시 이어지고 피어나는 아름다움은 나와 돼지의 인연이었으리라. -46쪽

· 모든 탄생의 순간은 경이롭다. 온 우주가 도와서 일어나는 신비로운 순간. 모든 생명은 그 자체로 귀하며, 동등하다. 누구의 도구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하고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라는 점에서. 고통이 아닌 행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47쪽

· 새끼 돼지들은 사람 아기들처럼 호기심이 넘치고 장난을 좋아했다. 볏짚은 단조로운 우리 안에서 돼지들에게 최고의 장난감이었다. 던지고 물며 놀 수도 있고, 숨바꼭질용 은신처도 되고, 질겅질겅 씹는 심심풀이 껌도 됐다. (중략) 유럽에서는 볏짚이 있는지 여부가 동물복지 농장에 꼭 필요한 인증 기준이다. 유럽의 동물복지 운동가들은 유럽연합의 동물복지 규칙에 '돼지를 위한 장난감 제공'이라는 조항을 넣기 위해 오랜 시간 노력했다. 마침내 2003년 유럽연합은 회원국의 모든 돼지들에게 의무적으로 장난감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중략) 영화를 찍는 동안 돼지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니 충분히 이해된다. 돼지들은 매우 영리하고 활동적이기 때문에 지루한 환경은 그 자체로 돼지에게 고통을 준다. -49~50쪽

· 생추어리 농장(Farm Sanctuary) : 뉴욕주 북부에 본부를 둔 비영리 조직. 공장식 농장과 도축장에서 학대받은 가축들을 구조하여 자연적인 환경의 농장에서 보호하는 일종의 구조센터 혹은 쉼터 같은 곳 -55쪽

· 강렬한 유대와 감정은 인간만의 것일까? 혹은 인간과 닮은 유인원만의 것일까? 나는 〈잡식가족의 딜레마〉를 만드는 동안 돼지들도 분명한 희노애락을 느끼는 존재임을 알 수 있었다. 새끼 돼지들은 어미와 함께 있을 때 행복해하고 떨어지면 불안해한다. 어미 돼지는 새끼들이 위협에 노출됐을 때 분노하며 어떻게 해도 그 상황을 이겨낼 수 없을 땐 크게 절망하고 슬퍼한다. 돼지들은 친구와 노는 것을 좋아하고 장난을 좋아하고 주변 환경을 탐색하는 것을 좋아하고 쾌적한 잠자리를 좋아하고 신선한 공기와 햇빛을 좋아한다. 사람과 똑같다. -57~58쪽

· "퇴비를 써서 비옥해진 땅에 작물을 기르고, 그렇게 키운 채소에서 나온 부산물을 돼지에게 주고, 돼지가 그걸 먹고 똥을 싸면 또 좋은 퇴비가 생기고. 순환이죠. 좋은 작물 먹고 건강하게 자란 돼지들의 똥이 밭으로 가면 또 거기서 최고의 균형이 맞춰진 무, 배추, 인삼이 나오는 거죠. 자연은 순환이 철칙이에요. 이 순환이 자꾸 단절되어서 문제지." -60~61쪽

· 원가자농은 국내에서 보기 드문 유기농 경축순환 농장이다. 경축순환이란, 작물의 부산물을 가축이 먹고 가축의 퇴비를 작물 재배에 이용하는 순환을 말한다. 과거에는 이런 농장이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극히 소수다. 지금도 논밭에 퇴비를 사용하지만, 대부분 밖에서 사 오는 퇴비이지 자신이 기른 가축의 퇴비는 아니다. 게다가 공장식 축산에서 나온 분뇨로 만들어진 퇴비이므로, 사육될 때 사용한 항생제와 약물도 포함된 퇴비다. 원 선생님은 자신의 경작지 안에서 가축을 길러 그 가축의 똥을 퇴비로 쓰는 경축순환 농장을 구현하고 있었다. -61~62쪽

· "야생초라는 게 가뭄에 대비해야 할지, 장마에 대비해야 할지, 벌써 다 읽어낸 놈들인데. 그걸 스스로 다 준비한 게 야생이잖아. 이런 풀을 돼지가 먹으면 이 야생초의 야성을 그대로 옮겨 받는 거거든." -64쪽

· "채식주의자까지는 아니지만, 고기를 적게 먹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고기를 많이 팔고 많이 먹기 위해 만들어진 공장식 축산 시스템은 재앙이에요. 인간은 한 생명으로 태어날 때 기본권을 부여받고 태어나잖아요. 살찌려고 태어나는 게 아니잖아요. 돼지도 자라는 과정이 있고 고유한 속도가 있어요. 공장식 축산에서는 돼지의 기본권을 박탈했죠. 그런 사육 환경에서 몸에 독이 얼마나 생기겠어. 그런 고기를 사람이 먹으면 안 되지. 먹을거리를 산업화시키면서 모든 재앙이 시작됐죠." -66~67쪽

· 가축, 가축이 먹는 사료, 가축이 싸는 똥, 똥이 뿌려지는 땅, 그 땅에서 난 작물, 작물과 가축을 먹는 사람의 건강, 이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돼 있어요. 사람복지, 동물복지가 다른 게 아니에요. 가축이 좋은 것을 먹고 편안하게 살면 사람복지가 자동으로 되는 거예요. 한 고리예요. 하나가 온전하면 나머지가 온전해지는 거예요. 하나가 그릇되기 때문에 다 사슬처럼 어그러지는 거예요. -69쪽

