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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異야기]①직원 위한 '행복경영', "회사 성장 근간됐죠"

김정유 기자I 2018.07.31 02:00:00

조영탁 휴넷 대표 인터뷰
1999년 창업한 평생교육전문기업, '행복경영' 도입 눈길
직원 행복해야 주주, 고객 이익 돌아가…'나쁜 이윤' 피해야
온라인 MBA, 퇴직자 연계 매칭 플랫폼 등 새로운 시도도

조영탁 휴넷 대표가 서울 구로구 본사 사무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 대표는 “직원들을 우선 행복하게 해주면 고객, 주주들까지 이익이 돌아간다”며 “행복 경영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교육사업을 전개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신태현 기자)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자리이타’(自利利他·자신의 이로움이 곧 남의 이로움)의 정신으로 ‘행복경영’을 펼쳐온 것이 회사의 성장비결입니다. 직원들을 행복하게 해주면 결과적으로 고객과 주주들에게도 이득이 돌아갈 수 있습니다. 이런 철학을 바탕으로 차별화한 교육사업을 확대해 먼 미래엔 매출액 1조원 기업을 만드는 게 꿈입니다.”

30일 서울시 구로구 휴넷 본사에서 만난 이 회사의 조영탁 대표는 “창업 후 2000년대 초반부터 행복 경영 모델을 만들고 확산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윤 극대화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 브랜드, 가치, 사람에 대한 투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휴넷은 1999년 조 대표가 창업한 교육업체다. 성인들을 대상으로 필요한 실용적 경영지식을 온라인과 모바일로 제공한다. 기업에 필요한 ‘기업교육’을 비롯해 국내 최초의 온라인 MBA인 ‘휴넷 MBA’, 최고경영자(CEO)와 리더들을 위한 지식영상서비스 ‘휴넷 CEO’, 교육부 인가 학점은행 ‘휴넷사이버평생교육원’, ‘휴넷사회복지평생교육원’ 등 다양한 교육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331억원, 21억원이었다.

조 대표는 창업하기 전 대기업에서 10년 이상 근무했던 엘리트 직장인이었다. 1988년 금호그룹에 입사해 다양한 직무를 거쳐 CEO를 최측근에서 보좌하는 회장부속실에도 근무했다. 조 대표는 “당시 금호그룹은 ‘패스트트래커’(fast-tracker) 제도를 운영하며 30대에도 임원이 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했다”며 “나도 직접 회장에게 아이디어와 의견을 제시하는 등 적극적으로 업무를 추진했던만큼 당시 회사 생활이 너무 행복했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1998년 외환위기(IMF)가 터지자 회사는 대기업의 한계를 벗지 못하고 다시 보수적인 문화로 되돌아갔다. 자유롭게 회사를 바꿔왔다고 생각했던 조 대표는 가슴이 답답해졌다. 대기업에서 안정적인 성공도 중요했지만 ‘이상적인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간절했다. 조 대표는 “외부에서 내 힘으로 이상적인 회사의 모습을 찾고 싶다는 생각에 창업계획을 조금씩 준비하기 시작했다”며 “사회에 도움이 되고 직장인들이 다니고 싶어하는 회사를 만들어 국내 기업계에 모범적인 사례를 전파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조영탁 휴넷 대표가 서울 구로구 휴넷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아이템은 분명했다. 경영학 전공인 조 대표는 10년간 대기업 실무 현장에서 배워온 다양한 경영지식들을 전달하고 싶었다. 조 대표는 “경영지식을 학교가 아닌, 실무현장에서 가르쳐주는 것에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마침 인터넷이 발달하는 시점이어서 경영지식에 온라인을 결합한 방식을 구상, 온라인 교육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창업을 결심하고 주변에 내 계획을 이야기하자 전 직장의 선후배 50여명이 당시 1인당 1000만원씩을 모아 나에게 줬다”며 “오로지 신뢰만으로 5억원의 자금이 만들어졌고 이것이 휴넷의 시드머니가 됐다”고 설명했다.

