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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인 머스캣을 아시나요'…껍질째 먹는 씨 없는 포도 신품종 인기

김형욱 기자I 2018.09.17 06:00:01

[이데일리-농림축산식품부 공동기획]
간편히 먹을 수 있는 장점에 소비자 사이에서 '입소문'
흑보석·홍주씨들리스·청수 등 국산 신품종도 확대중

씨 없고 껍질째 먹을 수 있는 포도 신품종 샤인머스캣(왼쪽)과 흑보석. 농정원 제공


[세종=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A씨(30대·여)는 최근 인터넷에서 청포도 ‘샤인 머스캣’을 주문했다. 배송비 포함 2㎏ 한 상자에 1만9000원. 일반 포도보다 가격은 좀 비쌌지만 씨 없고 껍질째 먹을 수 있다는 장점에 푹 빠져 단골이 됐다. B씨(40대·여)도 아이들을 먹이기 위해 샤인 머스캣을 산다. 일일이 껍질 벗기고 씨 빼내다가 식초물에 씻어서 바로 주면 되는 간편함에 반했다.

샤인 머스캣은 씨가 거의 없고 껍질째 먹을 수 있는 포도 품종이다. 일본 품종이지만 최근 들어 국내 생산도 빠르게 늘고 있다. 간편한 데다 당도도 18브릭스를 넘을 만큼 달아서 소비자 사이에서 큰 인기다.

◇샤인 머스캣 등 씨 없고 껍질째 먹는 포도 신품종 ‘인기’

샤인 머스캣처럼 껍질째 먹는 씨 없는 포도 신품종이 인기다. 시중에선 ‘국내산 씨 없는 청포도’ 등의 이름으로 유통된다. 사단법인 한국포도회는 “포도를 껍질째 먹는 것이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젊은 층을 중심으로 껍질째 먹는 것을 찾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샤인머스캣. 농정원 제공


1~2인 가구 비중의 증가라는 변화와 무관치 않다. 이전까지는 국내산 포도라면 대부분 ‘캠벨얼리’나 청포도 ‘거봉’이었다. 그러나 1~2인 가구로선 껍질을 까고 씨를 발라내야 하는 기존 포도는 다소 부담이다. 음식물쓰레기도 상대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여름 대표 과일로서의 포도의 위상도 흔들렸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집계한 1인당 포도 소비량은 2000년 10.3㎏에서 2016년 5.4㎏으로 16년 사이에 절반 가까이 줄었다.

그래서 나온 게 씨 없고 껍질째 먹는 포도 신품종이다. 대부분 포도 씨와 껍질을 발라 먹지만 사실 포도 중에서도 가장 영양소가 풍부한 부위다.

농식품부와 농촌진흥청(농진청),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농정원) 등은 이 같은 신품종 개발과 보급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과수 농가로서도 소비 트렌드에 맞춘 상품을 내놓는다는 측면 외에 폭염·호우 등 자연재해로부터의 과수 농가 피해도 줄일 수 있는 1석2조의 효과가 있다. 포도는 지금까지 대표적인 여름 과일이지만 샤인머스캣은 초가을인 9월에도 수확이 한창이다. 경북 상주와 영천, 충북 영동 등 포도 산지에선 샤인 머스캣 재배 면적을 재작년 47헥타르(㏊)에서 지난해 100㏊까지 늘렸다.

국내산 샤인 머스캣 포도는 해외서도 인기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중국, 동남아 등 현재 10여개국에 수출되고 있으며 수출 규모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동남아 구매자(바이어)가 한국 생산농가에 직접 연락하는 일도 종종 있다.

◇흑보석·홍주씨들리스·청수 등 국산 품종도 활로 모색

샤인 머스캣의 인기와 함께 흑보석이나, 홍주씨들리스, 청수 등 국산 품종도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흑보석’이다. 농진청이 기존 거봉을 개량한 신 품종이다. 거봉은 결실하기가 쉽지 않고 여름철 이상고온 땐 색이 잘 들지 않는 단점이 있었는데 흑보석은 이를 개량했다. 고온 환경에서도 결실이 잘 된다. 흑보석이란 이름처럼 까맣게 착색도 잘 된다. 당도는 18.3브릭스로 새콤한 맛이 어우러진 게 특징이다.

포도 흑보석. 농촌진흥청 제공
포도 홍주씨들리스. 농촌진흥청 제공


껍질째 먹을 수 있는 ‘홍주씨들리스‘도 현재 본격적으로 보급이 되고 국산 포도 신품종이다. 홍주 씨들리스(seedless)는 이름처럼 씨가 거의 없다. 있더라도 딱딱하지 않아 먹을 때 이물감이 없다. 1~2년 후부터는 시장에서 쉽게 접할 수 있을 전망인데, 과육이 아삭하며 씨 없이 껍질째 먹을 수 있고 머스캇 향이 특징으로 소비자들의 호응이 기대되는 품종이다.

대한민국 1호 포도인 ‘청수(淸水)’도 최근 와인 소재로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처음 나온 건 1990년대이지만 2008년 양조용 품종으로 재탄생했다. 씨가 없고 수량이 많은 게 장점이다. 와인 원재료용으로 쓰이는 외국산 포도 품종은 비가 많고 추운 겨울이 있는 우리나라 기후에서 키울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흔한 캠벨얼리나 거봉은 와인 재료로는 잘 안 어울린다. 청수로 양조한 와인은 세계 무대에서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포도는 삼국시대 때부터 다복과 다산의 상징으로 사랑을 받아 온 작물이다. 동의보감은 포도 열매가 몸의 원기를 회복하게 하고 이뇨 작용을 돕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포도 당분은 실제로 포도당과 과당으로 구성돼 소화흡수가 빠르고 바로 에너지로 전환되기 때문에 피로회복에 좋다.

포도 청수. 농촌진흥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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