· 사람과 다른 형태일 뿐이지 똑같다고 여겨요. 돼지라는 이름의 품격을 가진 존재로 바라보면 함부로 못 대해요. 돼지를 키우기 전에는 풀은 그냥 귀찮은 존재였지. 근데 돼지가 잘 먹고 좋아하니까 풀은 귀한 거라고 생각이 바뀌었죠. 세상에 귀하지 않은 게 없어요. -70쪽

· 내 자식, 남의 자식, 사람, 돼지, 흙, 작물, 야생초… 만물이 하나로 연결된 순환의 고리. 그러므로 모든 것을 귀하게 대하고 모든 것에 친절하라. 땅에서 땀 흘리며 배운 농부의 철학이었다. -70쪽

· 공장식 양돈농장의 일반적인 형태인 창문 없는 돼지축사, '무창돈사'였다. 겨우 찾은 입구는 허름한 문이었지만 굳게 닫혀 있었다. (중략) 시각보다 더 현실적이었던 건 후각이었다. 살면서 경험해본 적 없는 극심한 악취였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바닥은 분뇨로 질퍽거렸다. 그 속에 어린 돼지들이 오물 범벅이 된 채로 눈을 끔벅이며 서 있었다. 맙소사, 가엾어라. -81쪽

· 그곳의 가공할만한 악취는 돼지가 더러운 동물이어서가 아니라, 쌓이는 분뇨를 치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 안에 가득찬 사람들이 몇 개월 동안 밖으로 못 나간 채 그 안에서 먹고 싸면 어떤 악취가 날지 상상해보면 된다. -82쪽

· 어미 돼지 하나하나가 자신의 몸 크기와 거의 비슷한 크기의 철제틀에 갇혀 있었다. 일명 '스톨'이라 불리는 '감금틀'이었다(영어로는 sow stall, 또는 sow crate라고 표기한다.). 460여 마리의 어미 돼지들이 각각 스톨에 갇혀 있었다. 스톨 하나의 크기는 폭 60㎝, 길이 2m. 이 안에서 어미 돼지는 앉았다 일어나거나 눕는 동작만 가능하고, 몸을 한 바퀴 돌리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85쪽

· 한국은 좁은 땅덩어리에 비해 가축을, 좀 더 솔직한 표현으로는 '식용동물'을 너무 많이 키운다. "동물복지를 구현하려면 고기를 먹지 말아야 한다"는 그의 말은 사육업자의 변명이라기보다, 현실을 정확히 진단한 말로 느껴졌다. 아침에 햄, 점심에 돈가스, 저녁에 삼겹살로 이어지는 고기 소비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돼지들이 이렇게 밀집 사육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87쪽

· 어미 돼지들을 스톨에 한 마리씩 가둬 기르는 가장 큰 이유는 임신과 분만의 철저한 통제, 관리에 있다. 어미 돼지는 스톨에 갇힌 채 인공수정으로 임신되고, 스톨에 갇힌 채 새낄르 낳고, 스톨에 갇힌 채 젖을 먹인다. -88쪽

· 공장식 축산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생명의 몸에 맞게 농장이 운영되는 시스템이 아니라, 목표 생산량에 맞춰 생명의 몸을 통제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89쪽

· 내가 보고 느낀 공장식 축산을 한마디로 정의 내리면, 그것은 정이 개입될 여지가 없는 무정한, 혹은 비정한 산업이다. 유정(有情)한 생명체를 자본의 논리와 인간의 탐욕으로 무정(無情)하고 비정(非情)하게 사육하는 시스템인 것이다. -95쪽

· 공장식 양돈농장에서 태어난 아기 돼지들은 세상의 모든 생명체 중 가장 가혹한 어린 시절을 보낸다. (중략) 단치, 단미, 거세. 이 모든 과정에 마취는 없다. -97쪽

· 돼지들이 먹은 유전자조작 사료와 투여 받은 약물, 무엇보다 그들이 받은 신체적 고통과 정신적 고통이 고스란히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몸으로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99쪽

Part03 | 딜레마

· TV만 틀면 나오는 먹방은 돼지를 안심, 등심, 찌개용 재료 이외의 것으로는 생각하지 못하게 만든다. 도영이는 살아 있는 돼지를 보기 전에 돼지를 감자와 당근, 양파 같은 식재료로 먼저 배웠다. 그렇게 아이들은, 아니 우리 모두는 인간처럼 감정이 있고 따뜻한 숨을 쉬는 생명체 돼지로부터 멀어진다. -113쪽

· 우리는 정말 우리가 먹을 음식을 선택할 권리를 보장받고 있나? 식당, 급식, 방송, 광고… 온통 육류로 둘러싸인 세상에서 우리가 선택하는 음식들은 정말 우리의 선택인가, 아니면 시스템이 강요하는 선택인가? 공장식 축산이 아닌 농장에서 인도적으로 기른 동물을 먹을 권리는 주어지는가? 또 동물을 먹지 않을 권리는 존중되는가? 다른 것을 먹을 선택권은 주어지는가? 그리고 무엇보다 돼지들이 돼지답게 살 권리는 존중되는가? 인간의 욕망을 위해 고기 생산 기계로 취급받는 것에 돼지들은 동의했는가? -119쪽

· "돼지는 기본권이 뭘까요?" (중략) / "마음대로 먹고 자야지. 기분 좋게. / "기분 좋게." 나는 선생님의 말을 되새겼다. / 책에서 본 어떤 멋진 이론보다 가슴에 닿는 말이었다. -124쪽

· 트럭에 실린 채 대기 중인 돼지들의 겁에 질린 표정을 촬영하고 있을 때, 어디선가 물 쏟아지는 소리가 들렸다. 배수관을 통해 붉은 핏물이 콸콸 쏟아져 하수구로 들어가고 있었다. -136쪽

