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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월드리포트

모두를 위한 디자인 (Design for All )

홍서연 뉴욕 통신원 | 2007-05-15



맨하탄에 실체는 없지만, 타임스퀘어에 걸려있는 수많은 ‘타겟’의 빨간 로고는 사람들로 하여금 강인한 인상을 주고 있다. 광고 사진만 봐서는 웬만한 패션 화보 뺨칠만한 스타일인데, 그렇다면 타겟은 무엇을 광고 하고 있는 것일까?


바로 ‘대형 할인마트’ 이다. 타겟은 어떤 곳이길래, 여타의 대형 할인마트와 차별된 광고 전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일까? 타겟은 1962년 데이튼(Dayton)형제가 미네소타에 처음 설립했다. 월마트와 K-마트 등 거대한 미국 대형할인마트 시장에서 타겟은 1990년대 이르러서야 서서히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미국 대형할인마트는 저렴한 가격이 유일한 경쟁력이었다. 창고형 할인마트로 유명한 월마트와는 다르게 미국의 중산층을 상대로, 디자인된 환경을 할인마트에 도입한 최초의 예로서 차별성을 가진다. 디자인과 상관없는 일반 소비자들이 타겟 덕분에, ‘디자인’과 ‘스타일’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마케팅에 디자인을 적극 활용하기 시작해, 똑똑한 가격과 디자인으로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타겟. 이번 특집에서는 타겟이 어떻게 디자인을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취재 ㅣ 홍서연 뉴욕 통신원 (shineart@hotmail.com)




타겟은 디자이너와 함께 디자이너 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1998년, 건축가 마이클 그레이브(Michael Graves), 패션 디자이너 아이작 마즈라히(Isaac Mizrahi)를 시작으로 애완용품부터 식기류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브랜드를 만들어 내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제  디자인이 좋다면 몇불을 더 내고라도 자신의 취향에 맞는 상품을 구매할 만한 경제력과 취향을 가지고 있다. 이제껏 공장에서 똑같이 찍어낸 네모 반듯한 토스터기에 싫증을 내던 미국 소비자들은 마이클 그레이브가 디자인한 깜찍한 토스터기가 출시되던 당시, 할인마트에서 판매되는 토스터기 가격으로는 가장 비쌌음에도 불구하고 놀라울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그 이듬해부터 마이클 그레이브의 디자인 라인을 2배로 확장해 지금까지 인기를 지속하고 있다.


물론, 타겟에  자사 디자이너 브랜드만 파는 것은 아니다. 일상에서 꼭 필요한 생필품, 즉 일반 마켓에서 모두 구입할 수 있는 제품들이 있으니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라고 선전하고 있는 문구만 보고서 디자이너 샵이라고 생각하고 갔다가는 실망할지도 모른다. 여기서 타겟이 ‘대형할인마트’ 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되는 것.


보이는 것보다 싸다는 점, 그래서 쉽게 구매할 수 있다는 점, 그것이 타겟이 내세우는 ‘모두를 위한 디자인’, ‘Expect More, Pay Less’  경영전략이자 타겟의 핵심이라 할 수 있겠다.


디자인으로 가치를 더하는 작업은 타겟에서 지난 10여년간 계속되어 왔다. 디자인을 통해서 어떻게 같은 제품이 소비자에게 다르게 다가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예를 소개한다.


타겟의 식품 브랜드, 아쳐 팜의 예전 브랜드의 색은 모두 초록색으로 통일 되어있었다.  이번 디자인 작업에는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마이클 오스번(Michael Osborne)디자인 회사에서 맡았다.

새로운 디자인은 같은 초록색이라고 해도 톤의 차이로 제품에 대한 신뢰감과 고급스러움을 더해주고 있으며, 전체적으로는 통일감을 주면서도 제품군에 따라 다양성을 가지고 있다.



매장은 타겟로고의 빨강으로 섹션별로 분류되어 있다. 위의 사진으로 봤을때 일반 대형할인매장과 별반 다를게 없어 보일지도 모른다. 특히 한국의 소비자들에게는 이렇게 디자인된 환경에 익숙해 있어서 일지도 모른다. 할인매장이라 하더라도 디스플레이가 잘 되어있지 않았던 서구 창고형매장들이 자국에서 만큼 한국에서는 인기를 끌지 못했던 것이 이런 이유에서이다. 미국 대형마트들의 일반적인 환경을 생각해볼 때 타겟은 잘 계획된 디자인환경을 제시했다.
(보다 생생한 자료를 위해 매장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사진촬영은 허락되지 않았다. )


일반 생필품을 모아놓은 이러한 섹션은 별반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미국 그래픽 아트 협회 (AIGA:365) 에서 타겟의 디자인을 우수 디자인으로 선정한 예가 있다. 이미 해외통신을 통해 이전에 소개한 바 있는 약병 디자인(Target Clear RX, ‘미국 그래픽디자인 트렌드 살펴보기’)과 이번에 소개할 2005년 할로윈 캠페인이다.

