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쥐의 뇌 반응 실시간으로 읽는다

2019.02.11 17:39
초소형·초경량화한 미세초음파소자(CMUT)로 움직이는 쥐의 뇌에 자극을 주고 있는 모습. - KAIST 제공
초소형·초경량화한 미세초음파소자(CMUT)로 움직이는 쥐의 뇌에 자극을 주고 있는 모습. - KAIST 제공

한국과 덴마크 공동 연구진이 1g 미만의 작고 가벼운 소자로 자유롭게 움직이는 쥐의 뇌에 초음파 자극을 주고 뇌 반응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얻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동물은 물론이고 향후 인간의 행동과 뇌의 연관성을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현주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와 티어샤 덴마크공대(DTU) 교수 연구팀은 초소형·초경량화한 미세초음파소자(CMUT)로 쥐의 뇌에 자극을 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이용해 움직이는 쥐의 뇌 반응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얻는 데도 성공했다고 11일 밝혔다. 이 교수는 “기존의 초음파 변환기는 쥐 몸무게의 6배에 달해 움직이는 쥐에는 적용할 수 없었는데 이런 한계를 극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뇌를 자극하는 기존 방법에는 뇌의 특정 영역을 미세 자극할 수 있는 심부뇌자극술(DBS)과 광(光)유전학 기반의 광 자극이 있었지만 침습 방식이어서 임상 적용에는 한계가 있었다. 경두개전기자극술(TES)과 경두개자기자극술(TMS) 등은 비침습적이지만 자극 부위가 넓고 심부 자극이 불가능해 적용 범위가 제한됐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진은 초소형 미소전자기계시스템(MEMS) 기술을 활용해 정전용량 CMUT를 작고 가볍게 만들었다. 쥐의 신체 구조에 맞는 중심 주파수와 크기, 초점 거리, 초음파 세기를 갖는 1g 미만의 소자와 행동실험에 적합한 실험 장치를 제작한 것이다. 이 소자는 쥐 뇌의 3~4㎜ 깊이까지 초음파가 전달되고 쥐 뇌 전체 크기의 25% 영역을 자극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 시스템을 이용해 쥐 뇌의 운동피질을 자극하고 쥐의 앞발이 움직일 때의 승모근 근전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했다. 연구진은 초음파 강도를 높일수록 운동 피질을 자극할 때 나오는 쥐의 앞발이 움직이는 현상이 더 자주 발생함을 확인했다. 그만큼 반응 성공률은 더 높아졌다.

 

이번 연구 결과는 초음파가 수면에 미치는 영향 등 동물과 사람의 다양한 행동을 연구하는 데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진은 향후 자극 범위를 국소화해 소형 동물 뇌의 단일 영역도 특이적으로 자극할 수 있는 차세대 ‘뉴로 툴’ 기술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이 교수는 “머리를 고정하고 마취를 매번 시켰던 동물실험 방식을 벗어나 움직이는 쥐의 초음파 뇌 자극이 처음으로 가능해졌다”며 “향후 수면장애, 파킨슨병, 치매, 우울증 등 여러 뇌 질환의 새로운 치료법 연구와 특이적 뇌 회로 규명에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지난해 11월 17일자 국제학술지 ‘브레인 스티뮬레이션’ 온라인판에 게재됐고, 3월호 12권 2호에 정식 게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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