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고공농성 해고 노동자, 건강 악화로 22일 만에 병원 실려가

입력
2017.05.05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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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0일 인천 GM 부평공장 앞에서 열린 동광기연 집회에 초청된 콜텍 근로자 밴드 콜밴의 모습. 지난달 14일부터 광화문 고공 농성에 나섰던 이인근(왼쪽) 콜텍지회장은 5일 건강 악화로 병원이 이송됐다. 정준호 기자
지난 3월 10일 인천 GM 부평공장 앞에서 열린 동광기연 집회에 초청된 콜텍 근로자 밴드 콜밴의 모습. 지난달 14일부터 광화문 고공 농성에 나섰던 이인근(왼쪽) 콜텍지회장은 5일 건강 악화로 병원이 이송됐다. 정준호 기자

서울 광화문 광고탑 위에서 단식 고공농성을 벌이던 해직·비정규직 노동자 6명 중 1명이 건강악화로 22일 만에 지상으로 내려왔다.

5일 민주노총에 따르면 ‘노동자·민중 생존권 쟁취를 위한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위원회’(공투위) 소속으로 고공농성에 참여한 이인근(52) 콜텍지회장이 이날 오전 의료진 검진 후 농성 장소에서 내려왔다. 이 지회장은 곧바로 서울 중랑구 면목동 녹색병원으로 옮겨졌다. 이 지회장을 비롯한 6명의 노동자는 고공농성이 시작된 후 물과 소금만으로 버텨왔다.

공투위 소속 노동자 6명은 지난달 14일부터 세광빌딩 옥상 광고탑에서 복직과 비정규직 철폐 등을 요구하며 농성에 들어갔다. 이 지회장이 다녔던 통기타 제조업체 콜텍과 모회사 콜트악기는 2007년 경영 악화를 이유로 돌연 회사 문을 닫고 직원들을 정리해고 한 뒤 폐업을 결정했다. 기존 일감은 중국과 인도네시아 공장에 넘겨 ‘위장 폐업’논란이 이어졌고 이 지회장은 이후 10년간 복직을 위해 투쟁했다.

6명 노동자들을 정기 검진해온 이보라 녹색병원 내과 전문의는 “6명 모두 건강상의 문제가 생기고 있지만 특히 이씨는 속 쓰림과 미식거림, 토할 것 같은 느낌이 지속됐고 잠을 잘 수 없는 상태가 계속 돼 왔다”며 “체중도 10% 정도 감량된 상태”라고 소견을 밝혔다.

현재 광고탑 위에 남아 있는 사람은 ▦김경래 민주노총 강원영동지역노조 동양시멘트지부 부지부장 ▦고진수 세종호텔노조 조합원 ▦오수일 금속노조 아사히비정규직지회 대의원 ▦김혜진 하이텍알씨디코리아 민주노조사수 투쟁위원회 대표 ▦장재영 현대차울산비정규직지회 조합원 등 다섯 명이다. 해당 노조들은 해고와 직장폐쇄 등으로 수년간 천막농성, 거리 집회 등을 이어왔다.  

공투위는 이날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성 중에도 정치권은 일관되게 노동자 목소리를 외면했고 오로지 표를 얻기 위한 기만적 공약과 발언만 내뱉고 있다”며 “화려한 선거판이 벌어지는 내내 노동자 목소리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정치권을 비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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