다양한 종류의 할로윈 상품 판매를 위해 캐릭터를 사용해 감성적인 마케팅으로 매장 디스플레이뿐 아니라, 패키지 디자인, 광고 등에 사용해 친근함을 주고 있다.
특별한 시즌에 맞추어 변화를 주는 섹션에는 ‘발렌타인데이’, ‘부활절’, ‘크리스마스’ 등 미국의 명절에 맞춰 다양한 데코레이션으로 분위기를 바꿔주고 있다.

광고 잘하기로 유명한 타겟. 텔레비젼광고가 볼 때마다 다른걸 보면 타겟이 광고에 얼마나 많이 공을 들이고 있는지 짐작이 간다. 타겟 광고부에서 300명이 고용되어 일하고 있으며, 자사 브랜드와 협력 브랜드의 디자인을 위해 40여개의 디자인 회사와 홍보대행사가 타겟과 함께 일하고 있다. 타겟의 슬로건 "Expect more. Pay less", 소비자에게 “Expect More”이라는 기대감을 심어주기위해 타겟 입장에서 “Pay less” 하는것 같지는 않아보인다.


타겟광고에 보이는 모델들은 여타의 대형할인마트가 선전하는 가족중심적인 이미지가 아니다. 개인이 즐겁게 소비하고, 멋지게 살라는 현대적인 이미지의 스타일을 보인다. 처음에 소개한 타임스퀘어 광고에 실린 유모차를 끌고 가는 주부의 모습이라든지, 흰 양복을 입은 노 신사의 모습도 일반적인 대형할인마트 광고에서 보던 이미지는 아니다.


‘뉴요커를 위한 대형 할인 마트’라고 선전하며, 타겟은 주간지 ‘뉴요커(The New Yorker)’의 80년 창간이래 처음으로 단독스폰서가 되어 2005년 8월 22일 호의 전 광고를 사서 18개의 일러스트레이션 광고를 게재했다. 잡지의 작은 박스 광고까지도 세심하게 모두 타겟 광고를 집어넣어 ‘뉴요커’가 한 권의 타겟 광고 카달로그인 셈이다.


단 한번의 ‘뉴요커’지의 전체 광고를 위하여 밀턴 글레이저(Milton Glaser), 로버트 리스코(Robert Risko) 등의 디자이너 및 일러스트레이터 들이 참여했고, 디자인 컨셉은 뉴욕시민들에게 타겟의 존재를 보다 친숙하게 알리려는 의도로 뉴욕의 아이콘과 타겟의 로고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이 광고를 위해 몇 달 전부터 타겟은 ‘뉴요커’지와  함께 언제 ‘뉴요커’지의 전체 광고 자리를 다 살 수 있을지를 논의하고, 디자이너들에게 뉴욕의 아이콘의 목록과 함께 빨강, 검정, 흰색만 사용하도록 했다.

맨하탄에는 매장이 없고, 브롱스, 브룩클린, 퀸즈의 3곳이 그나마 맨하탄에서 가장 가까운 매장이다. 뉴욕시 주변으로 롱아일랜드와 뉴저지를 포함해서 뉴욕주민들이 갈 수 있는 곳은 53개 정도가 된다. 그런데 왜 맨하탄을 상대로 특별한 광고를 하는 것일까. 뉴욕시(맨하탄)이 가지는 상징적인 의미때문이다. 타겟은 대형할인마트이지만 패셔너블한 매장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맨하탄에 사는 현명한 소비자는 지하철을 타고 브룩클린에 장을 보러 간다는 한 소비자의 말을 빌어, 타겟을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히게 하기 위해서 애쓰고 있다.


타겟은 미국 마케팅과 디자인 시장에서 지난 10여년간 많은 논의가 되어 왔다. 타겟이 어떠한 전략으로 거대한 월마트에 맞서 새로운 대형할인마트의 개념을 제시했는지 그들의 디자인 마케팅을 찬양하는 쪽과, 그들의 전략적인 잡지광고의 예처럼 그들 광고의 상업성에 윤리적인 잣대를 대며 우려하는 쪽이다. 어찌되었건, 미국 마케팅시장은 그들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2003년에는 로라 로울리(Laura Rowley) 의 책(On Target: How the World’s Hottest Retailer Hit a Bull’s-eye) 이 발간되기도 했다.


타겟을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스타일리쉬한 광고만 보고 많은 기대를 하고 갔던 사람들은 일반 대형 할인마트점과 무엇이 다르냐며, 광고에 쏟아 넣는 돈으로 질에 더 신경쓰라고 쓴 소리를 할지도 모르겠다. 반면에 스타일은 상관없이 무조건 싼 가격을 원하는 소비자는 타겟에 별 흥미를 못 느낄지도 모르겠다. 선택의 문제는 현명한 소비자의 몫이다.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라고 해도 모두를 만족시킬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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