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뱀 찾아 주시면 사례금 100만 원 드립니다”

2015.07.08 07:00
[인터뷰] 토종 바다뱀 찾기 프로젝트 시작한 박대식 강원대 교수

“바다뱀을 찾습니다. 바다뱀을 전달해 주시는 분에게는 마리당 최대 100만 원의 사례금을 드립니다.”
 

박대식 교수 제공
박대식 교수 제공

제주 서귀포항과 제주항 등 어민들이 많이 다닐 만한 장소마다 포스터가 붙었다. 바다뱀은 육지 뱀처럼 생겼지만 이름 그대로 바다에 사는 뱀이다. 생물학적으로는 파충류에 속한다. ‘현상금’까지 걸고 애타게 바다뱀을 찾는 사람은 박대식 강원대 과학교육학부 교수(사진).
 

6일 오전 강원대에서 만난 박 교수는 “주로 열대나 아열대 지방에 사는 바다뱀이 기후변화로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서 최근 러시아 근해에서도 나타났다는 보고가 있다”면서 “한반도 해역으로 유입되는 바다뱀도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에서 만난 바다뱀의 모습.  - 박대식 교수 제공
박대식 교수가 일본에서 발견한 바다뱀. - 박대식 교수 제공

바다뱀은 코브라과에 속하는 맹독성 생물이다. 바다뱀에 물릴 경우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국내 바다뱀 연구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토종 바다뱀이 몇 종이나 서식하는지 학술적인 조사도 거의 없었다. 박 교수는 “항구에서 만난 어민 중 34% 정도는 바다뱀을 직접 봤다고 하더라”면서 “국내 해역에 바다뱀이 서식하는 건 확실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박 교수는 제주 문섬 근처에 통발을 설치했다. 이 지역에서 바다뱀이 발견됐다는 제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박 교수팀의 연구원은 직접 다이빙해 바다에서 며칠씩 바다뱀을 찾기도 했다. 하지만 바다뱀은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박 교수는 “국내에서는 바다뱀이 어느 정도 수심이나 수온에 서식하는지에 대한 정보도 정확히 없다”면서 “드넓은 바다에서 바다뱀을 찾기란 해수욕장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보다 더 힘든 작업이었다”고 회상했다.
 

바다뱀을 찾는 현수막이 여수의 한 어촌 마을에 결렸다. - 박대식 교수 제공
바다뱀을 찾는 현수막이 여수의 한 어촌 마을에 결렸다. - 박대식 교수 제공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이 어민들에게 도움을 받는 것이었다. 바다뱀을 찾는 포스터를 붙이고 전단도 만들어 뿌렸다. 마을에 현수막도 걸었다. 제법 결실을 거뒀다. 지금까지 바다뱀을 봤다고 연락 온 것만 6건이다. 제주 비양도에서는 어선 옆으로 다가온 바다뱀이 동영상에 담겼다. 부산 기장군에서는 바다뱀이 통발에 걸렸다가 탈출한 사례도 나타났다.
 

박 교수는 “아직 바다뱀을 직접 잡았다는 제보는 못 받았다”면서도 “국내 바다뱀이 3종 이상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는 바다뱀을 포획하면 유전자를 분석해 국내 자생종인지 열대지방에서 유입된 종인이 확인할 계획이다. 또 바다뱀을 기르며 먹이 등 생태도 연구할 생각이다.
 

박 교수는 “바다뱀은 세계적으로도 57종만 확인된 특이 종”이라면서 “바다뱀은 생물다양성 측면에서도 중요하지만 맹독성 생물인 만큼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서도 기초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7일 바다뱀을 찾기 위해 또 제주도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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