· 한국의 4인 가족을 위해 연간 65마리의 농장동물이 도사된다. 전국적으로 연간 8억 마리가 넘는다. 어림잡아 닭 8억 마리, 돼지 1,500만 마리, 소 75만 마리. 이들이 어떻게 도살되고, 어떤 과정을 거쳐 우리 식탁에 오르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현대의 도축장은 더 이상 도축장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식품, ○○푸드, ○○산업, ○○영농조합법인, ○○축산물종합처리장(LPC)등으로 표기된다. 목우촌, 하림, 사조 같은 기업의 이름을 쓰는 도축장도 있다. 사육, 도축, 유통까지 축산 대기업이 수직계열화한 경우다. -137쪽

· 도살장의 벽이 유리로 돼 있다면, 모든 사람이 채식주의자가 될 것이다. - '고기 없는 월요일(Meat Free Monday)' 운동의 창시자 폴 매카트니

· 아이스니츠의 《도살장》에는 동물을 죽이며 자신의 인간성마저 죽여야 했던 노동자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업체가 세운 목표량을 채우기 위해서는 자신이 죽이는 동물을 물론 노동자 자신도 생명이라는 걸 잊고 기계가 되어야 한다. 스트레스와 죄책감은 때로는 동물을 상대로, 때로는 가족과 자신을 상대로 가학적인 행동이 되어 뿜어져 나온다. -145쪽

Part04 | 고기 디스토피아

· 축사 안은 암모니아 가스와 배설물, 닭들의 몸에서 떨어진 온갖 분진이 짬뽕이 되어 부옇게 부유하고 있었다. 숨이 턱 막혔다. 돼지농장과 또 다른 악취였지만, 1초도 견디기 힘든 건 똑같았다. 숨을 쉬기 힘들었지만 카메라에 이 충격적인 모습을 담으려면 몇 분은 견뎌야 했다. 나는 최소한의 호흡만 하면서 카메라에 현장을 담았다. 소실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긴 철제 케이지가 몇 단으로 쌓여져 있었고, 그 안에는 닭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그 축사에만 어림잡아 5,000마리, 아니 1만 마리의 닭이 있는 것 같았다. 말로만 듣고 영상으로만 봤던 '배터리 케이지'였다. -165쪽

· 스트레스를 받은 닭들이 서로 쪼는 걸 막기 위해 부리를 잘라요. 닭들이 자연 상태에서는 땅에 있는 먹이를 쪼아 먹으니까 부리는 신경이 굉장히 발달돼 있는 부분이에요. 그런 부분을 그냥 자르는 거예요. 얼마나 아프겠어요. 손톱을 뽑는다고 보면 되는 거죠. 게다가 케이지 안에서 계속 서 있잖아요. 뜬장이라고 하죠. 구멍 숭숭 뚫린 거. 제가 퍼포먼스를 하려고 30분 서 있었는데도 뼈가 부서질 것처럼 너무 아팠어요. 닭들은 평생 그 뜬장 위에서 사니까 얼마나 아프겠어요. 사는 게, 사는 게 아닌 거죠. 닭이 되게 영리하거든요. 백 마리 정도의 닭들이 모여 있을 때 서로가 서로를 다른 개체로 인식한대요. 그 정도로 똑똑한 동물을 그렇게 살다가 죽게 하는 게… -168쪽

· 배터리 케이지는 1950년대 미국에서 처음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정된 공간에 많은 수의 닭을 사육하고, 닭의 움직임과 사료 섭취량을 줄임으로써 생산성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고안됐다. 드라마틱한 생산량 증가는 닭의 고통도 드라마틱하게 늘어났음을 의미한다. 배터리 케이지는 세계로 퍼져나갔고, 한국에는 1970년대에 도입됐다. 대규모 농장, 즉 축산기업이 닭과 달걀 산업을 거머쥐었다. (중략) 대한민국 인구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의 암탉들이 평생 날개 한번 펴보지 못하고, 땅 한번 밟아보지 못하고, 하늘 한번 보지 못하고 살아간다. 많은 닭들이 골다공증, 닭발 기형, 지방간 출혈 증후군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70쪽

· 강제환우(强制換羽), 즉 강제 털갈이는 최대한 알을 많이 뽑아내기 위해 고안된 방식 중 하나다. 양계 교과서에도 나와 있는 강제 털갈이 방법은 이렇다. 알 낳는 능력이 떨어지면 며칠 동안 물을 주지 않고 이후 며칠은 사료를 주지 않는다. 그 충격으로 암탉의 깃털이 빠지면, 다시 사료를 공급한다. 그러면 암탉은 다시 알을 낳고 이전보다 큰 알을 생산하게 된다. 그렇게 암탉의 생명을 쥐어짜서 생산된 달걀은 '왕란', '특란'으로 가판대에 오른다. -170~171쪽

· 인간광우병 증상은 치매와 유사하다. 미국에서 알츠하이머(치매)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이 중 상당수를 인간광우병(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콥병 variant Creutzfeldt-Jakob disease, vCJD) 환자로 추정하고 있다. 한국도 최근 치매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젊은 치매'가 늘고 있다. 9년 사이에 50대 치매 환자가 2.4배 늘었고 40대 치매 환자도 같은 기간에 1.5배 늘었다. 알코올, 환경오염 등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미국산 소고기 수입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것과 무관할까 -181쪽