당시엔 온라인 교육시장이 개화하고 있을 시점이어서 조 대표 역시 처음에는 큰 어려움 없이 사업을 키워갈 수 있었다. 전문적인 경영지식과 온라인의 편리함이 적절하게 조화하면서 시장 호응도 꾸준히 이어졌다. 동영상 교육부터 온라인 MBA 등 처음 시도했던 교육 아이템들도 많았다. 조 대표는 “2000만원 이상을 들여 회사를 그만두고 MBA 학위를 따야했던 기존 시스템과 달리, 온라인 MBA는 직장을 다니면서도 150만원이라는 저렴한 비용에 공부할 수 있어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며 “지금까지 누적 4만명이 수강해 약 6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동시에 석학과 CEO들의 명언을 모아 정리한 경영에세이 ‘조영탁의 행복한 경영이야기’를 집필, 회사 인지도를 높였다. 직접 영업·마케팅을 뛰면서 집필 활동을 통한 홍보도 병행했다. 그는 “집필한 책을 PDF파일로 무료 배포, 약 10만명이 볼 수 있도록 한 것이 이후 회원가입으로도 이어지면서 시너지효과를 냈다”며 “일부 대기업들이 회원으로 가입하면서 회사 인지도가 예상보다 빠르게 올라갔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아련한 에피소드도 있다. 2000년 당시 부산시 의원이었던 고(故) 노무현 전(前) 대통령이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조 대표의 이야기를 듣고 직접 연락을 취했던 것. 조 대표는 “별볼일없는 젊은 벤처기업가에게 직접 연락을 해 미래 인터넷 시대에 대한 관심을 보이더라”며 “고 노 전 대통령은 미래를 볼 줄 알고 젊은 사람들에게도 직접 뛰어들 수 있는 분이었던 것으로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고 회상했다.

꾸준히 온라인 교육사업을 이어왔던 조 대표는 창업 10년 이후 해외시장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2012년 처음으로 중국시장에 진출해 현대차그룹, LG생활건강, 글로벌 화장품업체 아벤느 등의 현지 직원 교육을 진행했다. 최근엔 퇴직전문가들과 중소기업 채용을 연계하는 신사업 ‘탤런트 뱅크’도 론칭하는 등 사업 영역도 확장 중이다.

조 대표는 자신이 2003년 구축한 행복경영이 회사를 성공으로 이끈 근간이 됐다고 밝혔다. 행복경영은 조 대표가 석학 및 글로벌 기업 CEO들의 서적을 기반으로 구축한 경영방식이다. 직원이 행복해야 회사가 발전한다는 조 대표의 생각은 회사 곳곳 복지시스템에서 나타난다. 실제 휴넷은 직원들에게 △5년에 한 번씩 유급휴가 제공 △연간 2000만원 도서구입비 제공 △무제한 자율휴가 △매년 해외 워크숍 개최 △매주 금요일 ‘프라이 러닝’ 데이 △탄력근무제 도입 △정년 100세 보장 등의 복지를 제공한다. 이 같은 직원들의 복지 강화는 회사의 결속력을 단단하게 만들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때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휴넷은 고용노동부 등으로부터 ‘일자리 으뜸기업’, ‘워라밸우수기업’, ‘가족친화우수기업’, ‘일가양득우수기업’, ‘인적자원개발 우수기관’ 등에 선정됐다.

조 대표는 “기업의 목적인 이윤극대화 측면에서도 고객과 직원들을 속이는 ‘나쁜’ 이윤을 피하고 기술, 브랜드, 가치, 사람에 투자하는 경영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이 같은 행복 경영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향후 매출액 1조원 기업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조영탁 휴넷 대표가 서울 구로구 본사 사무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조영탁 대표는

△1965년생 △서울대 경영학 학사 △서울대 경영대학원 석사 △금호그룹 입사 △금호쉘화학, 금호그룹 회장부속실 근무 △휴넷 창업 △한국이러닝기업연합회 회장 △다산연구소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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