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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중독’ 핑계 댄 애틀랜타 총격범…인권단체는 반발

장영은 기자I 2021.07.28 14:56:51

한인 4명 포함해 8명 살해…증오범죄 의심
재판정서 유죄 인정했지만 사과 한마디 안해
“성욕 못참는 게 싫어 다른 사람 벌주고 싶었다”
사형 아닌 종신형에 아시아계·인권단체 반발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지난 3월 미국 애틀랜타의 스파와 마사지숍 등에서 총기를 난사해 한인 여성 4명을 포함해 8명을 살해한 총격범에게 종신형이 선고됐다. 인권단체 등에서는 범죄의 심각성을 고려했을 때 사형이 아닌 종신형을 내린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스파와 마사지숍 등에서 총 8명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한 로버트 애런 롱에 대한 재판이 27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체로키카운티 법원에서 열렸다. (사진= AFP)


27일(현지시간) 애틀랜타 현지 언론 애틀랜타저널컨스티튜션(AJC)에 따르면 총격범 로버트 애런 롱은 이날 조지아주 체로키 카운티 법정에서 가석방 없는 종신형과 추가 징역 35년형을 선고받았다. 4명의 총격 살인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 데 따른 것이다.

롱은 이날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지만 성(性)중독이 범행의 원인이었다며, 인종차별 등에 기반한 증오범죄는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사건 이후 처음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최후변론의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희생자에 대한 사과의 말도 하지 않았다.

롱은 이날 자신의 죄를 인정하면서 범행 과정을 자세히 털어놨다. 롱은 지난 3월 16일 애틀랜타 풀턴 카운티 스파 2곳과 체로키 카운티의 마사지숍 1곳에서 총기를 난사해 모두 8명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롱은 사건 당일 아침에도 3시간 동안 포르노를 시청했며, 원래는 극단적 선택을 할 계획이었으나 마사지숍 주차장에서 술을 먹다가 계획을 바꿔 다른 사람들을 살해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범행 동기에 대해선 “성욕을 제대로 참지 못하는 나 자신이 싫었다”고 밝혔다.

롱은 재판 내내 증오범죄라는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았다. 롱은 “이전에 성중독 치료를 받았으며 신경안정제도 복용했지만, 언젠가부터 먹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체로키 카운티 검찰 새년 월리스 지검장은 재판 후 기자회견을 통해 “사형을 구형하면 정식 재판 절차가 오래 걸리며, 항소 절차까지 포함하면 얼마나 오랜 기간이 걸릴지 알 수 없었다”며 “유족들은 오랜 기간 고통을 견디고 싶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은 체로키 카운티에서 아시아계 여성 2명과 백인 남녀 등 4명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한 혐의에 대한 것이었다. 한인 4명을 숨지게 한 사건에 대해서는 오는 8월 풀턴 카운티 법원에서 재판을 받는다. 해당 재판을 맡은 패니 윌리스 검사장은 롱에게 증오범죄를 적용하고 사형을 구형할 뜻을 밝힌 상태다.

한인을 비롯한 애틀랜타 아시안 이민자와 인권단체들은 롱이 사형이 아닌 종신형을 받은 것에 크게 반발했다. 아시안 아메리칸 정의 진흥센터 애틀랜타 지부(AAAJ)의 스테파니 조 지부장은 AJC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재판이 정의를 실현한 것인지 의심스럽다. 그(롱)는 자신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고, 책임을 지겠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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