· 지금 우리는 두 개의 'AI'가 지배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그리고 조류독감(조류 인플루엔자 Avian Influenza).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격돌이 있었다. 그리고 같은 해 2,000만 마리가 넘는 닭, 오리가 살처분됐다. 인공지능이 인간지능과 겨루고 우주를 탐험하는 시대에, 인류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디작은 바이러스 하나 이기지 못해 중세 시대 흑사병에 준하는 난리를 겪고 있다. -184쪽

· "공장식 축산이 수많은 질병을 만들어내고 불러들이는 문고리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인식해야 합니다. 값싼 제품을 소비하겠다는 우리의 욕망이 결국 새로운 인수공통전염병을 만들고 그로 인한 피해는 우리가 받게 되는 거죠. 이 세상에는 공짜가 없어요." / '착한 치킨'은 정말 착한 치킨일까/ / "싸게 얻는 만큼…" 내 말을 받아 우희종 교수님(서울대학교 수의대학 면역학)이 말했다. / "우리는 지불해야 합니다. 우리의 생명을 지불해야 되겠죠. 우리가 다른 생명을 싸게 활용했다면." -202쪽

· "제 정신적, 육체적 컨디션, 근무 여건 등은 고려하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살육 현장에 투입됐다는 것만으로도 충격이 큽니다. 더군다나 한두 마리의 동물이 아니고 집단 살육이잖아요. 양심의 가책도 상당히 받았고요." -205쪽

· "이번에 AI 때문에 오리를 처음으로 잡았습니다. 오리를 자루에 담거든요. 한 자루에 열 마리씩 잡았어요. 잡으면 오리가 따뜻해요. 사람처럼. 오리를 잡으면 심장이 뛰는 게 느껴져요. 긴장을 해서 무척 빨리, 두근두근 뛰거든요. 다 느껴져요. 그걸 그냥 집어넣는 거예요. 몇 만 마리를 그렇게 하는 거예요." -206쪽

· "톤백이 가득 찰 때까지 닭을 넣어요. 맨 밑에 있는 애들은 거의 압사하다시피 할 거예요. 톤백에 닭을 채워 넣고 거기에 가스를 살포하거든요. 독일군이 유대인에게 가스 살포해 죽인 것하고 무슨 차이가 있어요? 가스 살포하면 안락사가 아니에요. 가스를 살포하자마자 애들이 파닥파닥 발버둥을 치고 꼬꼬꼬 하고 최후의 생명을 불태워요. 그렇게 힘을 쓰다가 죽는 거예요." -206쪽

· "살처분할 때 보면 새끼 돼지도 많아요. 새끼여도 안 가리고 다 죽이는 거예요. 싹 다. 불쌍해도 소용없어. 그냥 다 죽여야 돼. 젖 먹다 온 새끼까지 한 마리도 남김없이 죽이는 거예요. (중략) 그곳에 가면 생명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됩니다. 명령에 의해서 하는 거지만 과연 내가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나, 이런 생각도 하고요.나한테 거부할 권리는 없는 건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돼요." -207쪽

· "돼지 몇 만 마리가 내는 울음쇠는 상상을 초월해요. 안 들어본 사람은 몰라요. 다음 날 일어나서 같은 일을 또 해야 하는데, 전날 돼지를 묻은 웅덩이에서 사체 썩는 냄새가 진동했어요.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가까이 가면 구역질이 났어요. 살처분 후 몇 개월은 편하게 잠을 못 잤어요." -208쪽

· "정신분석학자 칼 융의 최대 공적 중 하나에는 그림자 원형 이론 정립이 있습니다. 그림자 원형이란 자아가 부정하고 억압하는 내면의 음침한 어둠을 가리킵니다. 하지만 억압돼도 이 그림자는 언젠가 가지 목소리를 내고 알아채기 어려운 방식으로 끊임없이 현실에 자신을 투시합니다. 동물을 식용으로 삼아 학대하는 행위는 단연코 우리 문화 최대의 그림자입니다. 우리의 집단적 죄의식은 우리가 먹는 폭력을 감추는 데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도록 조장합니다." : 동물에 대한 폭력과 인간에 대한 폭력의 밀접한 연관성을 심도 있게 고찰한 《월드 피스 다이어트(World Peace Diet)》 -211쪽

· 가축에 투여된 항생제가 분뇨를 통해 빠져나가 퇴비가 되고, 토양에 뿌려지고, 거기서 재배된 작물을 인간이 먹는다. 그러니까 항생제→가축→토양→식물→인간의 사슬을 통해 항생제는 결국 어디로도 사라지지 않고 인간에게 돌아온다. -222쪽

· 가축의 트림, 방귀 등에서 나오는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23배 더 강력하게 온난화를 일으킨다. 가축 배설물에서 나오는 산화질소는 이산화탄소보다 300배 더 강력하게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미친다. 소에게 자연의 섭리대로 풀을 먹임녀 메탄 발생이 절반으로 떨어지지만 현대의 축산은 소들을 빨리 살찌우기 위해 옥수수, 콩 사료를 먹인다. 마치 사람이 매일 사탕만 먹고 사는 것처럼 자연스럽지 못한 음식이어서 소의 위장에 문제를 일으키고, 소들은 메탄을 훨씬 더 많이 내뿜게 된다. -226~227쪽

