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인권운동가 류샤오보 부인 “죽음으로 정부 탄압에 맞서겠다”

입력
2018.05.03 15:22
류샤오보(오른쪽)와 그의 아내 류샤. 한국일보 자료사진
류샤오보(오른쪽)와 그의 아내 류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해 7월 간암으로 사망한 중국 인권운동가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류샤오보(劉曉波)의 부인 류샤(劉霞)가 죽음으로 중국 정부의 탄압에 맞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류샤는 남편 류샤오보가 수감된 2010년부터 9년째 가택연금 상태에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일 미국 인권단체 ‘차이나 체인지’(China Change)를 인용해 독일에 거주하는 중국 반체제 작가 랴오이우(廖亦武)가 류샤와의 대화를 바탕으로 쓴 서한 내용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류샤는 지난달 30일 랴오이우와의 전화통화에서 “내가 지금 두려워할 것은 없다. 떠날 수 없다면 차라리 집에서 죽겠다. 류샤오보는 이미 떠났다. 죽는 것이 사는 것보다 쉽다. 죽음으로 저항하는 것보다 더 간단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랴오이우는 지난달 8일부터 류샤와 통화한 녹음도 공개했는데, 이 중에는 류샤가 흐느끼면서 “중국을 떠날 채비가 됐고 짐도 이미 꾸렸다”고 말한 내용도 들어 있다.

류샤오보는 2008년 12월 세계인권의 날에 ‘08 헌장’을 발표해 공산당 일당체제 종식 등 광범위한 민주화와 개혁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2009년 12월 국가전복선동죄를 적용 받아 징역 11년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그는 이 같은 민주화 활동으로 2010년 노벨평화상을 받게 됐지만 중국 정부의 출국 금지로 수상할 수 없었고 노벨위원회는 빈 의자에 메달을 걸어주는 이벤트로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

류샤는 지난해 류샤오보의 사망 후 외국으로 이주하길 원했고 전 세계 인권단체들과 서방 국가들도 이를 지원했지만 중국 정부는 철저히 외면했다. 중국 정부는 오히려 류샤오보의 장례식 직후 류샤를 윈난(雲南)성 다리(大理) 등지로 강제여행을 보내 40여일 넘게 외부와의 연락을 차단했고, 류샤가 베이징(北京) 자택으로 돌아온 뒤에도 가택연금을 지속하고 있다. 류샤는 남편을 잃은 슬픔과 중국 정부의 탄압 등으로 우울증을 겪고 있으며 최근에는 몸이 쇠약해져 수술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카엘 클라우스 주중 독일대사와 미국 정부는 지난 주에도 류샤의 출국 허용을 촉구했지만 중국 정부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랴오이우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곧 중국을 방문하는 만큼 많은 사람이 류샤의 목소리를 듣길 원하고 있다”면서 “중국 정부는 류샤에게 ‘떠날 수 있다’고 수 차례 밝혔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진전이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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