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떠난 23명 엇갈린 生과 死

2007.08.29 01:12

엇갈린 생과 사. 41일간의 피말리는 아프간 피랍 드라마는 23명의 운명을 죽은 자와 살아 돌아오는 자로 나누면서 끝나게 됐다. 21명의 무사귀환이 반가운 만큼 돌아오지 못한 2명의 희생이 더 안타까웠다.

7월19일 아침 23명이 탈레반 무장단체에 강제 납치되면서 악몽은 시작됐다. 피랍 7일 만인 7월26일 배형규 목사의 살해 사실이 확인됐다. 설마 하던 악몽은 현실이 됐다.

故 배형규 목사(왼쪽)와 故 심성민씨(오른쪽)

故 배형규 목사(왼쪽)와 故 심성민씨(오른쪽)

배목사의 죽음은 유가족과 교인들은 물론 온 국민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샘물교회 봉사단 리더이자 단원들의 정신적 지주였던 배목사는 평소에도 자상한 성격으로 신도와 주변으로부터 존경받은 인물이었다. 배목사는 지난 4월 방글라데시를 방문해 봉사활동을 했고, 아프간 활동을 한 뒤 7월28일부터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봉사활동을 펼 계획이었다. 생전에 사후 장기기증을 약속하는 등 사랑을 몸으로 실천했던 진정한 목회자이기도 했다.

배목사 가족들은 몸부림을 치면서도 “더 이상의 희생은 없어야 한다”고 눈물로 호소했다. 하지만 그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7월31일 심성민씨의 살해 소식이 또 전해졌다. 독립유공자의 자손으로 농촌 사역을 꿈꾸던 평범한 청년이었기에 국민들은 충격을 넘어 분노했다. 심씨는 교회에서 장애인교육을 도맡았다. 피랍 초기 그에게 교육을 받은 장애인들이 ‘우리 선생님을 돌려주세요’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울먹여 주목받기도 했다. ROTC 중위로 예편한 뒤 2~3년간 경기 성남의 한 반도체회사에서 근무한 그는 처음 봉사활동을 시작한 아프간에서 변을 당했다.

피랍 27일 만에 김지나(32)·김경자(37)씨가 풀려났다. 이번 사태가 더 이상의 희생자 없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다시 살아났다. 당초 탈레반은 이지영씨(36)를 석방할 예정이었으나 이씨가 몸이 불편한 김지나씨에게 석방 기회를 양보하는 희생정신을 실천해 국민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영웅적 행동이었다.

피랍자들은 모두 평범한 시민들이었다. 간호사, 학원강사, 주부, 대학생, 어린이집교사, 웹디자이너 등 직업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러나 하나같이 특별한 사람들이기도 했다. 제창희씨(38)는 형제들에게 ‘철없는 막내동생’이었다. 월급을 타면 트럭에 쌀을 싣고 남부터 도왔기 때문이다. 가장 연장자인 유경식씨(55)는 아프간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수염을 길렀다. 갑상선암을 이겨낸 뒤 ‘두번째 삶’을 남을 위해 쓰겠다며 봉사활동을 자원했다. 김윤영씨(35)는 아홉살 아들과 여섯살 딸을 둔 알뜰한 주부였다. 아이들을 시댁에 맡기고 얼굴도 모르는 아프간인을 위한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떠났다. 먼저 풀려난 김지나씨는 척추질환을 앓으면서도 봉사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피랍 41일간 국민들은 피랍자들의 소식에 울고 웃었다. 평범하면서도 남을 돕는 데 특별했던 사람들이 피랍자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이제 무사히 돌아오게 됐다. 국민들은 환호했다.

〈오창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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