Part05 | 작고 푸른 행성을 위한 식단

· 우리가 어떻게 공기를 사고팔 수 있단 말인가? 대지의 따뜻함을 어떻게 사고판단 말인가? 부드러운 공기와 재잘거리는 시냇물을 우리가 어떻게 소유할 수 있으며, 또한 소유하지도 않은 것을 어떻게 사고팔 수 있단 말인가? 햇살 속에 반짝이는 소나무들, 모래사장, 검은 숲에 걸려 있는 안개, 눈길 닿는 모든 곳, 잉잉대는 꿀벌 한 마리까지도 우리의 기억과 가슴속에서는 모두가 신성한 것들이다. / 세상의 모든 것은 하나로 연결돼 있다. 대지에서 일어나는 일은 대지의 아이들에게도 일어난다. 사람이 삶의 거미줄을 짜 나아가는 것이 아니다. 사람 역시 한 올의 거미줄에 불과하다. 따라서 그가 거미줄에 가하는 모든 행동은 반드시 그 자신에게 되돌아오기 마련이다. 대지는 인간에게 속한 것이 아니며, 인간이 오히려 대지에게 속해 있다. 우리는 그것을 안다. / 세상의 마지막 나무가 베어지고, 마지막 강이 더렵혀지고, 마지막 물고기가 잡힌 뒤에야 그대들은 깨달을 것인가. 돈을 먹고 살 수 없다는 것을 - '시애틀 추장의 연설문' 중. 1800년대 백인들이 원주민 땅을 차지하려 할 때 시애틀 추장이 했던 연설을 토대로 이후에 여러 사람이 각색하며 연설문의 진위 논란이 있지만, 그와는 상관없이 북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아래와 같은 세계관으로 세상을 보았다. -242~243쪽

· 션은 나무 유전자의 상당 부분이 연어의 유전자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바다에서 강을 거슬러 계곡을 타고 숲으로 돌아온 연어를 곰이 잡아먹고, 그 곰의 배설물로 나무와 풀이 자란다. 곰이 죽으면 흙으로 돌아간다. 연어들은 숲이 만들어내는 차가운 계곡 물에서 알을 낳는다. 그리고 생을 다한다. 다시 생명이 태어난다. 순환이 계속된다. 연어, 나무, 곰, 숲, 강, 바다는 '하나'인 것이다. / 이 순환의 고리에서 인간은 작은 일부여야지 결코 그 원을 파괴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마을 주민들의 일상 곳곳에 배어 있었다. (중략)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돼 있음(Oneness)'을 믿는 북아메리카 원주민의 세계관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그림이었다. 마을 입구에 나무로 만든 작은 게시판이 있고 거기에는 '이삭(Yissak)'이라는 글씨가 쓰여 있었다. 존경, 존중(respect)을 뜻하는 원주민 말이라고 했다. -244~245쪽

· 촬영이 거의 끝나갈 무렵, 원 선생님께 선물 받은 고기를 어떻게 할지 결정하기까지 한참이 걸렸고, 그 고기를 어떻게 했는지 영화에 보여줄지 말지, 보여준다면 어떤 방식으로 할지를 놓고 또 한참이 걸렸다. 첫 상영인 2014년 전주국제영화제 상영 때는 그 고기를 어떻게 했는지 보여주는 장면을 넣었다. 그러나 6개월이 넘는 고민 끝에 그 장면을 뺐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나만의 딜레마가 아니라 관객 모두의 딜레마가 시작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나는 이 영화가 '잡식가족의 딜레마'를 보여주지만 영화가 끝아는 순간부터는 '잡식사회의 딜레마'가 시작되기를 바랐다. 영화가 답이 아니라 하나의 질문이기를 바랐다. "사랑할까, 먹을까?" -247쪽

· 부엌에서 시작된 여정은 먼 길을 떠났다가 다시 부엌으로 돌아와 끝났다. '도마 위의 붉은 고기' 장면이 영화의 처음과 끝에 한 번씩 나온다. 시작 부분은 아이를 위해 고기를 썰고 볶는 나의 손, 그리고 마지막 부분은 원가자농에서 선물 받은 고기를 도마 위에 올려 놓은 장면. 전자와 후자는 똑같이 도마 위의 고기이고, 고기의 질은 비슷하지만(영화에서 구입처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전자는 생협에서 산 유기농 고기였고 후자는 원가자농의 유기농 고기였다) 고기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은 전혀 다르다. 도입부에서는 도마 위의 붉은 덩어리를 '식재료', '아이를 위한 반찬', '동물성 단백질'로 바라보지만, 마지막 장면에서는 한때 나처럼 따뜻한 숨을 쉬던 한 생명의 삶과 죽음을 본다. 이 시선의 차이를 만든 것은 십순이, 돈수, 그리고 돼지를 찾아 떠난 몇 년간의 여정이었다. -248~249쪽

· 돈수와 형제들이 마취 없이 거세되며 피 흘리는 것을 보았고, 어미 돼지들이 새끼들을 볏짚 속에 숨기며 목숨 걸고 저항하는 것을 보았다. 평생 울타리 밖으로 나가지 못한 채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는 십순이와 어미 돼지들의 삶을 보았고, 결국 돈수가 공장식 도축장에 실려 가는 것을 보았다. 농장은 지상 낙원이 아니다. / 개선되어야 할 점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공장식 축산 시스템에 저항하며 돼지를 돼지답게 키우는 작은 농장들을 지지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고기를 먹는다면 공장에서 찍어져 나온 동물을 자주 먹기보다는, 농장에서 생명답게 살았던 동물을 귀한 선물처럼 먹기를 바란다. 하나의 삶을 먹고 있음을 인식하며 먹기를 바란다. -251쪽

· 의지와 상관없이 내 세금의 일부가 꼬박꼬박 공장식 축산에 바쳐지고 있다. 한국에서 소규모 농장이 사라지고 공장식 축산으로 바뀐 것은 정부가 정책적으로 주도한 일이다. 농장을 공장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그렇게 만든 공장식 사육 시스템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어마어머한 정부 예산이 쓰였고 지금도 쓰이고 있다. -253쪽

· '동물복지' 농장은 중요한 대안임이 분명하다. 동물을 먹겠다면 잘 키워서, 잘 먹어야 한다. 하지만 나는 이른바 동물복지 농장에도 빛과 그림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동물을 사육한다는 것은 그(그녀)의 삶을 인간이 통제하고 죽여서 먹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인간은 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조건으로 그들의 살, 젖, 알, 삶을 빼앗는다. 아무리 잘해준다고 하더라도 그들을 먹기 위해 기르고 종국에 생명을 빼앗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나의 가족은 물론 우리 사회 구성원들 대다수가 여전히 육식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동물복지' 농장은 여러 가지 한계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필요한 대안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육식을 하되 공장식 축산의 육류는 피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다른 선택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256쪽

· 자폐증을 극복하고 오히려 자폐인의 민감한 감각을 활용하여 동물학자가 된 템플 그랜딘의 '동물복지 도축장' 설계

· '동물복지' 농장의 세 가지 선택지 -260~267쪽

⑴ 정부 인증 동물복지 축산물 구입

① '동물복지' 마크나 '유기 축산물 인증' 마크가 찍힌 축산물 구입

②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운영하는 '동물보호관리시스템' 홈페이지 방문하여 자세한 정보 확인

⑵ 생협(생활협동조합)의 축산물 구입

① 생협은 안전한 생필품 생산과 윤리적 소비를 기본 가치고 삼는다.

② 생협 축산물은 기본적으로 '무항생제' 육류를 지향 : 단, 무항생제 사육이 곧 동물복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⑶ 소규모 농장의 축산물 구입

① 소규모 돼지 사육을 애써 복원한 농장주 중에는 돼지를 생명으로 존중하며 키우는 경우가 많다.

② 정부 인증을 받지 않았지만, 거대한 정부 인증 시스템보다 농장주의 '소신'을 믿고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 공장식 축산의 육류 가격에는 '진짜 비용'이 숨겨져 있다. 구제역, 조류독감 등 전염병이 돌 때마다 정부가 지불하는 살처분 비용, 방역 비용, 죽은 가축에 대한 보상비, 침출수로 인한 수돗물 개선 비용 등등에 지금까지 4조 원이 넘는 국가 예산이 쓰였다. -268쪽

· 공장식 축산은 비생산적인 시스템인데 마치 생산적인 시스템인 것처럼 보입니다. 실제 비용을 숨기고,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것을 숨김으로써 그렇게 보이는 것이죠. 공장식 축산은 엄청난 보조금이 있기에 가능해요. 불행히도 미국과 유럽에서는 대규모 축산업이 보조금의 지급 방향을 조작해서, 유기농 축산농가에 가야 할 보조금이 대형 공장식 축산으로 가고 있어요. 덤핑 행위와 불공정한 보조금 지원 때문에 돈이 많이 드는 시스템이 싸 보이는 것이죠. - 세계적인 환경운동가이며 인도의 농장교육 공동체 '나브다냐(NAVDANYA)를 이끌고 있는 반다나 시바의 다큐멘터리 영화 〈러브미텐더(LoveMEATender)〉 -269쪽

· 케이지 프리(CAGE-FREE) : 케이지 프리가 곧 방목은 아니고 여전히 축사 내 사육이지만, 적어도 닭들이 날개를 펴고 평지에서 걸을 수있게 됨을 의미한다. -271~272쪽

· 동물보호단체 '휴메인소사이어티(HSUS)'의 3R 제안 -273쪽

⑴ 고기를 덜 먹자(Reduce).

⑵ 고기를 먹더라도 자연친화적으로 생산된 고기를 먹자(Refine).

⑶ 가능하면 채식으로 식습관을 바꾸자(Replace).

· '착한 육식'은 가능한가? 그것은 '착한 사육', '착한 도살'이 가능한가와 같은 질문이다. 각자가 내리는 답은 다 다를 수 있다. 누군가는 현실적인 대안의 측면에서, 누군가는 인간이 다른 동물과 어떤 관계를 맺고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철학적 관점에서, 또 누군가는 돼지와 소의 눈동자를 보며 직관적으로 답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질문하고 생각하고 답을 찾아가기를 멈추지 않는 것이다. -275쪽

· '고기=식재료', '고기=음식'으로 인식하다가 '고기=교감 가능한 생명의 사체'라는 것을 인식하는 순간, 우리는 당혹감을 느낀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고기가 한때 우리와 교감이 가능한 사랑스런 동물이었다는 것을 인식하는 데서 오는 불편함은 당혹스러움, 충격, 상처를 동반하는 불편함이다. 나는 이 불편함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불편하다는 것은,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겨왔던 관행이나 제도가 처음으로 낯설게 보일 때, 그래서 그것이 옳은지 의문이 들 때 수반되는 감정이니까. -279쪽

· 제9회 서울환경영화제에서 상영된 호주 단편영화 〈내 입속의 도살장(Murder Mouth)〉은 'DIY 도살'을 통해 동물을 먹는다는 것의 윤리적 책임을 묻는다. '동물을 먹을 거라면 남에게 살생을 맡기지 말고 자신의 손에 직접 치를 묻혀야 하지 않을까? 직접 해보고, 그게 싫거나 어렵다면 나는 동물을 먹지 않겠다.' 이런 생각으로 출발한 주인공의 체험은 시작부터 어려움을 겪는다. (중략) 이후 닭, 양 등으로 이어지는 그녀의 도살 체험은 관객도 함께 그 살생에 참여하는 것처럼 리얼하다. 이 과정에서 주인공과 관객은 동시에 윤리적 고민에 빠진다. '내가 그동안 먹은 동물들이 저렇게 죽어갔구나. 나는 누군가에게 저들의 목숨을 끊는 어려운 일을 시키고 있었던 거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중략) 고기를 먹기 위해선 누군가는 동물을 죽여야 한다는 전제를 우리는 너무 쉽게 잊는다. -280~281쪽

· 남의 살을 먹는 것은 원래 불편한 것이다. 선사시대의 선조들은 목숨을 걸로 사냥을 해서 고기를 얻었고, 농경시대의 선조들은 수년 동안 가족처럼 살아온 가축을 먹는 심리적 불편함을 겪었다. 그 미안함을 덜기 위해 조상들은 제의라는 형식을 빌려 고기를 먹기도 했다. 동물을 먹는다는 건, 원래 불편한 일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너무 편하게 동물을 먹어왔다. -285쪽

· 식물 기반 자연식(Whole-food, Plant-based diet)이 각광받고 있다. 여기서 자연식이란 가공과 정제를 하지 않거나 최소한으로 한 음식을 먹는 것이다.

· 콜린 캠벨 박사의 영양학 센터(Center for Nutrition Studies) : "비건 식은 무엇을 빼는가, 무엇을 먹지 않는가로 정의된다. 식물 기반 자연식은 무엇을 강조하느냐로 정의된다. 식물 기반 자연식은 정제하지 않은 통곡물, 과일, 채소를 강조하고 콩류, 견과류, 씨앗, 천연 감미료, 두부나 밀고기(seitan) 같은 식품을 포함한다. 백미, 흰 밀가루처럼 정제가 많이 된 곡류, 정제 설탕과 액상과당 같은 인공 감미료는 포함하지 않는다. 이런 식사를 할 때 인간은 가장 질병 없이, 건강하게, 활력 넘치게, 오래 살 수 있다." -296쪽

· 우리는 고기 먹는 일과 채식주의를 각기 다른 관점에서 본다. 채식주의에 대해서는, 동물과 세상과 우리 자신에 대한 일련의 가정들을 기초로 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육식에 대해서는 당연한 것, '자연스러운' 행위, 언제나 그래 왔고 앞으로도 항상 그럴 것으로 본다. 그래서 아무런 자의식 없이, 왜 그러는지 이유도 생각하지 않으면서 고기를 먹는다. 그 행위의 근저에 있는 신념 체계가 우리에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이 신념 체계를 나는 '육식주의(carnism)'라고 부른다. - 사회심리학자 멜라니 조이의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Why We Love Dogs, Eat Pigs and Wear Cows - An Introduction to Carnism)》는 육식이 남성 우월주의나 가부장제, 노예제처럼 오랜 세월 강요되고 주입되어온 하나의 이데올로기라는 것을 심리학적 기제를 들어 증명한다. -306쪽

· 한 사회에 확고히 자리 잡은 지배적 이데올로기는 '정상이고(normal), 자연스럽고(natural), 꼭 필요한 것(necessary)'이라는 3N의 과정을 통해 자신의 이데올로기를 '정당화'하며, 그 이데올로기에 저항하는 다른 신념 체계는 '비정상적이고, 부자연스럽고,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해버린다. 그렇기에 지배적 이데올로기는 자주 폭력성을 동반한다. -307쪽

· 고기를 먹는 사람은 '육식주의자'라고 부르지 않고, '일반인'이라 칭하고, 고기를 안 먹는 사람은 '채식주의자'라고 분류한다. -309쪽

· 행동주의 철학자 제레미 리프킨은 이를 '차가운 악(cold evil)'이라고 했다. '차가운 악'은 눈앞에서 버젓이 일어나는 잔인함을 무감각해지도록 만든다. 그 무감각을 강화시키는 것은 '몰개성화'이다. 몰개성화(deindivisualization)란 개체의 개성을 인정하지 않고 집단 차원에서만 보는 것을 말한다. 돼지는 돼지일 따름, 이놈이나 저놈이나 마찬가지 식이다. '고기'라는 용어는 소, 돼지, 닭, 오리들의 개별적인 삶을 지워버리고 추상화시키는, 매우 강력한 이데올로기가 작동하는 언어다. '움직이는 물건', 즉 '동물'이라는 표현도 소, 돼지, 닭, 오리, 호랑이, 침팬지 등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이들을 하나이 집단으로 몰개성화한다. 그러므로 몰개성화에 대한 저항은 그들 하나하나의 사연과 이야기에 관심을 갖는 일로부터 시작된다. 그들의 이름을 부르는 일에서 시작된다. -311쪽

· 영화를 만들면서 축산업계에서 그들을 "산업동물" 혹은 "경제동물"이라 부르고 개별 동물들은 번호로 부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운명처럼 십순이를 만났고, 십순이의 여덟 마리 새끼 중 막내에게 돈수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십순이와 돈수를 통해 '농장동물', '가축', '고기'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넘어서 돼지들의 구체적인 삶과 희노애락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들이 한낱 축산물이 아니라 우리와 '다르지 않은' 생명임을 알려주었다. -312~313쪽

· 고기와 생명 사이에 끊어졌던 연결이 회복되면서, 나는 수십년간 나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맏았던 매트릭스로부터 빠져나왔다. 매트릭스가 보이지 않았을 때 나는 그 안에 갇혀 있었지만, 이제 매트릭스는 뚜렷이 보이게 됐고 이제부터 시스템이 강요하는 삶이 아닌 내가 바라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삶의 스위치를 바꿨다. 단절에서 연결로, 차별에서 공감으로. -313쪽

· 나는 '대체로 비건이지만 상황에 따라 조금 물러서기도 하는 채식'을 하고 있다. -315쪽

· 채식은 육식 혐오자 혹은 채소 신봉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음식으로 몸과 마음, 삶에 생기를 불어넣는 라이프스타일이다. -318쪽

· 무엇을 먹느냐는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이다. 무엇을 먹느냐는 사적인 일 같지만 공적이고 사회적이며 정치적인 일이다. 내가 어떤 세상, 어떤 가치를 지지하는지를 놓고 참여하는 '투표'다. 이 투표가 중요한 이유는 하루 세 번, 인류 전체가 참여하는 투표이기 때문이다. 매일 전 지구적으로 이루어지는 이 거대한 투표에 따라, 지구라는 배에 동승한 모든 승객들의 삶의 질과 생존 여부가 달라진다. 모든 지구인이 유권자인 이 투표에서 채식을 지지하는 것은 비폭력, 평화, 생명의 편에 서는 일이다. -319~320쪽

Part06 | 동물들의 미투 선언 : 차별에서 공감으로

·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채식은 되도록 가공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식물을 먹는 것이다. Non-GMO 국내산,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제철에 가까운 지역에서 생산된 로컬푸드면 좋겠고, 여건이 된다면 텃밭에서 직접 기른 작물이면 더욱 좋겠다. 그러니까 수입과 자본 의존에서 벗어나 '자급자녹의 힘'으로 기른 식물ㅇ르 먹이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가장 지속 가능한, 가장 미래 지향적인, 그리고 가장 저렴하고 건강한 채식이다. -338쪽

· 오래된 습관인 육식을 끊는 것도 사람에 따라 방법과 속도가 다를 것이다, 채식인들이 콩고기를 먹는 게 모순이 아니라, 육식인들이 채식인에게 유독 '완벽'을 요구하는 것이 더 모순이 아닐까. 채식인은 완벽주의자가 아니고, 금욕주의자도 아니며, 수도승도 아니다. 다만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을 실행으로 옮기는 사람들이다. -339쪽

· 《동물 홀로코스트(Eternal Treblinka)》는 '동물과 약자를 다루는 나치식 방식에 대하여'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저자 찰스 패터슨은 역사와 홀로코스트에 대한 방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동물에 대한 착취와 인간에 대한 착취가 서로 긴밀히 연관되어 있음을 밝힌다. 그가 역사에서 발견한 패턴은 이렇다. 먼저 인간이 동물을 노예화하고 착취한다. 인간은 동물에게 했던 행동을 다른 사람들에게 한다. 강자 인간이 약자 인간을 대하는 폭력은 다시 동물에게 반복된다. 폭력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계속된다. 저자는 폭력의 뿌리를 찾아 1만 1천 년이라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수십만 년 동안 야생과 수평적 관계에 놓여 있던 인간이 동물을 가축화하고 노예화한 이 시점부터 자연을 '통제와 이용'의 대상으로 바라보기 시작한다. 동물을 '사육'하고 '소유'하는 목축 문화는 더 많은 가축과 방목지를 소유하기 위한 전쟁을 일으켰다. (윌 터틀의 《월드 피스 다이어트》에 따르면 '자본(capital)'이란 단어는 소와 양의 '머리'를 뜻하는 라틴어 '카피타(capita)'에서 유래했고, 최초의 자본주의자는 땅과 가축을 빼앗기 위해 싸운 목축인이었다. 목축문화와 자본주의가 결합하여 공장식 축산이 되었다.) -349쪽

· 채식인이 비채식인 배우자와 함께 하는 법 - 리사 로리머 -353~354쪽

⑴ 가르치거나 논쟁하려 하지 말고 (활력 넘치는 모습과 삶으로) 보여줄 것.

⑵ 하루아침에 식탁을 다 바꾸려 하지 말고, 가족이 이미 하고 있는 식물 기반 자연식에 몇 가지를 추가해볼 것.

⑶ 내가 변화한 여정을 잊지 말 것. 나 역시 얼마 전까지 육식을 했음을 잊지 말 것.

⑷ 사랑이 가장 큰 힘임을 잊지 말 것. 가족과 더 많이 함께 놀고, 웃고, 대화할 것.

⑸ 상대방이 식사 중일 때 연설은 금물. (육류를 먹고 있는 중에 육식의 문제를 이야기히면 사람들의 심리는 매우 방어적이 된다.) 예를 들어 식사 중에 삼촌이 "단백질 섭취는 어떻게 하느냐"고 묻는다면 식사가 끝난 후에 알려주겠다고 할 것.

⑹ 큰 변화는 작은 변화들의 총합임을 잊지 말 것.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⑺ 혼자는 외로우니 동료들과 만나고 정보를 나눌 것.

⑻ 맛있는 요리를 해서 식구들을 놀라게 할 것.

· 채식인 어린이의 인권을 물론, 모든 어린이의 건강권을 위해, 그리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도 현재의 육류 편향 급식은 채식 친화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359쪽

· 비인간 동물들은 마이너리티 중의 마이너리티임에 분명하다. 왜냐하면 그들은 인간의 목소리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인도 출신 세계적인 작가 아룬다티 로이는 "작가가 이야기의 주제를 정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이야기가 작가를 찾는다"고 말했다. 나는 그들로부터 부름을 받아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쓰이고 있는 것 같다. 나는 그 '부름과 쓰임'에 기꺼이 응한다. 내가 감히 그들을 대변하거나 심지어 구원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 아니다. 구원받는 것은 오히려 나다. -363쪽

출처 : 알라딘


■ 이 책에 소개된 자료

bibliophile
bibliophile 문학·책

여기는 내 생의 어디쯤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